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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he shallows, 니콜라스 카 (Nicholas Carr)

by 살살이v

초창기 멀티태스킹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당시, 제록스사에서 컴퓨터로 멀티태스킹을 시연하자 과학자들이 너무 산만하여 집중할 수 없다고 중도 퇴장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매일같이 컴퓨터와 휴대폰을 오가면서 수없이 많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과연 책에서부터 IT 기계로의 전환이 일시적인 것일까 혹은 대세적 흐름일까? 책은 점점 e-book으로 대체되고 말것인가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로 살아남을까?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는 곧 메시지다'라는 말로 소통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바뀌는 미디어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혹은 더 나아가 뇌의 구조나 형태도 바뀔까? 평소 많은 의문이 있었던 나로서는 읽지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은 니콜라스 카 (Nicholas Carr)의 2010년 대표저서로 다른 책들을 보다가 인용이 많이 되길래 찾아보게 되었다. 저자는 1959년 미국 태생으로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했으며 기술, 사업, 그리고 문화 전반에 관해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NY times가 지정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도 하고 퓰리처 상 비소설 부문 최종 후보작으로 오른만큼 영향력이 있었다.

제목부터 자극적으로 The Shallows이다.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A star is born에서 부른 노래 shallow가 떠오르기도 한다. 영어 사전 정의상 shallow는 다음과 같다.

An example of shallow is a person who only cares about someone's looks and how much money they have.

부제는 인터넷이 어떻게 우리가 생각하고 읽고 기억하는 것에 영향을 주는지이다. 그는 이에 관한 여러 자료와 논거들로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위와 같이 정한 까닭이 사람들이 점점 본질을 잃어가고 얕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 곳곳에서 오래된 '미디어는 메시지다' 는 마샬 맥루한의 문구가 보인다.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인간은 기계 사회의 생식기'라는 표현을 쓸 만큼 다가오는 기계 중심의 사회에 대한 경고를 하였다. 그런 마샬 맥루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작가 역시 이 책에서 정보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보가 어떠한 식으로 전달되는가, 즉 전달 방법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는지 '뇌가소성' 이라는 개념을 통해 상세히 보여준다.

언어의 역사는 곧 사고의 역사이다. 쌍방향 소통이 손쉬운 정보화, 인터넷 시대에 맞추어 우리 언어에도 변화가 일고 있고 또한 우리의 사고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대중적인 독서가 전체 지적 역사에서 보았을 때 예외적 상황이라고 여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3가지로 금속활자, 화약, 나침반을 꼽는다고 한다. 나역시 그만큼 문자의 대중화가 우리 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다고 본다. 구텐베르크 이후 50여년간 발간된 책이 이전 1000여년 동안 발간 및 필사된 전체 책 권수 보다 많다고 하니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책으로 대표되는 활자가 가진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는 컴퓨터,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단말기가 보편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독보적인 위치에 존재하게 된 배경으로:

1. 모래가 묻을 걱정 없이 해변에 들고 다닐 수 있다.

2. 떨어뜨려도 무방하다.

3. 콘센트가 필요없고 배터리 충전이 필요없다.

4. 읽기 편하고 여백에 매모와 밑줄이 가능하다.

5. 빌려줄 수 있고 무게 및 휴대가 간편하다.

를 들고 있다. 19세기 신문이 퍼지자 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되었고 또 20세기에는 축음기가 개발되자 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은 위와 같은 독보적인 장점으로 잘 살아남았다. 하지만 최근 킨들로 대표되는 아마존의 E-book들의 공세가 예전과 사뭇 다르다고 한다. 비록 출판업계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향후 추세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독서라는 행위는 비록 저자가 종이에 옮겨놓은 잉크를 읽는 것 뿐 아니라, 독자 자신만의 해석과 상상력 및 재구성으로 완성된다. 어떻게 작가가 묘사하였든 간에 독자 나름의 경험에 빗대어 재구성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진정한 독서는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 볼 지어도 그 사이에 독자의 경험 및 관점에 따라 책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뇌 가소성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미디어의 변화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저자와의 상호작용을 하는 기쁨을 다른 이들도 많이들 느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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