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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Aug 24. 2024

악인 스토리 : 트루히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7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칠십 이번째



라파엘 트루히요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돌아다니는 모든 차량의 번호판에 "트루히요 만세!"라고 적게 하고 국내 모든 교회에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지상에 계신 트루히요"라는 기도를 하게끔 지시했다. 그리고 수도인 산토도밍고와 산의 이름까지도 자신의 이름을 붙여 온 국민이 자기 자신을 향해 복종하기를 원했다. 우상화에 몰두한 그가 수 십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다스리게 되었던 이유엔 든든한 뒷배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주인과의 만남

바르가스 요사의 "염소의 축제"를 읽으며 나라 전체의 부정부패와 한 인간의 탐욕으로 물들어진 당시 도미니카 공화국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입대 직전에도 전과자 출신으로 싹수가 노랐던 트루히요는 이미 군인 경력이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소녀를 강간해 군사재판에 회부되었음에도 무슨 수를 부렸는지 무죄를 선고 받고 풀려나 계속 커리어를 쌓아나간다.


당시 진행중인 미국의 대외정책이였던 먼로 독트린에 따라 카리브해의 미국의 영향력은 더더욱 막강해졌다. 먼로 독트린의 개념은 한마디로 "미국 근처의 중남미, 남미는 모두 미국의 패권에 속하니 유럽은 노터치 해라"라는 의미였다. 쿠바와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고 아이티와 같은 섬을 공유하고 있었던 도미니카 공화국 또한 미국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울순 없었다.


온전한 친미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미국은 트루히요를 지원했다. 그리고 트루히요는 기꺼이 완장을 찼다. 1930년, 쿠데타를 통해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었다. 군에 복무한지 10년도 안되어 장군에 오르고 12년이 지나고 대통령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의 어린시절에는 잦은 정권교체와 더불어 아이티가 22년을 지배했던 배경과 스페인의 지배하에도 놓여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격동과 불안의 시기에 군사 인력에 대한 수요 또한 넘쳐나 출세길도 요동쳤다 볼수 있다.


아무튼 트루히요는 완장을 찼다. 그리고 찬 김에 끝까지 갔다. 취임 후 32년간. 자기와 자기 가족이 국내 기업의 절반 가량을 소유하며 농수산 모든 분야에 걸쳐 장악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공업이 발달 하지 않았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농수산업은 국민 생활과 경제에 모든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독과점 기업국가의 실현이라 부를 만 했다.


하도 많은 쿠데타와 정권교체에 신물이 났던 모양인지 자기 자신도 끈이 떨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철저히 국민을 감시하고 무력으로 국가를 다스려나간다. 정보부 요원들이 트루히요의 심기를 거스린 자들을 소리소문 없이 납치해 사고사를 위장하기도 하고, 반정부 언행이 포착된 그 누구라도 쫓아가서 혼쭐을 내줘야 직성이 풀렸다.


심지어 자신의 주인이였던 미국에도 요원들을 보내 한 때 가정교사였던 교수를 납치해 끌고 와서 처리하기도 했으며 아이티의 지배에 반감을 이용하여 1만명 이상의 아이티인을 살해했던 파슬리 학살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때 그를 위해 열렸던 파티에서 취해있었고 감정대로 학살을 지시했다. 어느새 완장질이 미국에서의 납치도 그렇고 미국의 패권에 속해있던 베네수엘라까지 진상짓을 하는 바람에 더욱 주인의 반감을 사게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던 베네수엘라 대통령이었던 베탕쿠르를 죽이고자 폭탄을 설치했고 베네수엘라 수도였던 카라카스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난다. 다행히 베탕쿠르는 살아남았지만 가뜩이나 미주기구로 뭉쳐있던 미국패밀리 국가들에게 골칫거리였던 트루히요는 이 사건을 계기로 그들과 외교 단절을 하고야 말았다.

그러다 완장질을 멈추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였던 미라발 자매 암살사건이 일어난다.


염소의 축제에서 그려내고 있는 트루히요는 추악함의 극치를 달린다. 저승사자가 눈앞에 어른 거리고 있던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 여자를 탐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엘리트들이 모인 "파티"에서 미네르바 미라발이라는 여성은 자기가 목적임을 알고 거절하게 된다. 모든 것을 가졌던 그였지만 그녀의 거부에 화가난 트루히요는 법대출신의 그녀의 커리어에 계속해서 방해를 한다. 미네르바와 그녀의 자매들 즉 미라발 자매들과 남편들 그리고 친구들은 트루히요를 암살하기로 준비했으나 결국 들통이 나버려 자매들은 사고사로 위장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 계획적이고 조직적 저항의 불씨와 미라발 자매의 죽음은 결국 트루히요의 죽음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 후 CIA의 지원을 받고 있던 저항세력에게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 기관총 난사를 받아 죽음을 맞이한다.

그도 똑같이 미라발 자매들을 암살하여 교통사고로 위장했던 것처럼 그 또한 차와 함께 강가로 떨어져 교통사고로 보이게끔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능력과는 별개로 싹수부터 노랐던 트루히요는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주인을 만나 완장질을 했는데, 글을 쓰면서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사람들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노출되어 인기를 좀 입었던 양아치와 깡패들의 위선과 나락 과정들이 오버랩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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