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이 주는 익숙함
회사를 다닌 지가 7년 2개월이 되었고, 난 여전히 회사에 적응 중이다. 왜나햐면 회사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의 인사이동 및 조직 개편 시기에 맞물려서 간부직원들은 본인의 인사이동, 현 부서의 인원배치, TO 확대 또는 유지 요구 등의 관련이슈로 동분서주를 하고계시다. 난 이제 막 입사한지 7년 된 실무자로서 관련 이슈들이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서장의 부서 TO관련 검토의견 작성 및 제출 요청에 당황스러웠다. 부서 인사관련 사항은 부서장 및 고참급 실무자가 본인들이 회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부서 전반 현황을 파악하고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사항으로 알고 있었고,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매우 민감하기에 직접 부서장과 고참급 실무자들이 챙겨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생각이 맞지 않을 수는 있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은 된다.)
평소 직원들에게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업무수행자세와 직원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를 삼가라고 강조하시면서, 정작 중요한 부서 인사관련 업무를 아직 중간관리자급의 물리적으로 근무 연차가 충족되지 않은 실무직원에게 요청하는게 앞뒤가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중요한건 못 챙긴다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부서장이 신뢰를 해서 요청을 한거겠지만, 평소 직원들에게는 업무자세를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과 고참급 실무자들이 챙겨야 할 것을 고참급 실무자들에게 요청하지 못하는 건 물론 못 챙기는 행위들을 보고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물론 부서장은 타 부서장 또는 간부직원들에 비해 내로남불의 정도가 약하고, 부서장으로서 책임을 다 하시고, 부서원들의 디테일한 사정을 배려해 주는 손에 꼽는 간부직원이시긴 하지만,
그 외 회사의 간부직원들에겐 부서원들에게는 업무자세에 대해 질책을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본인의 위치에서 중요한 걸 해야한다는 걸 알면서 회피를 하고, 부서원들에게 질책만 하고 본인은 괜찮타는 식으로 질책한 행동들을 하는 ‘내로남불’의식은 자연스럽게 심어진 거처럼 보였다. 물론 안 그러신 분들도 있으시지만 안 그러신 분들이 묻힐 정도다.
(내로남불의 예시는 아래 링크 참조)
또한 회사의 육아관련 제도 중 하나인 육아시간 제도를 악용하는 부서원을 보고 아무말도 못하고 쉬쉬하는 분위기 또한 이상했다. 해당 부서원은 육아시간 제도 본질을 떠나 수액을 맞고 왔다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공개적으로 부서에 말을 했고, 들은 사람들은 당혹해 했지만, 쉬쉬하고 넘어갔다. 나도 이에 대해 말을 하고 싶었으나, 외모, 가족 얘기 등 나를 비롯한 부서원들의 귀를 불편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이미 여러차례 언급을 했기에 넘어갔다.
이러한 행위들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한 두 사람만 그러는게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이 비슷하게 행동하고, 그 사람들이 집단에서 과반을 넘는 다수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래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심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과 대한민국 사람들의 겸손과 조용함이 미덕이라는 특성 때문에 쉬쉬하게 되는 것인데, 이 또한 익숙해진 거다.
왜 익숙해지는지 회사라는 장소의 특성을 보고 생각했다.
회사의 경우 사회문란(음주운전, 성비위 행위 등)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누가 봐도 일을 못하거나 빌런이거나 고문관스러운 행동을 해도 본인의 퇴사의지가 있지 않는 이상 정년까지 계속 다닐 수 있는 곳이다. 한 번 들어오면 30년 이상을 짤리지 않고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이다.
회사 사람들은 24시간 중 취침시간을 제외하고, 약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 회사에 머물게 되는 데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더 길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내로남불과 쉬쉬하는 분위기를 맞이하는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면서, 익숙해진 사람들이 모여짐에 따라 회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높이의 심리적 우물이 되어지는 것이다.
즉 우물 안 개구리들이 되는 것이다.
마치 왕조시절 내관과 궁녀들이 5살, 6살 때 입궁하고, 신체적 수명이 다해져서야 퇴직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내관과 궁녀들은 평생을 왕족들과 궁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거진 평생을 살아가고,
궁궐에서 일어나는 각종 반복되는 행위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아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르고,
행위들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없이 익숙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깥을 나가서 다른 세상을 볼 일이 극히 드물기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거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1) 누구나 다 그러고다니니 그래도 된다는 생각과 쉬쉬하는 모습,
2) 조용함이 미덕이라는 의식,
3) 아니다 싶거나 옳다는 걸 말을 해서 집단에서 튀는 행동을 삼가는 건
본인이 집단에서 튀는 행동을 한 경우의 부작용(이목집중, 평판저하, 윗사람 심기 불편초래 등)을 감수하기 싫은 인간의 본능일 수는 있다.
그러나 회사 밖을 나가면 회사에서 익숙한 모습들은 이질적인 모습들이 될 것이고,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나의 앞 선 언급들과 생각에 대해 과하다고 할 수있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내 자신도 타 회사사람들이 보면 공공스러워 보일 정도로 불완전한 사람임에도,
익숙한 행동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판을 신경쓴다고 눈치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말들을 남기고 싶다.
눈치를 볼거면 본인이 한 행동들에 대해 5분이라도 생각해보고,
본인이 괜찬타고 생각한 익숙한 행동들이 누구에게는 불편함을 줄 것이라는 걸 본인 스스로 조금이라도 인지를 하고 제대로 눈치를 보기를,
익숙한 행동에 대해 당연히 옳다는 생각이 들면 눈치를 보지 말고,
다른사람들을 신경쓰는 척, 걱정하는 척을 하지 말기를, 차라리 당당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