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에겐 집밥이라면, 일본인들에게는 오반자이?

집밥을 통해 먹거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조명해 본다.

by DKNY JD

일본의 오반자이는 “교토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해 집을 방문한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최상의 음식과 서비스”를 뜻한다.


요즘은 일본에서 오반자이 하면, 평소에 먹는 반찬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오반자이에는 심오한 식자재 철학이 담겨 있다.


“새우는 높은 자리에 갈수록 고개를 숙여라” 하는 뜻을 담고 있고,


“연근은 구멍이 많으니 여러 개의 눈으로

세상을 넓게 보라”라는 의미로 재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또 우엉은 땅속 깊은 곳에 오래 있어야 단단해지고 식감이 좋아지는 식자재임에 따라 “인내하라”의 징표라 한다.


또 “콩은 티클모아태산! 작은 걸 모아서 부자가 돼라”라는 의미로 요리에 사용한다고도 한다.


이렇듯 오반자이는 모든 식자재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보편적이면서도 정성이 깃든 고급진 음식으로 재탄생되는 것이 특징이다.


교토의 특산물들은 흔히 ‘교야사이’라 불린다.


‘교야사이’에는 교토의 축복받은 자연이 길러낸 야채라는 뜻이 담겨있다.


예로부터 교토지역에서 재배되던 전통 채소를 브랜드화한 것이지만 철저한 품질, 브랜드 관리로 지금의 ‘교야사이’는 우수 식자재의 보통명사처럼 불린다.


교야사이는 농약, 화학비료가 없던 시대의 재배방식을 전승, 오랜 역사의 교토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재배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교야사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교토의 전통채소 및 그에 준한 채소로 교토의 전통 요리 등에 필수 또는 관계있는 품목’이어야 한다.


이 일련의 모든 작업들은 교토의 전통 있는 식문화를 계승하고 안전한 농산물로 수입, 타 지역의 농산물과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일종의 신토불이라고 여겨진다.


‘가정식’이라는 간판을 건 식당들이 부쩍 눈에 띄는 세상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는 것은 외식에 질려 집밥이 그리워서가 아닐까 싶다.


손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늘 집에 있는 간장, 식초, 된장으로 맛을 내고 냉장고 속 단골 재료인 두부, 오이, 가지 등을 활용해 맛깔스러운 반찬을 만드는 집밥이야말로 삶의 근원이자 원천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딸로, 그리고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계승된 한국의 집 밥의 맛을 상상해 본다.


호박 달래 냉이 등의 계절 식재료와 몇 년 묵은 집된장을 사용하여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끓여 내는 어머니표 된장찌개에서부터 투박하게 썬 돼지 목살을 숭덩숭덩 넣고 끓여내는 ‘장모표 돼지 목살 묵은지 김치찌개’ 등이 얼핏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계승되어 온 가정식 식문화의 대명사다.


본래가 가지는 맛을 살린 심플한 맛이면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야릇한 맛이 그 비결이다.


검소한 맛이지만 사실은 맛에 진심이 있고 역설적으로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이 있는 탓에 일면 사치스럽다고도 표현할 수 있는 그 맛이다.


다만 집밥은 번거로움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자기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품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시간이 걸려도 돈을 쓰지 말라’ 말이 있지만, 제철의 싼 재료들을 품을 팔아 맛있게 조리해 맛나게 먹는다는 기쁨 또한 집밥의 매력이다.


집밥이란 부모의 사랑과 가정의 따뜻함이 담긴 음식이다.


이런 연유에서 자신이 스스로 집에서 해 먹는 밥은 집밥으로 쳐 주지 않는 이들도 많다.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정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 밥은 매우 긴요한 요소다.


밥상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하는 공감과 기쁨은 가화만사성의 으뜸 요소이다.


밥은 평등이고 존엄이고 즐거움이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밥은 여럿이 먹어야 하고 넉넉한 시간에 여유롭게 먹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밥 먹는 행위가 ‘밥(돈)을 벌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 내려앉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건 왜 일 까?


후딱 먹어치우고는 생업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현실 속에서 대부분 이어서 일까?


일본의 오반자이와 한국의 집밥을 음미해 보면서 먹거리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본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 않나 싶다.






keyword
이전 01화향수( 香水) 뿌리고 맡는 향수(鄕愁: 고향의 정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