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4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사십번째
67년에는 시대적 배경도 그렇지만 동물 실험에 대한 규제가 현재보다 강하지 않아 쥐보다 지능이 높은 동물에게도 실험을 했다. 지금은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보다 빡세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셀리그만과 마이어는 개를 대상으로 회피로 인한 행동주의적 조건형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에 있었다. 개를 세 무리로 나누어 첫 번째 무리에게는 전기충격을 가했고 앞쪽 버튼을 누르면 전류를 중단케 해주었다.
두번째 무리도 전기충격을 가했지만 버튼을 눌러도 전류는 꺼지지 않케 했다. 마지막 무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류도 흘려보내지 않은 비교 집단으로 분리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세 무리 모두 다른 우리에 넣어 실험을 진행했다. 각 무리마다 전기충격을 주었는데 중앙에 설치된 장애물을 건너뛰면 더이상 전류가 나오지 않는 공간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첫번째 무리와 세번째 무리는 전기가 흐르자 중앙 구조물을 넘어 충격을 피했는데 두번째 집단, 즉 버튼을 눌러도 전류가 끊기지 않았던 개들의 경우는 구조물을 넘을 생각을 안하며 그 자리에서 계속 낑낑 꺼리며 안쓰럽게 웅크리고 있었다. 이 연구가 바로 마틴 셀리그만의 "학습된 무기력"이다. 아무래도 개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논외로 치고 오늘의 시사점은 두번째 무리에게서 나타난 학습된 무기력이다.
비단 개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 연구는 향후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는 많은 이들 혹은 일상에서 무기력감을 겪고 있지만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심리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되었다. 우울증을 겪고 있으나 그들이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활력이나 동기를 찾지 못하거나 염세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에게도 충분한 설명력을 제공해준다.
학습된 무기력은 결국 경험으로 누적된 부정적인 학습이다. 어떤 혐오적인 사건을 만나면 그것을 피하고자 하지만 자신의 반응이 유효하지 않을 경우 아무 소용이 없는 것으로 결국 받아들여 향후 일어나는 다른 변수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을 예로 들면 그동안 각자가 겪은 모종의 부정적인 사건들로 인하여 상처를 받거나 심적인 혼란을 겪게 되는 경우, 한 두번의 경험으로 당연히 우울증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일어나 어떤식으로든 피하고자 했으나 벗어나지 못햇다고 지각하게 되버리면 현재의 상태가 더 이상 가망이 없다 판단하고 활력도 없어져 버리는데 이는 전기충격을 피하고자 했던 개들이 버튼을 눌러도 여전히 전기가 흘렀던 상황과 똑같아 지게된다. 누적된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대부분 좋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면 미래에 있을 혹은 가능성있는 다른 방법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저 앉게 된다.
글을 쓰면서 어쩌면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느껴지는 무기력이 왜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지 상기해본다. 의식적으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순탄하지 않거나 해도 중도 포기했던 여러 경험에 비추어 결국 미루고 미루다 그제서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찬가지로 삶에서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쌓여버린 경험이 그들의 시각을 제한해버리고 더 이상의 희망은 잡지 못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부여해버린 것이기에 헤어나오기가 극히 힘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