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49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49화 / 5장 전투 수도원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49화 / 5장 전투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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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라의 대장간은 후문 쪽에 위치 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조수 수도사 한명과 함께 훈련에 필요한 도구들과 실제 전장에 사용 될 무기까지 모두 다루고 있었다. 아침부터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언젠가 한번 대장간에서 가까운 건물 중 하나인 여자 기숙사에서 다소 시끄러운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었고, 그에 대한 진달라의 답장은 그간 한 손 망치로 쇠를 다듬어 왔다면 그날 만큼은 두손으로 드는 거대한 양손 망치로 쇠를 있는 힘껏 무지하게 두들기는 것으로 답했다. 진달라의 광기 어린 답변에 진저리가 난 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또 몇 년 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불만에 가득 찬 수도사들 몇 명이 옷 가지를 질질 끌며 수도원장 얀자에게 도움을 청했고, 얀자는 알면서도 당해주며 대장간에 같이 찾아가서 조율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얀자는 당연히 진달라의 편이었고 들어온 지 얼마 안되거나 몇년 되지 않은 수도사들을 철없음 내지는 귀엽게만 볼 뿐이었다. 한편 항의하는 수도사들은 진달라의 작은 키에 자신감을 얻은 듯 좀 조용히 해줄 수 없냐 요구를 했는 데, 얀자는 지그시 진달라를 바라보며 현명한 대답을 잘해주리라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진달라가 답했다.

"이봐 친구들. 시끄러운 건 이해가 간다만 지금 너희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이나, 곧 받게 될 무기들을 여기서 내가 모두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쇠라는 건 말이야... 있는 힘껏 두들기지 않으면 금새 힘을 잃고 말아. 이 말은 즉슨 너희에게 주는 실전 무기들을 내가 조용히 도돌기며(두들기며가 아니다) 만들어서 준다면 어떻게 되겠어? 적들의 깡철이 너희들의 도돌긴 철을 몽땅 잘라 낼 것이고 그럼 너희 목도 마찬가지가 되는 거야, 시끄러움의 댓가는 강력함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성이 차지 않은 수도사 중 몇 명이 다시 뭐라 쏘아붙였지만 그의 고집이 꺾일리가 없었다. 얀자는 진달라의 편을 들며 그들을 달랬고, 좀 심한 경우에는 수도원의 규율에 따라 집행하겠다는 경고까지 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꺾이지 않는 쇠처럼 드워프 대장장이 진달라의 고집도, 소음도 마찬가지였다.


이른 아침에 진달라가 쇠를 달구기 위해 화로에 넣었다가 모루에 대고 철을 두들기려 할 때 쯤에 앞에 성큼 성큼 걸어가는 남자를 보았다. 시테온이었다. 진달라는 낯 익은 얼굴에 만약 이쪽을 돌아본다면 손을 들어주려 했지만 그냥 가기에 살짝 삐졌다. 시테온처럼 대장간 옆을 돌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원 내 자리한 만신전을 가기 위함이었다. 시테온은 여자 기숙사와 대장간을 뒤로하고 가장 후문쪽에 자리 한 건물 하나에 도착했다. 문이 두개가 있었는 데 하나는 마차가 지나갈 큰 문이 달린 창고였고 이곳은 만신전이라 전혀 부를만 한 곳이 아니였다.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자 후문에 경비를 보고있던 전투 수도사 한 명이 헤매고 있는 시테온을 말 없이 데리고 큰 문의 건물 옆에 딸린 조그만한 헛간 문을 열어 주었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헤맸던 다른 출신 수도사들을 많이 인도해주었던 모양이다. 시테온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형제님. 응?"

