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작가, 빅데이터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로 세바시에서 처음 보게 된 송길영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포니 테일의 헤어스타일이 인상깊었다.
박학다식하며 질의응답에 능한 그가 항상 강연에서 차마 마저 보여주지 못한 내용이 있을 것 같아서 그의 책을 보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으로 2021년 말에 나온 [그냥 하지 말라] 라는 책이다. 얼핏 보았을 때는 하지말아라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었지만, 책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조금은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책 제목이 이해가 갔다. 항상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숲을 보고 생각을 하고 시작하라는 내용이다. 책에서는 빅데이터 및 키워드로 분류되는 사회 시대상의 흐름이 군데군데 나타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풀어나간다.
여러 블로거 및 독자들이 여기에 관해 인상깊었던 내용들을 포스팅 하고 있다. 각자 느낀 바가 다를테고 또한 한번 읽었다 하더라도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했을리 만무하다. 이 중 몇가지 기억에 남는 구절을 소개하자면,
'Technology is anything invented after you were born, everything else is just stuff.'
현대 태어난 애들은 전자책이나 터치스크린이 오히려 stuff에 해당할 수 있고, 가나다 순으로 검색해야 하는 종이책이 기술을 배워야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공감이 갔다. 과거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당시에는 파격적인 신기술이었지만, 대량 생산 이후에 태어난 우리 세대에서는 그저 stuff인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자식 세대에서는 스마트폰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그저 stuff라는 생각이 든다. 변화하는 기술만큼이나 끊임없이 자기계발 및 재사회화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해가지 않는다면 도태될 뿐이며,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질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공포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나하면, 여전히 다수의 사람은 관성이 지배하듯이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드라도 사람이 중심인 인본주의는 변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사회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지향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을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이 어느 시대보다 요구된다고 생각된다. 우리 자녀들은 현재 매몰된 편협한 세상이 아니라, 좀더 넓은 시야와 현명한 시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또 하나 기억나는 구절은 우리는 1)혼자 2) 오래 3) 나없이 살 것이라는 예측이다. 10년전에 예측한 키워드대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거대한 경향이며 앞으로 10년동안 추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도로 분화된 세상에서 장수하는 인간들이 확대된 비대면 업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맞추어 산업구조 및 사업을 해야 시장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여겨진다.
'창의성과 그에 따른 성과가 균등하지 않다'
라는 구절도 와닿았다. 세상은 몇몇 창의적인 사람들이 이룬 성과를 공유하면서 부를 축적해 왔다. 이런 경향은 미디어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 체계, 효율성을 추구하는 고도의 분업화 속에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100여년 전에 광대가 공연을 하면 시야가 뻗치는 오프라인 무대에 동원할 수 있는 관객 100~200여명이 전부였을 것이다. 또한 공연 시간대별 장소별로 시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제한된 사람만 공급된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 BTS가 뮤직비디오를 찍고 유튜브에 올렸다. 요즘은 대부분의 오지에서도 인터넷공급이 되며 스마트폰도 널리 보급되어 있다. 한반도와 대척점에 있다는 지구 반대편 에콰토르 앞 해변에서도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보며 댓글을 달 수 있다. 낮과 밤도 없고, 세계 어느곳에서든 BTS는 핸드폰 화면 속에서 춤을 추며, 되감기 무한반복, 구간반복 등 시공간을 초월해 동시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얻는 파급효과도 이전에 비해 몇억배는 증가했으리라 본다. 이로 인해 예전 지역 사회나 또래 집단에서 공유하던 문화 컨텐츠 제공자는 설 자리가 좁아졌을 것이다. 음악 분야를 예시로 들었지만, 그야말로 전분야에 거쳐 '창의성과 그에 따른 성과가 균등하지 않다는 것'이 느낌적으로 이해되었다.
The remotes
The essentials
The unpaid
The forgotten
앞으로 4가지 직군의 사람들만 존재하리라는 담대한 예측도 인상깊었다. 다소 뼈 때리는 구분이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지능 및 자동화가 더욱 보급된다면 원격으로 한명이 많은 사람의 역할을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필수적인 인력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실업자 및 소비자로의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사회보호대상자로 전락할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The forgotten 역시 추후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중대한 사안이며, 사회 갈등의 소지가 되기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은 다양한 키워드의 트렌드를 분석해서 나름 세대의 변화를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모든 트렌드 책이 그러하듯 결론 및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또한 저자가 밝히지 않은 다른 빅데이터 트렌드가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아끼는 듯한 인상이 있다. 무엇이든 문제제기는 비교적 쉽다. 문제의 해결안까지 제시하려면 여기에 대해 좀더 심도있는 성찰 및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상에 대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부터 해결의 방안이 생긴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도 방향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