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서도 문학적으로 쓰기
저는 삶에 있어서 재미를 가장 중요시합니다.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 그 하고 싶은 일은 재미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원해왔던 것입니다. 일과 여가를 구별하는 지금의 사회에선 그만큼 찾기 어려워졌다는 뜻이 됩니다. 배우, 가수, 작가 등 예체능뿐만 아닙니다. 선생, 교수 등 많은 분야에서 자기 적성과 일이 일치하고 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최상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여름, 갈증이 심한 땡볕에서 마시는 이온 음료를 상상해보시겠습니까.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목말라하던 음료수와 같은 존재일지 모릅니다. 자기 적성에 맞지 않으면 재미를 얻는다는 건 어렵기 때문이죠. 저는 그런 재미를 예술에서 경험해보았습니다.
예술은 순간이 아닌 평생으로 남습니다. 형이상학적으로 존재하던 어떤 것을 존재로 구현하는 순간,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짜릿한 순간입니다. 저는 그런 예술을 창작하고 싶습니다. 인문 100년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저희 학교에 문예창작학과는 인문사회대학으로 분류된 탓입니다. 저는 실기를 준비한 학생이었지만 비실기 전형인 학생부종합으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확실한 건 문학을 예술이다 인문이다로 구별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의 문화로 문학을 인식하기에 예술도 인문도 둘 다 좋은 의미인 듯합니다.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저 스스로 재미를 찾기 위해 여러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합니다. 비단 시뿐만 아닌 다양한 작품을 도전하고 있으며 직접 무대 위에 올라가 연기를 해보기도 하는 등 말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재미만을 위해 살 순 없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문학을 창작하는 데 있지만 졸업 요건인 토익 점수도 마련해야 합니다. 학점도 남 부족하지 않게 채워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엔 응당 조건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저는 지원 받을 그 어떤 환경이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엔 창작 수업을 많이 듣습니다. 종강 후엔 공모전에 투고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꼭 좋은 결과를 얻을 겁니다. 학과의 특성상, 이공계열처럼 보편화된 공부를 한다고 말하긴 애매합니다. 이론 강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저는 여태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해나갈 예정입니다.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밟아갈 생각이며 중간중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것이 제 삶의 모토이자 방향입니다.
시작 전에 포기하지 않는 자세. 그것엔 호기심이 기원이고 그 기원의 결과물은 재미입니다. 물론 재미가 없는 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어떤 것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될 때까지 도전하다 보니 남들보다 느립니다. 신춘문예엔 4년을 도전했습니다. 등단까진 제 손으로 직접 뚫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 신춘문예의 등단이 정말 꿈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는 등단 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 기본기가 다져진 상황에서야 어떠한 시련과 고난에서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실기를 하면서 느낀 제 신념입니다. 많은 아이가 자신의 글을 현장에서 쓰는 게 아닌, 외워 왔습니다. 춤을 추듯, 연기를 하듯 말입니다.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으면 대학에 와서도 무의미하다고 느꼈고 저는 지금의 제 실력을 믿습니다. 그 실력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 물론 운도 따라야 하죠.
하지만 학과의 유능한 교수님과 커리큘럼을 따라가면 운을 커버할 실력이 완성되고 향상될 거로 믿습니다. 그것이 제 학업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남은 창작 수업을 듣고 작품을 쓰고 퇴고를 거치고 투고하고를 반복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진로와도 연결되겠지요. 작가가 되고도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는 것. 한 사람이라도 쉽게 상처 주는 글을 쓰지 않고 감동을 선사하는 시를 쓰는 것.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사회는 깨끗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말이죠. 홍당무처럼 부모를 탓했던 어린 시절도 있었습니다. 부모에게 재력이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긴말이 필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사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었습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한다는 것과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엔 단순 학문 그 이상의 내포된 의미가 있습니다.
앞선 세대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잃지 않는 것이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조한 투표율은 인문을 소홀히 한 현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로 느낍니다. 물론 지금의 세대가 투표권을 둘러싼 민주화 운동 시대를 겪지 않았던 탓도 큽니다. 이런 사회 문제를 인문학은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공부를 통해 문학으로 녹여내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려운 학문으로서가 아닌 재밌는 책으로 혹은 매체로 말이죠.
