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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광열 Feb 24. 2024

사진으로나마 함께

따뜻한 사진관_다섯 번째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간 사진관의 매출을 분석해 본 결과... 처참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간판 그대로에 인테리어 새로 하지 았기 때문에,  장롱밑에서 발견한 엄마 몰래 숨겨둔 성적표를 확인한 것처럼 놀라운 성적이었다. 사진관 폭파 예고 사건과 방문 손님들을 통해 전해 들은 민심, 그밖에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아마도 전 사장님은 사진관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몇 년 전부터는 사진관 영업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한 건 사실이기에

사진관 매출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한 달간의 성적표를 뽑아보니 썩 기분이 좋지많은 않았다.

다음 달엔 이번보다 더 나을 성적표를 받고 싶다는 각오가 생겼다.




아무도 없는 사관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혼자 두 눈 부릅뜨고 코평수를 넓히 씩씩대고 있었다.


딸랑~

사진관문이 열리면서 방울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얼굴에 화색이 돋아나며 몸을 돌린다.

"어서 오세요~"(이것은 사진인가 예술인가, 온정동 사진관입니다)


50대의 아주머니 손님, 단정하고 긴 머리에 셔츠에 카디건과 치마로 코디한 안 꾸민 듯 세련된 스타일의 손님이셨다. 소위 말하는 딱 봐도 고생 안해봤을 스타일? 물론 첫인상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카운터 앞에 서서 사진관을 둘러보고는 나에게 물었다.

"저... 사진에 합성도 되나요?"

"네 그럼요. 어떤 작업을 해드릴까요? 사진 한 번 보여주세요"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미 사진을 골라놨다는 듯  휴대폰 갤러리에서 바로 찾은 사진을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보여주었다. 한 장의 사진 속 배경은 딱 봐도 천지연폭포였다. 천지연폭포를 배경으로 손님과 아들로 보이는 20대의 남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다른 사진 속 한 사람을 합성으로 추가해 줄 수 있나요?"

"네, 일 어떤 사진을 합성할 건지 보여주시겠어요?

합성할 사진이 어떤 건지 보고 설명드릴게요."


이어서 보여준 두 번째 사진은 먼저 보여준 사진 속의 남자보다는 조금 어려 보이는 20대 초반의 남자 상반신만 나와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남자는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증명사진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멋을 내어 스튜디오에서 찍은 프로필사진이다. 요즘은 증명사진을 찍으면서 프로필사진도 함께 찍기도 한다고 들었었는데 그런 상품으로 찍은 듯했다.

 

두 장의 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이 사진이 이렇게 들어가려면... 음....' 잠시 생각을 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일단 합성은요. 원본사진과 합성할 소스사진이 비슷한 촬영환경일 때 가장 완벽한데요. 여기서 완벽하다는 건 티가 안 난다는 거죠.

일단 먼저 주신 사진은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고요.  나중에 보여주신 독사진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라서요. 아무래도 촬영환경이 조금 다르죠."

그러자 손님은 미간을 찡그리며 실망한 듯 말했다.

"아... 그럼 안 되나요?"

"아니요~ 안 되는 건 아니고요. 작업은 가능하지만 그전에 미리 완성도에 대해 기대치를 낮춰드리는 겁니다.

 합성한 티가 날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께서 그런 점을 이해하시고 작업을 맡겨달라는 겁니다. 물론 저는 최선을 다해서 작업해 드리고요."


그제야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안도하듯 말했다.

"네... 그런 건 괜찮아요. 그냥 사진 속에 함께 있는 거로 충분해요.'

"네 그럼 바로 작업을 해드릴게요.

먼저 그 두 장의 사진을 전송해 주세요."





그렇게 두 장의 사진을 컴퓨터로 불러왔다. 지금부터 일명 뽀샵작업에 들어간다.

뽀샵은 '포토샵'이라는 사진편집프로그램의 이름이다. 그 프로그램으로 보정을 하여서 만든 사진을 흔히 뽀샵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요즘은 보정된 사진을 통틀어 넓은 의미의 뽀샵사진이라고 부른다.

 

먼저 천지연폭포에서 찍은 두 명의 사진을 불러온 후

상반신만 있는 남자의 사진을 그 옆에 불러온다. 폭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속 두 명은 전신이 나와있지만   다른 한 장은 상반신만 있기에

두 명이 나란히 찍은 사진의 가운데 뒷부분에 추가한다고 설명드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혼자 찍은 사진에서 배경을 지우고 몸만 복사해 폭포의 두 명 사이에 붙여 넣기를 한다.

