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초청은 기술이다:

고액자산가 대상 이벤트의 현실과 설계 전략

by Yun

한국의 고액자산가를 위한 VIP 이벤트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다. 그것은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하는 ‘기회의 장’이자, 고도로 민감한 접점이다. 대부분의 실무자들은 “고객을 초대하면 오겠지”라는 기대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초청장을 보낸다고 해서 참석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오겠다고 한 고객이 마지막에 참석을 취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가일수록 일정 제어권이 낮고, 대부분의 초청 행사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VIP를 움직이기 위한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VIP 이벤트는 ‘초대 그 자체’가 아니라 ‘정당화된 이유’를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히 “VIP 고객을 위한 감사의 밤”은 초청의 명분이 되기 어렵다. 대신 고객의 호기심과 실질적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구체적 주제를 내세워야 한다. 예컨대, “하반기 부동산 트렌드와 세무 이슈에 대한 전략적 대응” 또는 “가족신탁과 2세 증여 구조 설계 사례 분석”과 같이 당장 본인의 자산과 연결될 수 있는 현실적인 주제는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둘째, 초청 고객 풀은 무작위가 아니라 ‘신뢰 네트워크 기반의 제한형’이어야 한다. 무분별한 초청은 오히려 고객의 경계심을 높인다. 오히려 이미 고객과 관계를 맺은 기존 고객, 또는 고객의 지인 중에서 공통 관심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2~3명을 제한적으로 초청하는 것이 응답률이 높다. 특히 “고객님께서 특별히 초청하고 싶어 하신 분이 계시면 함께 오셔도 됩니다”라는 식의 접근은 고객의 체면을 세워주는 동시에 새로운 유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셋째, VIP 고객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환경 설계가 중요하다. ‘정보는 유익하지만, 참여는 가볍게’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예컨대 소규모 프라이빗 디너 포맷으로 고급 레스토랑의 세미 프라이빗 룸에서 진행하거나, 와인 테이스팅과 전문가 대담을 결합한 프로그램은 ‘사적인 자리’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 또 부부 단위 혹은 자녀를 동반한 참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고액자산가는 가족 중심의 사고를 하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경험’을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형식의 이벤트는 ‘여행형 모객 프로그램’이다. 인플루언서와 동행하는 맞춤형 여행은 단순한 해외 트립이 아니라 ‘경험 설계’ 그 자체다. 예컨대 “유명 여행 인플루언서와 함께 하는 스페인 와이너리 탐방” 혹은 “건축전문가와 떠나는 이탈리아 클래식 건축 투어”는 지식, 취향, 문화가 결합된 고차원적 콘텐츠로서 VIP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때 인플루언서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고객이 존중할 수 있는 ‘전문가’나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여야 하며, 일정도 사적 경험 중심으로 커스터마이징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벤트 설계에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참여 결정까지 반복적인 설득은 오히려 독이 된다. 한번 설명 후 일정 여유를 두고 고객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유도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응답이 없으면 차라리 리마인드 없이 넘어가는 것이 좋다. 둘째, 참여 의사를 밝힌 고객에게는 ‘이벤트의 흐름’과 ‘기대 포인트’를 사전에 충분히 안내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는 고객님의 자산 상황에 맞춘 1:1 시뮬레이션 시트를 제공할 예정입니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예고는 고객의 기대치를 높이는 동시에 참여 당위성을 강화해준다.


마지막으로, VIP 이벤트는 그 자체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관계 형성의 입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벤트 당일에 상담을 유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팔로업 미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행사 이후 고객님의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보고서를 전달드리겠습니다”라든가 “함께 참석하신 분들과 골프 라운딩을 계획하고 있는데, 동참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등의 후속 커뮤니케이션은 고객과의 지속적인 접촉 기회를 만들어준다.결론적으로, VIP 초청은 단순한 ‘모임 개최’가 아닌, 철저히 ‘신뢰와 서열 구조’ 위에서 작동하는 접점의 예술이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정보, 명분, 동선, 대우, 후속까지 풀 설계를 해야만 하며, 그 안에서 브랜드나 상품은 오히려 부차적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배치되어야 한다. 고객의 자존심을 긁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의 고유한 품격을 전달하는 일, 그것이 바로 ‘VIP 초청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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