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서만 하려고 할까?-

산아래 초밥집

by 최담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한다. 유행과 감각에 민감하지만 따라가지 않는다. 눈을 돌려 넓게 멀리 본다. 생각을 바꾼다. 번잡함을 버리고 한적한 곳을 찾는다. 당연한 곳을 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튼다. 그곳에 나만의 카페와 빵집과 맛집과 미용실과 병원이 있다.


누가 올까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든 찾아간다. 어떻게 알릴까 걱정하지 않는다. 알아서 척척 홍보해 준다. 도시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시골에서는 더 적은 경비와 수고와 시간으로 흥한다.


왜? 왜? 왜? 도시에서만 창업을 하려고 할까? 권리금에 보증금과 비싼 임대료까지 지불하면서 뛰어드는 용기가 대단하다.


농촌은 기회의 땅이다. 시골엔 할 수 있는 게 널려 있다. 꿈을 펼 칠 수 있는 무대도 곳곳에 많다. 농촌에서 돈 버는 사람은 농부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사람이 자기만의 생각과 기술과 장점을 살리고 솜씨를 발휘하여 장사를 하고 가게를 운영한다. 톡톡 튀는 발상으로 꿈을 펼치는 젊은이들은 지역의 보배다.


농촌에서 농사만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요, 한계다. 기상이변과 농산물 수입, 정부의 규제와 농자재값 및 인건비의 상승 등 무수한 변수로 인해 농사만으로 자립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신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판단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단, 농사가 아닌 창업은 다르다.


발상의 전환으로 오지에 터를 잡고 성공한 사례가 널려 있다. 꼬불꼬불 산속으로 들어가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삼겹살 집이 있다. 처음엔 길안내도 제대로 되지 않았었다. 은행창구의 대기번호표를 뽑듯 불려 지기를 기다리는 쌈밥집도 산 중턱에 있다. 북새통이 따로 없다. 부럽다.


지역의 명물 속리산 법주사 앞에는 도로 양쪽으로 식당들이 즐비하다. 나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지만 관광객의 감소와 여러 변수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경쟁이 치열하다. 이곳에 몇 년 전 초밥집이 문을 열었다. 연고 없는 지역, 산속으로 찾아든 발상이 대단하다. 자주 찾는 맛집이다. 늘 사람이 많다. 코로나에도 거뜬했다.



팥빙수를 좋아한다. 전국 곳곳에 팥빙수 맛집은 놓치지 않는다. 도시에서 만족하지 못한 팥빙수의 진미를 경계에 있는 읍내의 카페에서 만났다. 지역에서 생산된 팥과 제철 과일, 인절미와 부드러운 설빙의 조화는 팥빙수의 맛을 환상으로 끌어낸다. 마법이다. 먹으면서 포장을 추가한다. 먹고 나면 다시 생각난다. 올핸 여름이 오기 훨씬 전에 카페에 전화를 해서 팥빙수를 언제부터 판매하는지 물어봤다. 가깝지는 않지만 마음먹으면 언제든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가는 곳의 경치 또한 가장 아름다운 코스다. 수려한 산세와 잔잔한 호수가 눈을 즐겁게 한다. 행복 한 스푼 추가다. 행운이다.



빵을 좋아했지만 언제부턴가 프랜차이즈 빵맛에 물리기 시작했다. 좋은 재료와 발효로 만들어낸 진짜 빵을 찾아다녔다. 그런 빵집은 도시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가까운 오지에 있었다.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 토종밀과 재료들로 만들어낸 진짜 빵집을 알게 됐다. 먹을수록 속이 편하고 맛도 일품이었다. 많은 사람이 떠나 버려 한적한 시골 면소재지에 조그맣게 자리한 빵집이다. 유사한 다른 지역의 명품 빵집도 남도의 밀밭 향기 가득한 지리산 아래에 있다. 그분들의 모습은 고요하고 깊다.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추어탕 맛집, 외길이라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한참을 기다리고 가다 서다 도달하는 마을 끝자락 농가 맛집, 돌고 돌아 찾지 못해 다시 돌아 나와 찾아가는 조그만 카페, 그곳을 어디서든 알고 찾아온다. 지역민들보다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짬뽕집도 그렇다.



얼마 전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오는데 길이 막혀 국도로 접어들었다. 아내와 딸과의 동행이었다. 점심때가 되었는 데 차는 점점 외길 산속으로 들어갔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 리 없다며 밥은 도착해서 먹자고 했는데 소박한 나무 간판에 돈가스 메뉴가 쓰여 있는 민가가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곳에 돈가스 집이 자리하고 있는지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들어갔다.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였다. 내부 인테리어는 정겨웠다. 돈가스 맛은 일품이었다. 엉뚱한 곳에 있는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을 발견한 즐거움은 경험한 사람만 안다.



간판도 내걸지 않은 허름한 시골집이 지역의 숨겨진 매운탕 명소다. 모르고 지나 치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이지만 다들 잘도 찾아온다.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데 영업일과 쉬는 날을 반드시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정해 지지 않는 날에 문을 열고 닫는다. 두 분은 세상 편하게 일하시고 손님만 안달 난다.


이젠 차를 몰고 전국 어디든 찾아다닌다.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는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홍보한다. 시간과 거리와 장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떠나지 못하는 도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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