시테온은 열린 헛간이 말들을 위한 마른 풀들만 쌓인 것을 보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몰라보는 시테온에 인내심있게 수도사는 헛간 안쪽 바닥문을 가르켰다. 시테온은 지금 당장 두 번 실망을 한 셈이었다. 첫째론 큰 문이 달린 건물이 만신전인 줄 알고 착각했었다는 것이며, 이어서 두번째로 아주 작은 헛간을 보고는 그래도 구색은 갖추려고 장소를 마련했나보다 하고 들어가보았는데 그것도 아닌 점에서 실망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바닥문을 손수 열고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조심스레 내려가 보았다.


시테온은 내려오면서 팔각형의 커다란 방을 보고서야 방금 전의 실망이 씻은 듯 날아가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만신전의 팔각형은 총 8신의 조각상을 모시고 그곳 앞에서 기도를 드리게끔 세팅해놓은 구조였다. 거대한 전당이었고 중앙엔 불편한 사람들이 앉아 쉬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원형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휴게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각 신들의 예배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원형 휴게공간에서 사람 키만한 간이 벽들이 뻗어나가며 세워져있었다. 마치 미로정원의 생울타리처럼 말이다. 이른 아침이었어도 많은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짬을 내서 각자의 신에게 기도를 하거나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계단을 모두 내려가자 중앙으로 향하는 길의 입구엔 관리자 내지는 담당자로 보이는 수도사가 책상을 앞에두고 앉아서 따분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서오게 형제여, 어떤 신을 뵙고자 하는 가?"

"아..음...테오메자 입니다"

시테온이 뭔가 수줍게 말했다. 지상의 피데라 수도원과 지하의 만신전 전당을 오고가는 사람들 모두 이렇게 수줍어 했으리라.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테오메자는 1시 방향으로 향하면 되네, 단 12나 3시 방향으로 가면 다른 신을 마주하니 주의하고"

"감사합니다"

시테온은 이마를 만지며 테오메자가 모셔진 곳으로 향했다. 먼저 입구에서 복도처럼 하나의 길로 이어지다 중앙부 휴게공간을 도착하고 나서 각자 찾는 신을 향해 가는 구조였다. 계단에 내려오면서 이러한 전체적인 열린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고, 자주 방문하는 사람은 저 멀리 8각형 전당의 끝에 보이는 8신의 조각상이 누구인지 어림진작 할 수 있었다.


시테온이 중앙 휴게공간에 도착했다. 몇몇 수도사들이 있었고 그들과 목례를 했다. 1시 방향으로 그는 곧바로 나아갔다. 조각상들이 사람만 해서 도착하지 않아도 자신의 신인지 알 수 있었다. 테오메자가 확실했다. 시테온은 마침내 오랫동안 찾아 뵙지 못했던 테오메자의 형상을 볼 수 있게 되어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그는 무릎을 꿇고 이마를 만지며 아나티리캄에서 배운 기도문을 읆조렸다. 옆에도 다른 형제 들이 있어 이들이 모두 아나티리캄 출신이거나 같은 신을 믿고 있단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하게 기도하며 시테온은 눈을 감고 테오메자를 떠올리기 위해 어둠 속 형상을 찾아 헤맸다. 신앙적 압력이 간단히 해결된 시테온이 새벽내내 잠을 자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뿐한 마음으로 기도를 마치고 다시 휴게공간으로 돌아왔다. 잠시 앉아 갈까 생각하고 그는 남은 좌석 중 하나에 앉았다. 아까 보았던 수도사들 몇 명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나이가 많고 수염이 길게 늘어진 어떤 수도사가 시테온이 대화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물어 보았다.

"자네도 궁금한가? 이곳의 역사가?"

