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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메간 Nov 21. 2022

손으로 주전자 만들어보신 분?

핸드 빌딩으로 주전자 만들기

 "핸드 빌딩 클래스는 원형 접시, 사각 접시, 그리고 주전자, 찻잔 순으로 배우게 될 거예요."


 처음 공방을 찾았을 때 선생님께서는 간단하게 설명해주셨다. 사각 접시가 끝난 현재 핸드 빌딩 수업의 하이라이트, 주전자 만들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주전자를 만들게 된 첫날은 공방에 가는 발걸음에도 설렘이 가득 차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공방에 도착해서 수동 물레를 올려놓고 흙끼리 붙일 때 사용할 물을 떠놓고, 앞치마를 입고 도구를 챙겼다. 선생님은 예전에 만들어 놓으신 주전자를 들고 나오셨다. 


 "주전자까지 만들 줄 알면 다른 건 다 만들 수 있어."


 선생님은 주전자를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면 웬만한 것은 다 만들 수 있다고 하셨다. 주전자를 만든다는 것은, 


1. 뚜껑과 몸체의 합이 맞을 것
2. 물대와 몸체, 손잡이의 균형이 맞을 것
3. 물을 따를 때 물대 끝에 물이 맺히지 않게 할 것


이 세 가지를 충족해야 제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니 클래식한 분청 찻주전자를 만들기로 했다. 주전자를 만드는 과정은 모두 코일링 기법을 이용했다. 먼저 몸통을 만들어야 한다. 가마에 들어가면 8~10% 정도 수축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보다 큰 사이즈로 구 모양의 몸통을 만들었다. 



다듬기 전 코일링으로 만든 몸통

헤라를 이용해서 층층이 쌓인 흙을 서로 끈끈하게 붙여주고 매끄럽게 다듬어준다. 지금 부드러울 때 최대한 다듬어야 나중에 깎아낼 수고를 덜 수 있다. 


 몸체를 다 만든 다음에는 위의 구멍 크기를 체크 해놓고 비닐봉지로 꽁꽁 싸서 보관해놓는다.  이때부턴 시간싸움이다. 몸체와 물대, 뚜껑, 손잡이. 이 네 가지가 비슷한 건조상태로 합쳐져야 하므로 몸체가 건조되기 전에 뚜껑, 물대, 손잡이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손잡이는 귀 모양으로, 뚜껑은 아래부터 오목하게 위로 올라가는 매끈한 모양으로, 물대는 비슷한 크기로 세 개를 만들었다. 물대는 너무 크게 만들어도, 작게 만들어도 주전자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를 잘 따져 만들어야 한다. (웃긴 것이 물대를 만들 때는 물대가 남성의 남근을 뜻한다고 해서 그런지 사이즈를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얘기가 음담패설처럼 된다.) 물대와 뚜껑도 코일링으로 만들면 된다. 


 코일링을 모두 완수한 다음 주엔 모두 깔끔하게 갈고닦는다. 하루 종을 표면을 깎고 물 닦기를 해서 매끈하게 만든다. 몸통은 확실히 깔끔하게 하고 싶었는 데 선생님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계셨는지 내가 다른 것을 하는 동안 몸체를 들고 가셔서 물레로 다듬어주셨다. 역시 물레, 매력 있다. 



성형 후  손잡이와 물대를 합친 주전자

 모든 요소가 완성되면 합체를 해야 한다. 물대가 붙을 부분과 손잡이가 붙을 부분을 표시하고 물이 나올 수  있게 꼬치로 몸통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물대의 통통한 부분을 사선으로 잘라 몸통에 붙여준다. 그리고 그 반대편을 정확하게 표시해서 손잡이를 붙인다. 


 뚜껑도 다듬은 몸통 입구에 맞춰 안쪽으로 합을 맞출 수 있게 흙으로 다듬어준다. 밑판 사진을 찍어놨으면 좋으련만, 없는 게 조금 아쉽다. 뚜껑과 손잡이에는 나비를 붙였다. 나비 위에는 산화 철로 붉게 색칠할 계획이다. 



형태 마무리가 끝나면 그림 그릴 부분에 백토를 발라뒀다. 그럼 이제 다음 주에 와서 조각을 하면 된다. 처음엔 전통 목란을 조각하려다가 아직 내 수준이 그걸 제대로 그릴 수 없을 것 같아서 핀터레스트에서 더 쉬운 꽃 그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조각을 위해 일주일 동안 핀터레스트 안을 헤엄치고 다녔다.  주전자를 만든다는 것은 접시보다 신경 쓸 것도 많고 다양한 디자인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작업이라 어렵지만 재밌는 작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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