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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l 12. 2024

페스팅거의 이론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29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이십 구번째



1992년 10월 말. 다미 선교회 신도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이제 곧 자신들이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세기말 분위기에 민심이 동요 되지 않을 수 없었고 몇몇 사이비 교주들은 이를 열심히 이용해 먹고 있었다. 다가올 미래를 위하여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다(가올) 미(래) 선교회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아.. 추가로 재산도 바쳐, 그들의 승천의식이였던 휴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

때가 되어 그들은 자신들이 성경속의 엘리야처럼 올라 갈줄 알았나 보다. 결국 그런 거 없었다. 자정이 되어서도 여전히 왜 작디 작은 한국, 버림받은 지구에 있는지 불안해했던 사람들은 이것이 곧 해프닝임을 알게되었다. 몇몇 신도들은 분노와 실망으로 교단을 떠나기도 했고 또 몇몇 신도들은 시간을 두고 점차 예배 참석 빈도수를 줄여가며 그들의 종교에 발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휴거는 틀리지 않았음을 기대하며 그들의 믿음이 부족했음을 도리어 자책하기도 했다. 국내외 사이비종교의 메커니즘을 어느정도 검색하고 알아보았던 나는 이들의 패턴이 항상 똑같고 똑같고 지루하다 못해 권선징악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심리학자 페스팅거의 이론은 왜 그들이 이런 행동 양상을 보이는지 아주 잘 설명하고 있었다.


인지 부조화 이론.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론이며 단어의 뜻은 알고 있지만 단어 그 이상의 이론을 설명하기에는 잘 모르는 그 이론 말이다. 대게 "생각했던 것이랑 지금 맞닥뜨린 생각이랑 틀려서 혼란한 상태아녀?"라고들 알수 있을 텐데 맞다. 그런데 인지부조화이후 사람들의 인지,행동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한번쯤은 들어봤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깊게 파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1950년 미국의 한 사이비종교 단체는 페스팅거에게 좋은 설명 모델을 제시해주었다. 그들의 종말적 예언이 명백히 틀리고 또 말을 고침에도 신도들은 그것을 비난하거나 교단을 떠나지 아니하고 자신들의 믿음이 부족했다는 것으로 원인을 짚어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기존 신념과 배치된 내용이나 정보를 맞닥뜨리면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됨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그들의 태도를 신념에 맞추어 수정하거나 행동을 바꾸게 된다. 즉 신념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음 속 부조화가 일어나면 마음 속 혼란 상태로 굉장한 불편감을 느끼게 되며 그동안의 것들이 틀렸음을 맞닥뜨리게 되니 겉잡을 수 없는 동요를 겪게 되는데 이때 지금 보이는 정보에 대해 무시하고 내가 믿어왔던 것을 지키기 위해 다시 생각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낸다. 만약 이런 부조화가 합리화로써 성공적이지 못한다면 그것의 사례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내 생각엔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경감이 아닐까 싶었다.


자베르 경감은 평생을 장발장을 위선자 혹은 사회의 기생충이라 생각하며 그의 죄에 대해 엄벌로써 처리하고자 했지만 웬수라 생각했던 장발장의 선행 한번에 그의 신념체계가 정말 다이너마이트로 터널 무너뜨리듯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결국 센 강에 스스로 몸을 던지며 그의 신념이 무너지듯 그의 삶도 한 순간에 끝나게 된다.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마치 정신적으로 약하거나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엄연히 틀린 생각이다. 그들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심지어 남을 위해 봉사할줄 아는 평범한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러나 그들이 여전히 본인의 뒤틀린 종교적 신앙을 고수하는 이유는 그동안 마음 맞길 데가 없었다가 찾아간 곳에서의 본인의 역사가 깡그리 무시당하는 것 그리고 닥쳐올 엄청난 공허감으로 인하여 인지적 변화를 맞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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