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58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장편소설 빛의 여정 58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바슬라에서 아디일로의 국왕 "피네로"가 초대될 무렵, 이단 추적대는 현지의 가용인력으론 비무장 이단자들을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동시 다발적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는데 심문실이나 감옥 등이 꽉 차서 보안상의 위험도 존재하였다. 그들은 첫번째 문이 열렸다는 대주교의 칙령을 거스를 순 없으니 급히 본 교단에 검은 비둘기를 보내서 현장에 대한 해결방법을 간구했다. 몇 일 후, 교단에서 되돌아온 검은 비둘기의 쪽지를 받아든 이단 추적대는 끔찍한 답장을 읽었다. 아보 외에 다른 신을 섬기는 자들은 현장에서 처형하고, 섬"겼"던 자들, 혹은 이단 심문 대상자들은 감옥에서 선별하여 넣고 그 외엔 교화가 필요없는 이교도로 판단하여 처형하라 명한 것이다.
그간 이단 추적대가 악명과 학살로 정평이 나있었긴 했으나 이번 답장은 그들도 새삼 놀라게 되는 일방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처리방법이었다. 그나마 이단 심문이라는 것이 양식이 갖추어져 있고 절차라는 것이 나름대로 존재했으나 그것마저 생략하라는 명령이었기에 추적대 간부들과 현지 교단 사제들이 찰나의 순간이지만 주저했다. 그러나 첫번째 문이 열렸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증명하기 위해 너도나도 신앙에 대한 실적을 올려야만 했다. 고스란히 그러한 결과는 학살로 이어지고 있었다. 저주받을 자들이여! 이단 추적대들은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심지어 신앙의 분별함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까지 모두 처벌의 대상으로 여기고 목숨을 거두어 갔다. 풍비박산난 마을이 있는 가하면 젖먹이 아이는 섬"겼"던 자들로 분리되어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들의 노예가 될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파사니만이 발휘하는 광기는 다른 부하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잔인했다. 아넬피스를 영접하고 나서 조각을 되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자신이 관리하는 이단 추적대 만큼은 교단과 아넬피스에게 특출나 보여야 한다는 반성으로 아나티리캄 전역을 지옥도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파사니만은 추적대들에게 보내는 서신에 이렇게 적었다.
"심문은 합리적으로(그들의 합리란 믿느냐 믿지 않느냐 둘 중 하나였다), 처벌은 빠르게, 교화는 확실하게 하도록 하라. 첫번째 문에 끼어드는 먼지들을 재빨리 청소해야하는 게 바로 우리 이단 추적대다"
저주받을 자들이여! 이단 추적대원들은 이단 심문을 당하는 자들 중에 젊은 처녀들은 섬"겼"던 자들로 분류하여 본인들의 감옥으로 보냈다.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차마 적기 끔찍 하도다. 땅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가 너무 많이 흘러 강줄기가 되어 온 대지를 향해 새어 나가 적시고 있었다.
아나티리캄의 한 텝 오부자는 정곡을 찌르는 평가를 남겼다.
"이 새끼들은 아보라는 무기를 든 도적떼들일 뿐이다"
강 건너 편에 쑥대밭이 된 마을을 지켜보고 자신들은 아니라 안심하던 다른 마을도 다음날의 쑥대밭이 되었다. 아나티리캄이 상대적으로 이단 추적대의 성과 경쟁으로 격렬해 보였으나 대륙 전체에서 아보교단이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지역들 내에서도 모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이단추적대들이 없는 곳은 현지 사제들이 그러했고 똑같이 성욕과 물욕, 탐욕과 식욕에 눈이 멀어버린 저주받을 자들이였다. 사람들에게 빼앗은 재물로 배를 불리고 그들의 교세를 확장해갔다.
