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안녕하세요."

마법의 인사

by 최담

이른 아침, 문을 열고 나선다. 청량한 겨울이다. 1톤 트럭에 조심스레 시동을 건다. 밤새 찬 공기를 견뎌낸 디젤엔진의 둔탁한 소음과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오래되진 않았지만 주인을 잘못 만나 이곳저곳 생채기가 만만치 않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주며 안전벨트를 맨다.

읍내로 나가기 위해 마을을 내려간다. 부지런한 한 회장님, 늘 나와 있는 대수 성(형의 남도 사투리), 한결같은 성준 형님께 큰 소리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한 회장님은 활짝 웃으시며 "일찍부터 어디가?"라고 물으신다. 대수 성은 요란한 손짓과 환한 웃음으로 응대한다. 성준 형님은 조용한 미소로 맞이해 준다. '대추'라는 이름을 가진 발바리도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반가워한다. 부지런함으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나름의 일상을 의식처럼 시작하는 분들과의 아침 인사는 하루를 상큼하게 시작하는 신호탄이다.


일찍 문을 여는 철물점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이른 시간이라 조금은 가라앉은 분위기가 곧바로 환해진다. 덩달아 내가 여는 아침에도 활기가 찾아든다. 이것저것 물건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직원들의 친절이 남다르다. 그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의 위치와 용도와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 놀라운 능력이다. 멋진 두 젊은 친구의 앞날을 힘차게 응원한다.


'새집 만들기' 체험을 할 판재를 구입하기 위해 다른 건재상에 들렀다. 다소 무뚝뚝한 사장님과 직원이 일하고 있다. 몇몇 손님이 보인다. 역시 분위기가 무겁다.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들어갔다. 사장님은 고개 들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직원도 고개를 까닥하며 응대했다. 그만하면 최고의 반응이란 걸 여러 번의 방문을 통해 알고 있다. 좁은 지역의 특성상 필요한 물건을 파는 곳이 한정돼 있다 보니 친절함을 떠나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가 꽤 많다. 당당하게 "안녕하세요." 하며 어색함을 지운다.


흔하고 가벼운듯 하지만 "안녕하세요"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안녕하세요."는 용기다.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주문이다. 서로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추임새'다.

"안녕하세요."는 누구에게나 먼저 건네는 첫인사다. 환한 얼굴과 조금은 또렷하고 볼륨 있는 음성으로 반갑게 전하는 마음이다. 상대방도 덩달아 화답하며 웃는다. 열린 만남의 시작이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서 "안녕하세요." 한정된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쳐도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그냥 스치듯 만났던 사람에게도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사소함으로 마주하는 사람에게도 "안녕하세요." 행사와 단체의 목적을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도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 애매한 서먹함으로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사람에게도 "안녕하세요."

고속버스를 탈 때 기사분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한다. 승객들의 편안함과 목적지까지의 안전운행을 위해 온 신경이 곤두서있는 기사분에게 건네는 "안녕하세요"는 감사와 위로와 응원의 손길이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갈 때도 "안녕하세요."라며 문을 열고 들어간다. 식당 주인과 일하시는 분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안녕하세요."는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다. 아무 탈 없이 편안한 날들이 함께 하길 바라는 지극히 소박한 바람이다. 아낌없이 던지는 "안녕하세요."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청량제다.


"안녕하세요."는 늘 놀라운 마법을 부린다. 오늘도 마법사가 되어 주문을 건다.

어떤 요사스러운 일들과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 앞에서도 모두들 "안녕하세요."

귀한 인연으로 브런치를 방문해 주시고 인내심으로 제 글을 읽어 주신 소중한 분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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