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15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15화 / 2장 시작(우연인가 운명인가)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15화 / 2장 시작(우연인가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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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의 쉼터라.. 만약 그의 예측이 맞다면 아보의 사제들이 미리 도착해있는 것도 크게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골똘히 생각하다 잠시 멍 때리며 걷기를 얼마나 했을 까? 정오쯤에 출발한 행렬은 해가 점차 산 넘어로 지고 있음을 바라보며 이동하고 있었다. 아까 전 언덕에서 잠시 쉴 때, 호위병 몇 명이 돌아가며 유일하게 끌고 온 마차에서 자루를 열더니 대충 만들어 놓은 횃불 막대 더미를 꺼냈다. 그들이 더미를 들고다니며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모양새가 잠시나마 인색함을 덜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한 사람 당 하나씩. 받아든 사람은 자기 품에 꼭 간직하며 약간의 위안으로 삼았다.


다만 지금 받아든 횃불에는 이그네움이 쥐 오줌 만큼이나 묻혀져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가릴 정도 만큼의 열기와 빛밖에 뿜어내질 못할 것이었다. 이윽고 밤에 걸을 모양은 아니었는지 네이즈가 명령을 했다. 호위 부대장이 군중을 향해 멈추라는 명령과 호위대에게 지시를 하고 있었다. 마침내 해가 보이지 않고 달이 어둠과 함께 창공을 향해 솟을 무렵, 오늘의 이동은 여기까지임을 알렸다.


호위병들이 군중들을 잠시 통제하며 줄에 서 있는 사람들 그대로 한 줄당 하나의 모닥불을 지피게 하고 이빨이 나갈 것 같은 주먹만한 빵덩이와 물주머니를 주었다. 다만 그 이전에 앞서 네이즈가 직접 입을 열면서 말하길 "오늘 그대들은 아보테의 국왕과 크리네스, 그리고 이그네움을 사이에 두고 약속을 한 것이나 다름 없소. 그러므로 만에 하나 도주나, 저항, 도둑질등 불미스러운 행위를 할 경우엔 이를 계약 파괴로 간주하여 현지의 파송된 교단의 법률에 따라 즉결 처분될 수 있음을 명심하시오"


도망치면 죽이겠단 협박을 점잖게 하고 있었다.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가 많은 언덕에 올라간 71명은 4명당 한 개의 모닥불들이 한데 모여 밤을 밝혔다. 로이딘은 빵을 받아들고 물에 적시고 풀어지기를 기다렸다가 허겁지겁 해치웠다. 다른 이들도 제각기 원하는 미식의 방법으로 돌보다 딱딱한 빵을 깨부수고 이로 물고 녹여 먹고 있었다. 무작위 한 줄에 속한 로이딘은 다른 3명의 초면인 사람들과 함께 모닥불에 앉아있었다.


로이딘의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자신을 마드라스라고 하며 짧게 인사했다.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두 명 중 한 명은 자가베라는 사람이였는데 마드라스와 자가베 모두 크리네스 마을의 구성원이었으나 마주친 적이 없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위메르고라는 사람으로 남쪽 사유타의 낚시꾼이었다. 어쩌다 사유타 대표단 일행의 일꾼으로 왔다가 지목을 당한 모양이다. 그래서 짜증이 잔뜩 난 것인지 온갖 불만을 내뱉고 있었다. 물론 근처에 돌아다니는 호위병 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마드라스는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전혀 몰랐고, 자가베는 크리네스를 벗어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다. 로이딘은 자신의 추측을 머릿속으로만 간직 한 채 어디로 갈 지는 모른 척 했다. 위메르고는 자신의 고향과 정반대로 가고 있어 고향에 못 돌아가는 게 아닌 지에 대한 불안감도 표했다. 이어지는 이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그간 무엇을 하고 지내왔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벌목하며 지내왔어요"

"나무꾼이구만?"

자가베의 물음에 로이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가베의 모습은 어른 거리는 불빛 사이로 큰 덩치의 우스꽝스러운 알록달록한 색감의 상의때문에 더욱 돋보였다. 그는 상인이었다. 다만 활동반경이 그리 크지는 않은 지 크리네스에 속한 부족들 사이만을 왕래하며 활동하고 있다 말했다. 옷감을 주로 거래품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설명에 다시 한번 로이딘은 그의 옷을 훑게 되었다.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옷이 특이하시네요"

"어이고 젊은 사람이 유행을 모르면 쓰나? 루민에서 지금 너무 잘 나가고 있는 옷인데!"

루민 사람들 한정이지 않을까? 로이딘은 동의 할 수 없었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가베는 마드라스에게 말을 걸었고 과묵한 그는 짧게 대답하며 자신의 직업은 무두장이라 이야기 하자, 옷이라는 키워드와 연관이 된다 생각했는지 자가베가 어떤 가죽을 다루느냐, 다루기 쉬운 가죽은 무엇이냐 등 궁금한 건 다 물어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만담 공연을 듣다가 어느새 강제 취침시간이 되었다.


드러누운 로이딘의 머리 위쪽에서 호위병들이 순찰을 도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평소 같으면 긴장해서 잠이 오지 않을 그가 이상하게도 오늘만큼은 피곤함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아마도 본인의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임을 마음 깊이 여기고 있는 걸까? 순례자들의 흔적이 끊긴 그 곳에서 과연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그곳엔 채석장이 있는 걸까? 돌을 줍기나 하는 걸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럼에도 점차 감긴 눈은 무거워져가며 의식이 흐려졌다. 몇몇 사람들이 호위병의 마지막 인내심에 빌어 소변을 보러 가겠다는 요청을 뒤로 한 채 로이딘의 의식은 저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어갔다.



16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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