앞으로도 책을 읽는 사람보단 영상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넷플릭스든 유튜브든 말이죠. 변해가는 시대에 순응하고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야 합니다. 항상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유념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으로부터 평화를 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이 지구 어디선가는 아닐 수 있다라는 것과 멀게만 느껴진 전쟁이 현실이 된 세상, 성소수자, 장애인까지 차별과 불평등이 곳곳에 존재하는 사회를 하루 빠르게 진실하게 만들어야 하죠. 그것이 제가 주구장창 얘기한 제 작품의 방향성이 될 겁니다.
사실 저에게 있어 학업 계획은 자연스럽게 진로와 이어지는 문예창작학과이기에, 여러분이 원하는 글이 아닐 겁니다. 커리큘럼을 따라서 공부하고 기사 시험을 치면 취직하는 공대처럼 저는 당연한 글을 썼지만, 그 당연한 내용이 포함되질 않습니다. 그것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글은 문학이기 이전에 예술이기에 말보단 직접 보여줬을 때 설명이 빠르기 때문일 겁니다. 몇 년 뒤에 출간된 제 작품으로, 지금의 부족한 계획서를 메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글을 쓸 겁니다. 당장의 목표는 등단입니다. 그간의 노력은 신춘문예를 통해 증명할 겁니다. 등단 후에는 창비에 시집을 묶어서 투고할 겁니다. 등단 2년 안에 첫 시집 출간을 계획합니다. 황인찬, 문보영 시인보다 더 많은 시집 판매를 목표합니다. 젊은 시인의 계보라는 수식언이 따라붙고 저를 중심으로 하나의 트렌드가 구성됩니다. 그렇게 앞으로의 문학계에 이바지하는 것. 그게 제 계획입니다. 어디까지 실현될지 모릅니다. 그 이상을 갈 수도 있다는 뜻이 되고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시집과 글을 읽고 또 써야 합니다. 교수님한테 까여가면서 시를 더욱 열심히 쓰고 배워야겠지요. 지금까지의 노력이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을 저는 알고 있기에 곧 신문의 지면을 통해 인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장학금을 주실 한국장학재단에 먼저 감사를 밝히겠습니다.
머지않은 미래라 생각합니다. 졸업까지 몇 년이 안 남았으니까요. 그렇게 제 이름으로 출판된 시집은 사회공헌 활동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제 시를 읽고 감동한다면 그것이 문학의 힘이자 전부 아니겠습니까. 영화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은 성공한 영화가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사회의 환원이자 순기능으로 이어집니다. 한 사람이라도 제 작품을 통해 자살을 멈춘다면, 사회의 일원을 살린 사회 공헌이 됩니다. 물론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지만 생명의 여부가 아닌 감정의 발생으로만 해도 사회 공헌 활동입니다.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얻는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고 일을 한다는 것은 국가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순환처럼 글과 사람, 사회는 뗄 수 없는 사이로 남게 되는 것이죠.
실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수치, 가치를 증명으로 보여주는 현 제도권 사회의 특징이 될 겁니다. 전문성을 나타내기 위해선 증이 필요합니다. 증명서, 자격증 등 말이죠. 예술에 있어서 그 부분은 굉장히 애매합니다만 저희도 있죠. 저는 크고 작은 상 16개를 받았습니다. 시 부문을 떼고 말하면 더 있고요. 앞으로도 당연히 더 많은 상을 목표로 달릴 겁니다. 그렇다고 수상을 목표하진 않을 겁니다. 제가 이제 받고 싶은 증은 등단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나희덕 시인님은 얘기하셨습니다. 외적인 목표를 두지 않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시를 썼다고요. 시인으로뿐 아닌 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즐기는 자 즉, 일류가 된 저에게 사람들은 자동으로 매혹될 거로 여깁니다. 무대 위에서 즐겁게 노래 부르는 가수에게 우리가 모두 공감하고 즐길 수 있듯 말이죠.
물론 실질적으로 그 활동을 위해선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학원에서 강사를 하며 돈을 충당할 겁니다. 현재 국어 학원에서 조교를 하고 있으며 졸업하기 전에 충분한 경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환경이 좋은 학원에 강사로 이직하고 학생들을 가리키며 돈을 충분히 모을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사회라는 것이 당연하지만 슬픈 사실이죠. 아무도 예체능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죠. 그럼에도 재밌다는 이유 하나로 저는 도전할 겁니다. 누군가는 시를 쓰는 시인이 되어야 하고 그게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길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