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세컨드라이프 준비해야지?
일단, 눈물부터 좀 닦고.
정년 퇴직 하신 외국계기업 전 상사로부터 성공적인 재취업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년까지 가기도 힘든 것인데 그 나이에 재취업까지.
퇴사했어도 유지되고 있는 단톡방에 어느 날 아침. 한 장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멋들어진 작업복과 함께 엄치척을 날리고 계신 전 상무님. 코리아지사 매니저로 상무로 계셨던 분입니다. 단톡방은 난리네요.
상무님 축하드립니다~
제2의 인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멋지십니다.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응?!)
등등.
전 상무님의 세컨드라이프를 축하하는 글이 도배됩니다. 대단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부럽기도 하네요. 30년을 직장생활을 하셨던 터라 퇴직금도 아주 넉넉하게 받으셨을 테고, 연봉도 높으셨으니 그간 벌어왔던 돈까지 대충 계산해 보아도 몇 억은 그저 우스운 금액.
정년 후 세컨드라이프를 준비하고 이미 시작하신 전 상무님.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이때, 회사를 뛰쳐나와 세컨드라이프를 준비하는 저.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걸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 하고 있는 수많은 직장인.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매출을 올리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자영업 및 사업자.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저 같은 사람들까지.
그 누구 하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에 정형화된 길이 있을까요. 친구 녀석이 얘기한 것처럼 네비에 없는 길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매우 험난하죠.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외치던 미생 속 캐릭터. 오늘 날씨가 춥더라고요. 이런 추운 날씨면 지옥불에 잠깐 손 좀 녹여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응?!)
불안한 마음 하루하루 더해져 가지만 그래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라고. 아직은 보이지 않는 그것을 향해 앞으로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나 자신을 다독여 봅니다.
오늘 제가 좋아하고 따르던 전 회사 선배에게 카톡을 했어요.
바쁜 센? 통화 고고?
ㄱㄱ
바로 전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바빠요?
바쁘지. 많이 바쁘지. 언제나 직장인이 똑같지 않겄냐. 넌 어때?
저야 뭐 와이프 눈치 보며 아주 잘 살고 있슴다. 하하하. 벌써 퇴사한 지 두 달 넘어가요.
야 두 달이면 아직 6개월 되려면 멀었네. 지금을 즐겨라 인마.
네, 저도 6개월 즈음 지나면 뭔가 또 다른 결정을 준비해야 할 거 같아요.
그렇지 현실도 봐야 하니까. 아무튼 아직 멀었어. 이제 두 달 되었는데.
오며 가며 지나가게 되면 연락 주세요. 커피라도 한 잔 해요.
그러자.
여전히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살고 있는 선배이자 형. 뼛속까지 직장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 사람.
어떤면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나도 저랬었는데. 왜 하필 몇 번의 이벤트가 내 삶에 껴들어와서 이렇게 휘저어 놓은 건지.
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저 말이 적용되는 적절한 '때'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요즘이네요.
바로 오늘이 나에겐 제일 젊은 날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걷다 보면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요.(방금 로또 자동 만 원어치 샀어요. 인생 한방.)
오늘도 즐거운 하루, 뿌듯한 하루, 보람찬 하루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세상 귀찮은 커피나 사러 나가야겠네요.
(커피는 요구르트처럼 고정 배달 같은 거 안 해주나... 쯧.. 매일 마실 자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