여기에서는 레이어의 개념을 알면 이해가 쉬워지는데

맨 아래 폭포사진이 있고 그 위에 독사진을 올리면

폭포사진의 두사람보다 독사진이 앞에 있어 보이기 때문에

다시 폭포사진의 두 사람을 배경과 분리해서 복사해서 맨 위에 붙여 넣기를 하면

폭포사진 위에 독사진, 위에 두 사람사진 이렇게 3장의 레이어가 만들어지고

두 번째 독사진의 비율을 두 사람의 비율에 맞춰서 조절해서 배치하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를 한다. 외촬영의 태양광과 스튜디오 사진의 조명의 위치도 다르지만 조금이라도 그림자의 방향을 맞춰본다. 글로 표현하면 단순하지만 세밀하게 작업을 해야 더욱 완벽한 합성사진이 된다. 언제나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는 동안 옆에서 실시간으로 손님에게 작업과정을 설명하면서 진행해 합성사진을 완성했다. 이제 천지연 폭포를 배경으로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되었다.


사진합성 작업은 손이 하는 일이지만 우리 사진관에서는 작업하는 동안 쉬지 않고 함께해 준 또 하나의 동료가 있다.

바로 입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수다쟁이인 것도 있지만

내가 하는 작업이 왜 필요한지와 어떤 효과가 나타나고 어느 정도의 난이도가 필요한지 등을 작업을 하는 동안 손님들에게 설명하면서 작업을 한다.

물론 중간중간 사적인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손님과의 아이스브레이킹이나 나름의 영업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방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사진관을 이용한 손님이 6개월 후 친구에게 질문을 받는다

"증명사진 찍으려고 하는데 어디서 찍지? 너 얼마 전에 사진 찍었지 어디서 찍었어?"

"어, 온정동사진관"

"거기 어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가격은 얼마에 인테리어가 어떻고 사진은 어떻고 저떻고 등등 이런 대답을 해주기보다는 아마도 그때 사진관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의 감정을 기억할 것 같다.


사진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웃으며 인사를 하며 맞이하고 촬영하는 동안에도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대화를 건네주고 작업하는 동안에도 자칫썰렁할 수 있는 농담을 포함한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에 완성된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면 사진관을 나설 때까지 편안한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손님은 이때의 감정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친구에게 대답한다


"어, 친절해"


내가 생각하는 영업전략은 바로 이런 진심을 담은 마음이라면 분명 손님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제주도 여행사진의 합성작업을 마칠 때쯤 손님께 질문을 던졌다.

"제주도 여행 다녀오셨나 봐요?"

"네, 요번에 큰아들이랑 다녀왔어요"

"아 작은 아드님은 같이 가지 못했나 봐요. 그래도 이렇게 합성하면 같이 찍은 것 같죠?"

"네...."

이 작은 찰나의 순간의 공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나는

"같이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긴 요즘 부모님 따라서 잘 안 가려고 하죠."

"아니요.. 그게.. 둘째가 작년에 교통사고로 그만..."

...

손님들의 그 어떤 이야기에도 리액션을 받아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나였는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카운트 펀치를 맞고 눈앞이 하얗고 멍해진 복서가 이내 정신을 차리려고 눈을 부럽고 주먹을 모아 싸울 의사표시를 하는 것처럼, 나는 빨리 다른 이야기를 던지지 않으면 이 분위기가 더욱 침체될 것만 같았다.


"아... 그랬군요. 이 이 사진으로 함께 다녀올 수 있게 되었네요. 다 완성되었습니다. 사이즈는 어떻게 뽑아드릴까요?"


마음속의 울컥함을 억누르며 최대한 덤덤하게 다음작업을 이어갔다.

손님이 원하는 탁상액자용 사이즈로 출력을 하면서 추가로 지갑 속에 넣을 수 있는 포켓용 사이즈를 한 장 더 만들었다.

사진커터로 포켓용 사진을 자르고 완성된 사진을 건네드리면서 했다.

"지갑용 사진은 서비스입니다. 핸드폰처럼 확대는 할 수 없지만 지갑을 열 때마다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아까 사진파일 보내주셨던 카톡으로 완성된 합성사진파일 보내놨습니다. "


내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듯

사진을 건네받은 손님은 뚫어져라 사진 속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손님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어서 가방 속에서 바로 지갑을 열어 포켓사진을 지갑에 끼워 넣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사진 속 아들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어준다.

 

순간 콧등이 시큰거렸다. 방금 카톡으로 보내놓은 사진파일을 확인하려 휴대폰을 보고 있는 손님을 등지고  뒤돌아 사진인화기를 만지작거리면서 잠시 호흡조절로 감정을 추슬렀다. 




계산을 마치고 손님이 나가시고 나서야 크게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의자에 앉아 뒷정리를 할 때 카톡 알림이 왔다. 

"카톡"

"감사합니다. 사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손님의 카톡프로필 사진이 조금 전 작업을 마친 세 모자의 사진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리움,
사진을 통해서
사진으로나마 함께 하고픈 엄마의 마음

온정동 사진관은
만나고 싶은, 그리워하는 사람을
사진속에서
사진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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