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한 발을 내딛기 어려운 두려움에 사로잡혀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품에 안은 아이를 완력으로 빼앗을지 몰라'
아이를 빼앗으려고 나타난 그들을 피해 옮긴 호텔방에서 경찰 영사의 전화를 받았다.
"남편분과 통화했습니다. 내일 출국 못하실 지도 몰라요. 재판이 진행될 때까지는 임시 보호소에서.."
개인의 자유권과 이동권이 자신의 선택과 권리가 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을 내가 경험하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영주권이든 시민권이든 이 나라에서 방문객으로 머물렀던 나보다 그들이 신분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그들 모두가 이야기 했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공항내에 위치한 호텔이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터미널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호텔방에서 조차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 몸은 모든 용기와 의지를 잃고 부러지고 바스라질 듯 깡마른 수수깡이 되어 버렸다.
아기띠를 바짝 당겨 메고 그 위로 백 팩을 멨다. 숨을 쉬기 불편할 만큼 아이와의 간격이 좁혀져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꼭 끌어안고 있으면 된다고 다짐한 채 현관문을 바라봤다.
다섯 발자국을 걸어 문을 열고 나가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터미널로 내려가자.
무릎이 자꾸만 꺾여서 걸음을 걸을 수가 없지만, 비행기를 타야 집에 갈 수 있어.
나는 밤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데스크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말을 고르고 골랐다.
우리를 도와 주세요.
지난 밤에 남편과 그의 가족들에게
폭행을 당했어요.
오늘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그런데 공항 터미널에서 갑자기 그들을
만날까봐 너무 두려워요.
출국수속을 할 때까지 누군가 저희를
보호해줄 수는 없을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저는 지금 너무 두려워요.
타인의 일에 신경쓰지 않는 그들이었다.
아이가 잠든 후 그의 퇴근을 기다리던 어느 밤이었다.
창 밖으로 빨갛고 파란빛이 소란스럽게 번쩍이고 있었다. 대형 소방차 3대와 경찰차 5대가 단지를 둘러싼 채 정차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야?"
창 밖으로 웅성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목조 주택단지에 불이라도 났을까 봐 황급하게 테라스 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서로 벽을 의지한 채 늘어선 타운 하우스 단지 뒤 편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승용차 한 대가 가라지 기둥을 들이받은 채 정차되어 있었고 소방대와 경찰이 그 주위를 서성이며 사진을 찍어댔다. 한국이라면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있었을 테지만 경찰과 소방대를 제외하고는 가라지 기둥이 부러진 채 자동차 보넷 위에 놓인 모습에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그들이었다.
지난 밤 식당 주방을 정리하며 나오던 그가 아이를 사이에 둔 채 몸싸움을 하는 우리를 바라만 보고 있던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들의 무관심이 두려워 호텔방에서 나가지 못하던 나는 억지로 무릎을 굽혀 발을 옮겼다. 그래야 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야 이 아이와 내가 살,아갈 수 있다.
전날 경찰의 당부 덕분인지 데스크 직원은 쪽지를 받아들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안요원을 불러주었다.
다부진 체격에 키가 자그마한 남자의 어깨 뒤에 바짝 붇어섰다. 말없이 앞장서는 그의 뒤에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이른 아침이지만 공항 내부에는 벌써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호텔 보안요원은 항공사 데스크 앞에 우리를 두고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비행기 탑승 시간보다 3시간이나 일찍 나왔기 때문일까. 기다리지 않고 발권수속을 받을 수 있었다.
밝고 쾌활한 목소리의 한국인 직원에게 나는 또다시 간절하게 이야기했다.
"저, 죄송하지만 출국심사대까지 도움이 필요해요. 어젯밤 남편과 그 가족에게 아이를 빼앗길 뻔했어요.. 오늘 공항에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심사대까지 함께 가주실 수 없나요?"
쏟아져 나올것 같은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아무도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내 편을 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 한국어를 하는 유일한 사람이 옆에 서 있다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것 같았다.
"어... 죄송해요. 저희가 거기까지 동행해드릴 수는 없어요. 대신 공항 시크릿을 불러드릴게요."
"네. 감사해요"
항공사 직원이 공항 보안요원과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천적이 나타날까 두리번거리는 초식동물처럼 서로를 부등켜 안고 있었다.
"이 분하고 같이 가세요"
"네 감사해요"
제복을 입고 키가 큰 보안요원이 출국심사대까지 안전하게 보호해줄것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비행기를 왜 타려고 하는 거죠?"
