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가슴으로, 기억은 머릿속으로
‘추억만 곱씹으면서 사는 말년의 인생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 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려면 추억 속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야 하고 , 많은 곳을 방문해야 하며 또 많은 업적을 남겨야 하고 그리고 행복했던 일의 연속만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인생은 어찌 보면 늘 가파른 계단뿐이다. 떨어지려야 더 이상 떨어질 것이 없는 낭떠러지 자락의 척박한 인생에서 벗어나 산다는 것이 고된 삶의 목표인 사람도 의외로 많다.
추억이라면 진절머리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 푼 벌면 두 푼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생활 패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 우라질! 추억은 무슨 추억” 이냐고 하면서, 버럭 화를 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가난에서 탈출하려는 것도, 지나고 나면 하나의 추억이다”가 맞지 않을 까?
모든 추억은 좋은 일에서만 연유되지는 안음을 기억하자!
되살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도 일종의 추억임을 유념했으면 좋겠다”라는 취지다.
기억은 과거의 경험을 머릿속에 간직했다가 현시점에서 도로 생각해 내는 것이다.
추억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을 지칭한다.
무엇이 다른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머리를 좀 더 굴려 봐야겠다.
사전적인 의미야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추억은 기억에 그리움을 덮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 돌아가고 싶은 또는 그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리운 기억”이 곧 ‘추억’이라고 정의해 본다. 물론 자의적이다.
여기서 돌아가고 싶은 기억의 으뜸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모두에게 있어서 사랑했던 기억은 추억인 것이다. 부인할 수 없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 자녀에 대한 사랑, 어렸을 때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다.
시드니 폴락 감독, 바바라 스트라이잰드,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 “The Way We Were”가 떠오른다.
바바라 스트라이잰드가 주연하면서 동시에 주제가인 ‘the day we were’를 불러서 더욱 유명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이 영화의 제목은 국내에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됐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길( 과정)”이 직역이라면,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으로 해석한다면 의역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은 추억을 소환하기에 필요충분조건을 두루 갖추 었다고 여겨져서다.
어렸을 때는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영어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게 ‘추억’ 일 까?” 의아했건만, 이 또한 나이가 드니 “훌륭한 제목이었다”라는 생각으로 변모된다.
왜 일 까? 추억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감정이 들어가면 추억이다. 그러나 추억이 나를 지배하면 그것은 기억이다. 이 또한 너무 어렵다.
아니다! “추억은 가슴으로, 기억은 머리로”가 더 나은 표현이지 않나 싶다.
‘좋은 추억’, ‘나쁜 추억’, ‘행복한 추억’, 모두가 사랑의 대상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