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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작가

by 살살이v

좋아하는 저자 중 한 사람인 김민식 PD님의 대표 저서이다. 꼭 영어 방법의 노하우를 알고 싶다기 보다는 작가의 과거 인생사가 위트 넘치는 사연들과 함께 소개돼 있다. 책 내용 대부분 내가 평소에 생각해 오던 부분들과 일치하는 것들이 많아서 쉽게 읽혀졌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외국어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바로 어른이라는 것

2. 언어 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동기(motivation)라는 점

3. 외국어 학습은 학문이 아니라 신체단련 (physical training)과 더 유사하다는 점

4. 여러 소재를 이것저것 손대는 것 보다 한놈만 죽어라 패는 법



실제로 하나의 외국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 1800~2000개 정도의 어휘만 구사하면 일상 생활정도는 무리가 없다고 한다. 5천개 정도의 어휘만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으면, 그 해당 언어로 논문을 쓰지 않는 이상, 그 언어를 정복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러 어려운 단어를 공부하기 보다는 쉬운 단어의 다른 용법에 관해 고민해 보는 것이 훨씬 다채로운 언어 구사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전격적으로 하나의 언어를 공부한다면 6개월 정도면 언어를 마스터 할 수 있다고 한다.



언어 공부에 있어서 일단 목표 설정 및 왜 해야하는 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른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언어 공부도 정체기가 오고 회의감이 드는 시기가 오게 마련이다. 게다가 언어 라는 것이 선형적으로 실력이 느는게 아니라 어느 순간 조합이 가능해지면서 확 늘게되는 계단형 학습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또는 재미가 시들해졌을 때 다시 한번 부스터를 내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동기 부여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로의 여행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자녀 교육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얼마 전 TED에서 흥미롭게 본 미국의 심리학자인 엔젤라 더크워스(Angela Lee Duckworth)의 그릿(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rverance)이라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수년간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그리고 뉴역에서 수학을 가르친 경험과 전문 경영 컨설턴트의 이력을 가진 그녀가 내린 결론은 학습에 유의하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IQ도 아니고 가구 소득도 아닌 바로 '근성(Grit)'이라는 것이다. 처음에 잘하는 것이 물론 흥미를 유발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더 잘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선순환 구조를 오래 유지하다보면 습관이 되고 그런 습관이 결국 그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누구나 안해본 일을 배워나가다 보면 어려움에 봉착할 때가 온다. 그 때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와 그만 두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의 차이는 바로 이러한 근성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외국어 학습 뿐만 아니라 어떠한 장르의 배움에도 해당되는, 어찌보면 모두 아는 이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중도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근성의 결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자의 인생에서도 나타나듯 통변역 대학원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펼쳐질 삶에 어떻게 영향을 줄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파업 주도로 징계를 먹은 일로 저자는 새로운 작가로서의 기회가 열리게 되었다. 지금 즐기면서 배우는 외국어 공부가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정말 알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꼭 도움을 받고자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을 담는 그릇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알아가는, 세상의 지평을 넓혀가는 재미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모두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보다 20년 정도 먼저 비슷한 사회를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20년 뒤를 상상해 보았다. 문득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에서 내건 광고 슬로건이 생각난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무엇이 변할 지, 또한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 알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겠다. 그것이야말로 본질에 이르는 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책에서 등장했던 어설픈 번역 문구로 마무리한다. 띄어쓰기는 역시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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