"집에 가려구요"
"집이 어디인데요?"
"한국으로 가려구요"
"여기가 집 아니예요?"
"아이 아빠는요?"
"왜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출국하려고 해요?"
정수리에서 시작해서 온 몸의 피가 순식간에 빨려나간 듯했다.
피가 마르고 가슴이 조여오고, 손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를 바싹 끌어안고 아기띠를 졸랐다.
어젯밤 경찰영사가 경고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일까.
괜한 걱정에 일을 키운 걸까.
조용히 출국심사대까지 갔다면?
아니 어차피 나가지 못할 거라면 출국 허가가 내려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남편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올게요"
"왜요?"
"혼자 아이들 데리고 출국할 수는 없어요. 남편도 허락했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잠시만요. 여기 경찰 명함이 있어요. 어젯밤에 사건이 있었고, 이 분이 우리를 도와주셨어요"
보안요원은 어젯밤 호텔까지 우리를 안내했던 경찰의 명함을 들고 사라졌다.
공항내 유리벽이 둘러쳐진 작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스펀지를 눌러짜듯 온 몸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탑승시간까지 2시간 30분이 남았다.
까톡!
'비행기 탔니?"
엄마의 메세지다. 어쩔수 없는 일을 겪었다는 말에 엄마는 두 말 없이 집으로 돌아오라며 가장 빠른 비행기를 예약해주었다.
나는 돌아오라는 말에 기뻤다.
누군가는 어떤 상황이든 그 곳에서 살다 죽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가족은 나에게 돌아오라고 말해 주었다.
고마웠다.
나는,
그 순간 삶의 희망이 생겼다고 안도했다.
까톡!
'비행기 탔니?'
'아직이요.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현실이 될까 봐....
'비행기 탈 때 연락할게요. 걱정 마세요'
탑승시간까지 2시간.
유리벽 너머로 거대한 케이지를 옆에 두고 큰 개와 장난을 치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남자의 앉은 키 만큼 큰 케이지에 들어간 개가 비행기에 태워진 후 화물칸에서 보낼 시간을 상상해 보았다.
화물칸은 어둡겠지? 흔들리지 않게 고정해주는 장치도 있을까? 소음은?
펄쩍펄쩍 뛰며 남자에게 몸을 부비고 있는 개가 케이지에 갇힌 채 낯설고 삭막한 화물칸에서 보낼 몇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탑승시간까지 1시간 20분
금발의 매끈한 체형, 미인인데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여자가 몇 미터 앞에 와서 앉았다. 굳은 표정과 차가운 인상의 여자 뒤로 다운증후군의 소녀가 또다른 중년 여인의 부축을 받은 채 걸어와 앉았다. 금발의 중년여인과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한 눈에 셋이 일행임을 알 수 있었다.
금발 여인은 그들을 쳐다보지 않고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소녀는 그녀를 향해 앉아서 눈으로 그의 행동을 쫒고 있었다. 소녀는 금발 여인에게 다가가지 않고 곁에 있는 중년 여인에게 몸을 기댔다.
금발 여인은 어깨에 메고 왔던 가방 속을 뒤져보다가 일어나서 어딘가로 향했다. 소녀와 그를 부축하던 여인도 황급히 그 뒤를 따라 일어섰다.
보안요원은 오지 않았다.
비행기 시간을 알고 있을까? 모를 텐데.. 이러다 놓치면 어떻하지?
탑승시간까지 40분.
어떻해.
어떻하지?
집에 못가면 어떻해?
하루에 한 대 밖에 안 다니는 비행기인데..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의자에서 바닥으로 오르내리는 아이를 말없이 바라봤다.
너랑 나랑 어떻게 해야 해?
극도의 절망감으로 인해 나는 굳어버린 돌덩이처럼 땀을 흘리며 앉아 있었다.
이제 시간이 없다.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조바심이 절망으로 바뀌던 순간, 그가 돌아왔다.
"가시죠. 출국 심사대까지 안내할게요"
제복을 입고 키가 유난히 큰 보안 요원이 경찰 명함을 돌려주며 말했다.
"경찰하고 통화했어요"
"남편과도 통화했어요. 그가 당장 이리로 오겠다고 했어요. 당신들은 나가지 못한다구요"
"네? 그런데?"
"should be go! 당신들은 should be go해야 해요"
"왜요?"