"에? 아... 네네. 저도 여기를 방금 찾아와서요"

그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기나긴 설명을 해주었다. 피데라의 전투 수도원 아래에 위치한 만신전 지하 전당은 만든 지 얼마 안 된 공간이며 사실은 지상에 만신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세라가 말해 준대로 성 아나트라가 힘써 만든 시설이였고 그런 피데라시스의 열린 마음과 유연성에 많은 사람들이 피데라시스에 헌신하기를 원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성 아나트라 사후 수도원내의 갈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피데라시스들이 모두 하나같이 다른 이교출신의 수도사들이나 신자들과 같이 지내는 것을 좋게 여기진 않았다. 성 아나트라의 카리스마와 힘이 모두를 통합시킬 수 있었지만 그녀가 승천한 이후에 수도원 내 간부들끼리 지리멸렬한 정치적 갈등이 일어났다. 이 중 소수종파로 떨어져 나간 이들이 있었는 데 "빛의 심판"이란 자들은 "오직 피데라를 섬기며, 이교도들은 심판의 대상일 뿐"이라는 가치관으로 광적이고 맹목적인 피데라교도들을 끌어모았다. 당시 빛의 심판 측이 수도원내 비주류이기는 해도 그들 한 명 한 명의 충격적인 언행들로 인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고 이후 사건이 피데라시스들의 역사 중 하나의 획을 그은 만신전 학살 사건이다.


피데라시스의 책임도 없지 않아 있어 다소 어두운 역사인데, 빛의 심판들이 전투 수도원에서 피데라시스들과 화해를 하는 수순과정에 그때 당시에는 다들 평화가 옴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빛의 심판의 간부 중 몇 명이 "피데라시스도 이단이며 이단은 곧 이교도와 같을 뿐 타협은 결코 없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선동 하여 빛의 심판 인원 대부분과 향락으로 꼬신 피데라시스 수도사들 몇 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무장을 한 채 만신전에 쳐 들어가 형제들을 모조리 죽였던 것이다. 시테온이 있는 지하 전당의 바로 위의 헛간 자리가 그때의 지상에 있던 성 아나트라의 만신전이었다. 비명과 화재가 눈과 귀에 가득 차며 보이고 들리자 수도원은 난리가 났다. 빛의 심판측은 다른 신의 조각상도 둔기로 모두 부수고 불을 질러댔고 만신전이 불타기 시작했다. 맹렬한 불길에도 그들은 주변의 다른 신을 섬기는 수도사들을 샅샅이 뒤지며 살해하려 했고 심지어 피데라시스들이 급히 무장한 채 활을 쏘아 막으려 했으나 이 광기어린 자들은 온 몸에 화살을 맞아가면서도 불길에도 다른 신자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빛의 심판 대다수와 협력한 피데라시스 인원 몇 명은 전투 수도사들의 반격에 모조리 정리 되었고, 대부분의 빛의 심판 교도들은 자신이 불태운 만신전 안으로 뛰쳐 들어가 자살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피데라시스 내에서 신학적 대논쟁이 일어났고, 많은 변화와 반성을 수많은 세월동안 남은 형제들이 해결해야만 했다. 그리고 불타버린 만신전 터를 정리했다. 그곳에 창고를 세우고, 헛간을 세우며 외부에서 혹은 내부의 잠재적인 광신도들에게 자극을 주지 않으려 만신전을 지하로 옮기는 작업을 거치게 되어 오늘날 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역사를 듣고 시테온은 궁금한 점이 생겨 물었다.

"그러면 빛의 심판이라는 자들은 완전히 사라진 건가요?"

"지상에서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목욕터 알고 있지?"

나이 많은 수도사가 다시 물었다.

"네 강물 말씀하시는 것이죠?"

"그래 몇 몇 놈들이 화살을 맞고도 강물로 급히 들어가 이 바위산의 높은 폭포에서 떨어져 버렸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었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 대놓고 빛의 심판이라 돌아다니지는 않네만 당시 수도원 만행들과 비슷하게 피데라를 외치며 오늘날 까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들었네. 수도원에선 정체모를 그 집단이 도망간 잔존세력으로 이어져 오고 있지 않나 추정하고 있어"

광기어린 피데라의 수도사들 내지는 신자들은 수도원이 실제적 무력 앞에 단단히 준비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중 하나가 되는 셈이었다.




50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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