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와 조절
'카고 컬트 (Cargo cult)'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 '멀티팩터' 라는 책에서 보게 된 내용이다. 원주민이 사는 섬에서, 미국 공군이 비행기를 착륙 시킬 때 형광봉을 휘두르는 착륙유도하는 행위를 보고 착륙유도행위를 하면 비행기가 날아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보고, 미 공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자신(원주민)도 막대기를 쥐고 비행기를 부르는 의식을 행하면 비행기가 자신에게 날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대표적인 원인-결과의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이러한 카고컬트가 많이 행해지고 있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 없이 겉보기로 드러난 인과 관계를 마치 본질인양 착각하는 행태이다. 인지과학에서도 많이 지적하듯이 사람은 본질적으로 과거의 본인의 직접 경험 및 간접 체험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인과관계를 해석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리고 익숙한 스토리 텔링에 입각해서 만사를 '기-승-전-결' 혹은 '권선징악'의 아름다운 구조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살면서 많은 판단 혹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항상 이러한 오류의 가능성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 김정운의 '노는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에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동화 (Assimilation)'으로 인간의 인지구조에 의해 환경이 변화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조절 (Accomodation)'으로 환경에 맞춰 자신의 인지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정리해 놓고 보면 인간이 변하든지, 환경을 변화시키든지 둘 중 하나라는 당연한 결론인 듯 하지만 매번 이를 인지하고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간은 동화와 조절로서 자연과 영향력을 주고 받는데 자신이 동화되고 있는지, 또는 조절하고 있는지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이 다수 존재하는 세상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것은, 바로 자기가 영향받을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전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복잡성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한 개인이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동화를 통해 조절을 하는 것일 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