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하게 진화하고 있어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18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십 팔번째




오늘 무슨 날? 한글날이다. 공휴일! 빨간 날! 고된 일상에 지쳐 돌아오는 빨간 날이 마냥 좋긴 한데, 그 의미에 대해 과연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 까 하노라면 개인적으로 그렇지가 않다. 개천절이나 현충일 같은 날은 그 단어에서 무슨 날인지 얼추 짐작하는데 애매하지만 한글날은 직관적이다. 우리나라 한글을 기념하기 위한 날!(와! 신난다!)




진화하는 언어 / 모텐 크리스티안센, 닉 채터 (웨일북)


세종대왕의 위대함, 한글의 우수함, 가슴을 고양시킬 훈민정음 일화는 누구나 알고 있으니 일단 패스. 그러면 오늘은 무엇을 다룰 것이냐? 음.. 가끔 그런 주장을 접해었다. "우리말을 지켜야 한다. 외래어나 이상한 신조어는 우리 말의 순수성을 더럽힐 수 있다."라는 주장 말이다. 우리 말을 소중히 하자는 그 취지에는 동의 하지만 예전에 읽은 책 한 권으로 그런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여름에 이 책을 읽었다. "진화하는 언어" 이 책은 인지과학자이자 코넬대학교 심리학과의 모텐 크리스티안센과 영국의 워릭경영 대학원의 닉 채터가 지은 책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주요 골자는 언어란 제스처 게임이라는 것이다. 약 140억년전부터 시작된 언어의 첫걸음부터 오늘날의 언어가 있기 까지 그 역사와 내막을 살펴보는 책으로써 그들의 주장이 내가 생각했던 언어의 순수성에 정면으로 도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언어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인류가 계속 진화해오듯 언어 또한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해왔음을 주장한다. 이들은 신대륙에, 미지의 대륙에 도착했던 많은 서구인들이 기존 원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예로 들며 언어는 상호간의 주고받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주장한다. 언어는 결코 설계되지 않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언어는 쌍방간의 교류로 인해 수렴진화하면서 무슨 무슨 어군 그리고 각 민족별 각 국가별의 언어들로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을 보인다.



언어는 제스처 게임이란 역동의 산물이므로 그 자체로 폐쇄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닫힌 관점으로 언어를 감싸고 돈다면 이는 언어의 발전에 장애물만 놓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신선한 주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브리튼 섬으로 쳐들어온 바이킹들이 복잡한 영어 문법 체계를 싸그리 뜯어 고친 점에 비추어 볼 때 만약 순수성의 관점으로 본다면 바이킹이 브리튼 사람들의 언어를 더럽힌 것이고 사용 할 수, 허용할 수도 없는 것이며 결국 기존 영어는 정복자에 의해 과거에 이미 묻혔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 날 전세계 보편 언어로써 기능하는 영어는 물론, 손에 꼽히는 주류 언어들은 고인물처럼 갇혀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페인어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 한글도 잠깐 언급이 되는 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한글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와 본다면 오늘날의 신조어와 외래어, 우리말에 맞게 변형된 혹은 문맥상에 통용되는 여러 단어들도 이 또한 진화적인 관점에서 한글이 더욱 윤택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봐야한다.


나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이유도 백성을 어여삐 여긴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창제되었듯이, 결국 언어라는 것은 사용자가 끊임없이 사용해주어야만 제 기능을 하는 것이고 필요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우리말을 억지로 붙여가며(정작 붙인 이들도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서) 이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는 것은 취지에는 동감하나 언어 진화에 역행하는 것일수도 있다.


어느정도 언어의 보수성과 체계는 지켜져야 하겠지만 외래어가 전파된다고 너무 경계하거나, 신조어에 대해 너무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 말이 튼튼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굳이 과민반응 할 필요도 없으며, 그게 곧 한글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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