"여기 올 때 당신이 아이를 데리고 왔죠? 단 둘이서요"
"네"
"그러니까요.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야죠"
출국심사대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뒤로 줄을 섰다. 유난히 키가 큰 보안요이 옆에 서 있었다.
심사대에 가방을 올려놓자 마자 요란한 경고음이 울렸다.
공항 직원이 가방 안에서 손톱깍끼, 작은 가위, 유리 젖병, 보온병 가득 들어있던 뜨거운 물, 분유...를 꺼냈다.
고개를 기울인 채 어깨를 으쓱하던 공항 직원이 다 챙겨 넣으라는 손짓을 하며, 출국을 허가했다.
흥, 뭐? 출국허가를 받지 못할거라구?
가방에 손톱깎기가 들어있었는데도 가라고 하는데!
탑승구까지 가려면 공항을 반바퀴는 돌아야 하는데 푹신한 카펫이 뒷꿈치를 붙드는 것 같았다. 종아리가 오그라드는 것 같았지만 걷고 뛰며 탑승 게이트를 찾았다.
"타세요!"
"네?"
탑승구역을 순회하던 전기카트가 멈춰섰다.
"어디로 가세요?"
"감사합니다. J711이예요"
전기카트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며 온 몸의 열기가 날아가 버렸다.
"야호. 신난다~ 신나지? 우리 집으로 간다"
"헤헤헤헤" 아이도 덩달아 신이 나서 무릎을 구부렸다 피며 흥을 냈다.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간다~~"
겨울의 중간.
객실은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급하게 예매한 좌석이라 자리 위치까지 선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가운데 자리에 아이를 안은 채 몸이 꼭 낀 채로 앉았다.
"음료 드릴까요?'
"괜찮아요"
"와인 주세요"
복도쪽에 앉은 여자가 와인 서비스를 요구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우리의 모습을 찍었다.
얼굴에 생채기가 여기 저기 난 채 깊이 잠든 아이와 눈이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니 다시 눈물이 났다.
눈을 감았다.
하루, 이틀...
잠을 못 잔지 40시간이 넘은 것 같았다.
'아홉시간만 있으면 집에 도착한다. 이제 잠을 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눈을 감을수록 정신은 또렷해졌다.
창문 가리개가 내려져 있어 밖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9시간이 넘게 비행하는 동안 세 번의 기내식이 서비스 되었다.
잠든 아이가 깰까봐 조용히 기내식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 사이로 따뜻하고 맛있는 냄새가 풍겨 나왔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본지 얼마였더라?
"응?"
"깼어?"
"응"
"먹을래?"
"응"
젖병만 물던 아이를 안고 탔던 비행기였다. 이유식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분유를 더 많이 찾던 아이가 입 안에서 우물거리는 음식을 더 좋아할 정도로 자라 있었다.
닭고기와 채소를 넣고 볶은 밥과 모닝빵, 돼지고기와 스크럼블을 얹은 밥까지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될 때마다 아이는 잠에 깨서 동그랗고 까만 눈을 반짝였다.
아이가 남긴 음식을 서둘러 먹는 동안 복도 쪽에 앉은 젊은 여자는 와인을 한 잔 더 요청했다.
여자가 컵을 드는 모습을 보던 아이도 컵을 들어 물을 청했다.
실컷 먹고 잠든 아이의 볼을 콕콕 눌렀다.
"어떻게 알고 일어나니?"
"응? 밥주는거 어떻게 알았어?"
푸우~ 푸우~ 아이는 깊은 숨을 내쉬며 잠에 빠져 있었다.
복도쪽에 앉은 젊은 여자도 와인과 맥주를 세잔 쯤 마신 후 술냄새를 풍기며 자고 있었다.
아이를 안고 그에게 가기 위해 탔던 비행기와는 모든 것이 반대였다.
좌석 절반 정도가 비어 있어 잠이 든 아이를 빈 좌석에 눕힌 채 재울 수 있었다.
세 번 정도 분유를 먹였지만 미리 분유를 담아둔 젖병에 따뜻한 물을 붓기만 했기에 번거롭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보채지도 않고 뒷 좌석에 앉은 사람들과 까꿍 놀이를 하고, 미소로 미모의 스튜어디스의 마음을 홀리던 아이는 이착륙 때의 저항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오히려 진동과 기압을 즐기며 발을 굴렀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날과 오늘을 비교하는 나의 마음은 뒤틀려서 모든 것을 쏟아낸 걸레같이 메말라 있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씻어 나온 젖병에 분유통을 열어 앉은 자리에서 분유를 타고 물을 부었다. 챙겨나온 젖병도 하나 뿐이라 행구지 못한 젖병에 분유를 타서 세 번이나 먹여야 했다.
