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75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칠십 오 번째
서서히 날씨에 선선함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며칠 전만 해도 온 동네가 바베큐 파티 그릴 위에 있었던 것 같은 데 저녁이 되니 그리고 늦은 오후 언저리에 에어컨을 트니 살짝 춥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날씨가 바뀌려 드는 이 찰나의 순간, 계절의 변화가 마치 사람의 변화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것이라 말을 하기 쉬운, 변화 그 이상의 나만의 습관을 지켜본다면 말이다.
여름과 겨울밖에 없다 불평해도 사실 쥐꼬리만큼이라도 그 사이 과도기가 있다. 4계절 시절과 비교하면 이제는 과도기라 부르는 게 슬퍼지긴 하지만 봄과 가을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기온과 날씨가 극과 극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지긴 했지만. 지금, 여름과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즌에 어느새 24년 사사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곧 추석을 언급할 때다.
초침이 오른 방향으로 흐르고 얼마 지나 분침도 오른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시침도 바뀌어 있다. 사람의 집중력과 의식이라는 게 참 신기하게도 시계만 쳐다보면 1분도 견디기 어려워하지만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몇 시간은 뚝딱 지나가 있다. 어쩌면 이와 같이 변화에 대해서 더욱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시계를 의식하는 것처럼 너무나 과잉의식하고 있지 않은 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급한 마음에 열심히 달려왔어도 시간은 몇 시간 혹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변화란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면 그 몇 일로 바뀌었다 단언할 수 있는 가? 여름과 겨울 사이에 가을이 변화의 충격을 완화해 주듯이 우리 일상도 어느샌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진전되어 있거나 과정의 한복 판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은 화살과 같지만 의식하고 신경 쓰는 순간 영겁의 시간으로 늘어져 날아간다.
지금 당장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는 결과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혹은 포기에 포기를 거듭하는 마음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또한 바뀌지 않는 현실에 심각한 무기력감을 느끼고 자책을 하면서 작은 미물인 인간은 시선을 스스로에게 끌어당겨 여전히 그대로임을 느낀다. 자신과 작은 것들에 대해 눈치채지 못하지만 날씨가 그러하듯 큰 것은 잘만 감지한다.
여름을 욕하며 날씨를 강렬히 느끼다가 또 어느새 겨울의 한 복판에서 여름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련의 활동들이 무엇인가? 그 활동들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결과에 만족하는지 아니면 불만족하는지 고요한 마음속의 속삭임을 들어보면 그다지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을 시간의 시험 혹은 장난인지 무엇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작은 것들의 변화를 확대하면 날씨와 똑같다.
모두가 동의하듯 시간은 어떤 자원보다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내 생각엔 이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의 흐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덥다고 에어컨 틀고 어느새 옷장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 입으려 하는 것처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도 강박관념보다는 내 역량과 인식에 맞추어 진단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해 본다.
[매일의 짧은 글에서 독자와 저를 위한 일말의 영감,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