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 관한 흥미로운 관점
좋아하는 작가의 과거 작품을 찾아 읽는 것은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10년전 발간 된 책이긴 하지만 과학콘서트 이후 정재승 교수와 진중권 작가가 쓴 크로스를 읽어보았다. 프롤로그에서도 밝히듯이 이 책은 미학자와 과학자가 만나서 세상에 관한 서로 비슷하면서도 상이한 관점을 풀어놓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부각되었다고 본다. 하나의 주제에 관한 차이점이라기 보다는 엄밀히 말하면 같은 소재를 놓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이해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만, 여러 가지 주제에 관해 다루다보니 내용의 깊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주제가 서로 통일되지 않는 부분도 다소 보였다.
책 내용 중에서 몇몇 흥미로웠던 점이 보였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는 곳이라는 점, 탄생 배경과 그리고 스타벅스만이 가지는 전략을 볼 수 있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음악과 미술 공부 중 어느 것을 중점적으로 집중할 것인가에 관해 아내와 토의한 적이 있었다. 음악적 기술 연마는 시간이 지나도 몸에 배어서 후에도 써먹을 수 있고, 또한 현악기를 다룬 다면 왼손도 많이 쓰게 되어 두뇌의 좌우반구 발달 및 뇌교량(corpus callosum) 발달에 좋다고 한다. 따라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어릴 때 집중적으로 배운다면 여러모로 미술에 비해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미술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음악도 마찬가지이지만 완성된 작품 이전까지는 어찌보면 미술 창작에 들이는 공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리고 완성된 그림 한 점 해보았자 어찌보면 자기 만족 외에는 아무런 가치를 띄지 않으며 또한 직업이나 전시회를 연다고 하더라도 수입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이 최근 많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다. 미술이 과연 캔버스에 물감을 옮기는 작업이 전부일까라는 의심이 들면서부터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미술 작품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미적 감각 자체는 어찌보면 타고난 재능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부터 비슷한 유형의 경험에 대한 노출의 산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옷을 고르거나 자동차를 고르거나 나중에 사업을 할 때 실내 인테리어를 선택할 때 본인의 taste(gout)이 많은 역할을 하게 될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기술은 아니지만 그러한 나를 특정짓는 요소들이 합쳐질 때 오롯이 타인과 구분되는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역시 세상에는 효율이 떨어지는 공부는 있을지라도 도움 안되는 공부는 없나보다. 스티브 잡스 역시 대학 시절 유일하게 도움되었던 강의가 서체라 하지 않았던가.
스타벅스 역시 커피를 파는 카페에 그쳤다면 전세계 브랜치를 가지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확장 이면에는 바로 문화를 소비하고자하는 대중의 심리와 자체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코드화 하였다는 점에서 미술적인 감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애들 교육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듯 하다.
이 책에는 그외 몇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뉴스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평소에도 나는 왜 항상 뉴스에는 부정적인 것들만 가득한지, 날씨를 제외하고 뉴스에 나오는 소식들이 도대체 나의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기 어려웠다. 대부분 뉴스는 다른 어린이용 애니매이션이나 엽기적인 스토리를 보이는 중년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보다 그나마 틀어 놓기 나았기 때문에 티비 화면에 등장한 것이리라. 뉴스 한시간 동안 나오는 내용을 잘 살펴보시라.
대부분,
1) 정치인들이 싸우는 이야기
2) 절망적인 경제수치
3) 사회 흉악범 및 나와 상관없는 사건사고 들
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특히 고군분투 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는 정치인들의 말한마디나 일년에도 수백경기 열리는 경기 스코어보다도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못한다. 좀더 세상을 바꾸는 현실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도 좀더 발전적인 관심이 가지 않을까.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이끄는 구조가 어서 빨리 혁파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