한 번 입을 뗀 젖병 안의 분유를 모두 버리고 씻고 소독하고 건조한 후 다시 분유를 타서 먹일 수 있었는데,
우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었다.
"저기요. 머리 좀 이리 보내지 마세요. 자꾸 넘어오잖아요!"
뒷 좌석에 앉은 젊은 남자가 복도쪽에 앉은 여자를 향해 항의하고 있었다. 포니테일로 길게 늘어뜨린 머리채가 뒷좌석으로 넘어가 흔들리고 있었다. 여자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머리를 옆으로 넘겼다.
"저기요! 머리 치우라구요"
좌석에 부착된 태블릿 화면으로 태평양을 가로질러 한국까지 점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위로 작은 비행기가 화살표를 향해 움직였다. 깜빡 깜빡.
우리는 지금 알래스카를 지나고 있었다.
드넓은 태평양을 건너기 위해 9시간.
그렇게 멀리 떠나왔던가.
그렇게 멀리 떠나올 만큼 나는 그를 믿었던가?
"사랑하기는 했니?"
"뭐?"
"너 나를 사랑하기는 했냐구?"
흰자위를 희번덕거리며 나를 다그치던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랑?
휴대폰을 뒤져보고, 데려오지 말아야 했다며 식탁 앞에서 외치던 너는?
너 같은 건 정신병원에 보내고 아이는 새엄마가 키우면 된다고 하던 너를?
사랑?
그래, 내 삶에서 가장 많이 사랑했던 사람은 너였을 거야.
하지만 이제 우리 사이에 사랑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
그를 미워했다. 나를 끌고 들어가서 내 삶이 불행해도 괜찮다고 하는 그를.
사랑했냐고 물어보는 그에게 나는
미움과 원망, 좌절과 분노, 실망, 고통, 포기,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미워하는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비행기는 점점 화살표에 가까워졌다.
눈부신 햇살이 덧창이 내려진 작은 창안으로 밀려 들어왔었는데 태평양을 지나는 동안 덧창 틈으로 주홍빛이 번지더니 분간되지 않는 어둠으로 바뀌어 있었다.
"잠시후 우리는...."
트렁크 하나 챙기지 못했기에 우리는 가방을 둘러맨 채 입국장까지 단숨에 나올 수 있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반짝이며 단단한 바닥을 가뿐하게 걸어 나갔다.
"어! 여기!"
"엄마!"
"너네 안 오는 줄 알고. 흑 흑"
"우왕~"
"왜 울어 우리 애기"
할머니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오는 내내 잘 먹고 잘 자던 아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어! 어! 놀랐어? 할머니가 너무 크게 불렀구나. 아가 울지마. 아가. 괜찮아"
나는 울고 싶지 않았다.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 공항에서
"이제 우리 간다"며 웃으며 인사하고 떠났다. 이렇게 돌아오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는 할머니를 기다렸다는 듯 그 손길을 향해 손을 뻗쳐서 품에 안겼다.
"나는,,,, 너네 못 오는 줄 알고"
눈물을 꾹 꾹 눌러 삼키는 할머니의 떨리는 목소리에 아이가 작고 통통한 손가락으로 할머니의 목을 쓰다듬었다.
"왜에? 내가 출발한다고 톡 보냈는데"
"안 왔어"
"공항에서 보냈는데, 비행기 놓칠까봐 톡 보내고 바로 전화기 껐어. 그래서 안 갔나 보네. 인터넷이 잘 안되더라구"
아이는 할머니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코, 입술, 볼, 눈을, 이마를 더듬었다. 전화기 속에서 인사를 전하던 할머니 모습이 사라지면 휴대폰을 두드리며 우앙~하고 울던 아이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할머니의 얼굴을 만지며 진짜인지 더듬어 확인하고 눈으로 담아드고 있었다.
"울지 마. 우리 잠깐 앉아서 주스 한 잔 마시고 가요. 비행기에서 내내 주스 먹고 싶다고 했어"
"그랬어?"
"우리 애기 이제 뭐 먹고 싶다고 말도 해요"
"그래, 그래, 주스 먹고 가자"
"벌써 밤이네"
하루 사이에 태평양을 건너 집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Should be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