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그릇은 쌓아 올려 깎다 보면 얼추 그릇이 되는 데, 사각 접시는 그냥 네모만 만든다고 그릇이 되지 않는다.
흙이 갈라지지 않도록 살살 끝을 들어 올려서 그릇의 경사를 만들어야 하고, 가운데를 티 나지는 않지만 음식을 올렸을 때 국물이나 소스가 흐르지 않을 만큼 파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각판과 굽 사이에 틈이 생기거나 가운데를 너무 많이 파서 얇게 되면 가마에 들어갔을 때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정도껏', '알아서', '잘' 성형해야 한다. 그건 선생님이 일정 부분 알려주셔도 내가 손으로 직접 감각을 배워야 할 부분이다.
판밀기 과정에서 1cm로 밀어 놨던 굽이 붙은 나의 접시들은 그다음 주에 가보니 성형하기 좋은 정도로 말라있었다. 두께 1cm의 그릇이 얼마나 무거운지 혹시 아는 가? 0.5mm의 굽이 붙은 도자기는 거의 600g이 넘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진장 깎아내야 한다.
그릇을 깎을 때는 굽이 붙은 밑부분부터 깎아내는 데 미리 잡아놓은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비닐과 신문지로 아래를 푹신푹신하게 만들어 준 후 그 위에 그릇(이 될 흙)을 올려놓고 깎으면 되는 데, 너무 두껍지도 않으면서 사용하면서 잘 깨지지 않을 정도의 두께로, 그리고 가장자리는 얇고 가운데는 비교적 두꺼워야 한다. 처음엔 팍팍 흙을 벗겨내면 되지만 어느 정도부터는 내가 두께를 생각하면서 깎아낸다.
1cm 두께를 반 이상 깎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릇의 윗면, 아랫면 균형을 살피면서 손으로 만져서 어느 정도 파였는지 감각으로 파악해야 한다. 5개의 그릇은 하루 만에 성형하지 못했다. 이틀에 걸쳐 굽까지 성형을 마쳐야 했다.
화요일에 성형을 마친 후 시간이 남아 무늬 조각을 위해 그릇의 가장자리에 백토를 발랐다.
그 다음주 월요일, 약간 두껍지만 하얗게 잘 발라진 백토에 연필을 이용해 조각할 수 있게 섹션을 나눈다. 연필선은 어차피 가마 속에 들어가면 지워지기 때문에 내가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만 여러 선을 그어도 상관없다.
원형 그릇과 다르게 사각 그릇이 어려운 점은 4곳의 꼭짓점마다 물결무늬가 자연스럽게 꺾인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무늬를 새기면서 꼭짓점을 신경 쓰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결국 몇 군데는 선생님의 손을 빌려 수정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너무 작게 판밀 기를 하는 바람에 무늬를 새겨 넣을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감으로 홈을 파고 백토와 철을 이용해 선을 새겼다. 이 그릇은 나중에 김밥과 초밥을 올려놓고 먹기 좋은 그릇이 된다.
여자처자 무늬도 다 새겼으니 이러나저러나 내 작품이다. 그래서 사인은 빼먹지 않고 뒷면에 야무지게 새겼다.
-완성된 사각 그릇-
"메간 씨, 초벌 된 그릇들 나왔는 데 시간 있을 때 잠깐 들릴래요?"
"네. 지금 갈게요."
처음 만든 작품이 구워져 나왔다는 데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공방으로 바로 찾아갔다. 공방에는 막 가스가마에서 나온 작품들이 책상이고, 바닥이고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어, 메간 씨, 여기 메간 씨 작품. 예쁘죠?"
초벌이 끝나서 붉은빛을 띠는 나의 그릇들은 딱딱하고 부드러웠다. 신기했다. 찰흙 기둥이었던 것이 내 손을 거쳐 이렇게 변한다니...
"초벌 하고 유약 바르기 전에 사포로 좀 더 다듬어야 해서 불렀어요. 보면서 까칠까칠한 부분이나 튀어나온 부분 매끄럽게 만들어야 해요."
조심스럽게 그릇을 들어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잡티를 제거해나갔다. 손과 옷에 가루가 묻어 터는 데 애를 좀 먹었지만 더 예뻐질 그릇을 기대하며 기분 좋게 공방을 나왔다.
그리고 또 한번의 긴 기다림.
드디어 완성본이 나왔다.
그렇게 다듬고 수평을 맞추려고 노력을 했지만 수축률이 있어서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
한달 배운 입문자가 반듯한 사각 접시는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의 멋이 있는 접시가 완성되었다.
집에 와서 고등어구이도 얹어보고
냉동 만두도 한 다섯 개 꺼내서 올려봤다.
색감도 잘 어울리고 음식 자체를 돋보이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그릇이었다.
"이렇게 먹으니 어디 한정식집에서 대접받는 것 같다."
저녁 식사때 고등어를 구워 사각 접시에 올려 상을 차렸는 데 그걸 보시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기분이 좋았다. 이 맛에 도자기 배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