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상(공원이야기)
공원에 공간이 있어 행사가 자주 열려요. 그럴 때면 항상 노점상이 등장하죠. 그 사람들은 어디서 어떤 행서가 열리는지 빠싹하게 꿰고 있는데 참 신기해요. 어떻게 그런 걸 우리보다 잘 알고 있는지. 아무튼 저희는 큰 행사가 있으면 2주 전부터 노점상 단속을 하거든요. 유인물을 나눠주고 구두로도 전달을 하고요. 그럴 때면 그들은 항상 알았다고 해요. 그때는 안 나오겠다고요. 하지만 정작 당일날이 되면 새벽부터 나와서 자리를 잡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철수를 요구하면 벌써 이렇게 전 다 펴놨는데 이제 이러면 어떻게 하냐고 그래요. “이제 이러면 어떻게 하냐고” 2주 전부터 계고를 했는데요. 그리고, 당신들 내가 내는 세금으로 먹고살면서 우리한테 이러면 되느냐고 되려 큰 소리를 쳐요. 좀 먹고 살자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펄펄 끓는 기름을 우리가 서 있는 앞쪽으로 위협을하며 뿌리고. 그럴 때면 저는, 우리 보고 이런 일 하라고 다른 사람들이 세금 내고 있다고 응수하죠. 그리고 우리도 이렇게 당신들을 단속해야 먹고 산다고. 이게 우리 일이라고. 그런데 웃긴 건 도대체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더 큰 소리를 치면서 살아가는지 참 어이없어요. 우리는 보통 불법 지르면 양심에 걸려 좀 더 미안해지지 않나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불법을 저지르면서 되려 더 당당하고 막무가내에요. 이러니 이 세상이 착하고 양심적으로만 사는 사람들이 되려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었지요. 참 한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