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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Dec 29. 2023

우리가 보고 싶은 유쾌하고 아린 '청춘'

커버사진 출처: '그 해 우리는' 대본집


영원한 스테디셀러, 청춘


2021년 끝자락에서 2022년 봄까지 연달아 두 편의 '청춘 로맨스'가 나왔다. '그 해 우리는'과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그 주인공이다. 

영원을 약속하며 불꽃처럼 타올랐던 청춘의 첫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


를  모티브로 삼았던 두 이야기는 중후반까지 싱그러운 청춘의 모습을 그리며 매 화마다 큰 화제성과 함께 폭발적인 대중의 반응을 끌어냈다. 그러다 마지막화에 이르러 둘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 '그 해 우리는'은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웅연수 앓이'로 여운을 이어간 반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용두사미라는 혹평을 받으며 '백도 커플'을 지지하던 애청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결말을 두고 이렇게나 반응이 달랐던 건 결국 우리가 '청춘 로맨스'에 기대하는 게 '매직 리얼리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그 해 우리는


매직 리얼리즘


'그 해 우리는'이라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3화부터 15화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서사를 줄이는 대신 주변 인물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시작했고, 스토리가 상투적으로 흘러 극의 재미가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평가 때문인지 최종화에서는 다시 최웅과 국연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각자의 고민 속에서 서로의 관계가 단단해지는 결말로 호평을 받았다. 누구나 경험했던 청춘의 첫사랑을 '만남과 이별, 그리고 성공적인 재회와 해피엔딩' 순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잘 버무려냈다. 매직 리얼리즘이다.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마치 평범한 일상 속의 일들인 것처럼' 벌어진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에 매료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는 매직 리얼리즘이 빠져있다. 너무나 사랑했던 주인공 커플의 아린 이별을 그려내고 싶어서인지 초반부터 둘은 이어지지 않는다는 암시를 수차례 준다. 하지만 막상 밝혀진 이별의 이유는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사랑했는데 고작 그런 이유로 헤어진다고?


작가는 어찌 보면 너무 리얼하고, 어찌 보면 너무 어설프게 '백도커플'을 갈라놓았다. 개연성 부족은 융단폭격을 맞았다. 달달함 한도초과 상태에서 찬물을 확 뿌린 격이었으니. 그런데 만약 그들이 이어지는 결말이었다면 '개연성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매직 리얼리즘 세계에서의 대리만족이니까.

출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 여름, 필터로 보정해 아련하게...


그 여름, 나는 열일곱 살이었다. 그리고 내 안의 시간은 그때 실질적으로 정지했다. 시곗바늘은 언제나처럼 앞으로 나아가며 시간을 쌓아갔지만, 나에게 진짜 시간은- 마음의 벽에 박힌 시계는 - 그대로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 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중에서


'그 여름'이란 단어가 주는 아련함이 있다. 영원히 시간이 멈추어버린 아름다운 공간. 거기에는 국연수와 최웅, 나희도와 백이진, 엘리오와 올리버 등 수많은 소년, 소녀들이 산다. 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리 오래 대화해도 화제가 바닥나는 일은 없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 작별인사를 할 때는 항상 중요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남았는데 미처 말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서로에게 푹 빠져 있고,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항상 그녀 생각을 한다. 아마 꿈속에서도. 우리 기억 속 어딘가에 필터로 보정해 아련하게 남아있는 미화된 청춘은 그렇게나 아름답다.

출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열일곱 살이고, 사랑에 빠져 있고, 5월의 청명한 일요일이었으니...


그러다 어느 날

소녀가 인생에서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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