그간 아보의 형제들은 지금의 잔인함이 돋보였던 교단은 아니였으며 그 모습을 대신한 것은 이단 추적대였다. 다른 지역에 진출해서 신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이그네움을 제공하는 아보테의 국교로써 국가 종교인만큼 다른 종교보다 "질서","순리","충성"등으로 보다 조직적이고 세련되게 보여야만 했기에 당연하지만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약탈하는 것은 포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교단내 급진적인 사제나 혹은 그와 비슷한 침략자적 태도를 보이는 다른 교단으로부터 수호자로써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대주교의 칙령에 따라 하나처럼 움직이는 조직적인 모습이 역설적으로 참담한 결과로써 진행되고 있었다.
아보의 형제들은 "아보"라는 자연과 순리의 신 혹은 자연 정령의 모습으로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신을 숭배했다. 원시적인 모습과 특징에서 점차 살이 붙어가며 아보의 형제들은 어느 순간 "질서","복종","강자생존"등의 논리로 자연이 원활히 흐르는 것은 그 순리대로 가기 때문이여, 만약 아보의 말씀을 거스른다면 역풍에 배가 나아갈 수 없듯이 신을 배반하는 짓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아보의 이름으로 세워진 아보테 왕국은 국교가 아보 신앙이었으니 다른 교단이 자신들의 세력권을 침범하는 행위는 지켜볼 수 없었다. 동시에 그 세력권이란 자기들의 영지이자 정신적 공간의 허용범위였으며 전쟁으로 영토가 넓어가고 신민들이 많아지고 유입됨에 따라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으니 잠시 숨을 고르게 해준 것 뿐이었다. 근본적으로는 타협불가능한 교리를 가지고 있어 같은 땅에 살아가는 다른 종교를 가진 신민들을 탄압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고 결국 그 시간이 닥쳐온 것이다.
아보가 다른 모습으로 재림할 자. 첫 번째 오는 이는 거짓이라 말하는 그들의 주장은 그 첫 번째가 대륙의 다른 신들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두 번째 올 이가 바로 재림한 아보라고 주장하며 문이 모두 열리면 재림 아보가 등장할 것이라는 종말론적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만 보는 것은 방관자로써 심판받을 짓이니 종말에 아보와 함께 승리할 자들은 문이 열리기전 아보의 말씀에 순종하여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자들을 제거해야 만 했다. 공기를 원활히 흐르게 하려면 창문을 뚫듯이 그 벽을 일부 허물어야 한다는 비유로 흔히 설명했다.
아나티리캄 내 테오메자를 섬기는 자들을 심문하고 처벌한 지 몇 주가 지날 무렵. 그날 하루도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처형터에서 사람들이 길게 무릎을 꿇고 생매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이단추적대원과 그들을 보조하고 있는 열성 신도들이 무기를 든 채 경비를 서고 있었다.
처형될 사람들은 자신들이 묻힐 땅을 직접 파고나서 구덩이를 앞에 놓고 있었다. 아보의 형제들 사제가 마지막 절차로 그들에게 다가와 한 사람씩 머리에 덩쿨을 대고 읆었다
"자연의 것은 자연으로, 아보의 것은 아보의 품으로 돌아가나니 이 마름병에 걸린 줄기를 묻어 이 땅을 정화하리라"
그렇게 똑같은 행동을 반복 했고 열 명 중 마지막 한 사람만이 사제의 기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제는 덩쿨을 거두고 마지막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덩쿨을 얹었다. 헌데 얹자마자 비명소리가 터졌다. 마지막 사람은 뒤로 묶인 손을 푼 채 단검으로 사제의 가슴을 재빠르게 찌른 것이다. 모두가 갑작스런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추적대원들과 무장 신도들은 깜짝 놀라 무기를 챙겨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처형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두려움에 넘어지거나 다시 일어서며 뒤로 빠지려 했다. 사제는 쓰러지며 덩쿨과 함께 본인이 직접 구덩이로 굴러 떨어졌다. 단검을 빼든 남자는 사제의 비명보다 더 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알수 없는 말을 외쳤다. 처형터에 묻을 곳이 없어 시체를 그냥 방치하거나 쌓아두었던 곳에서 갑자기 송장들이 일어서서 쇠스랑과 곡괭이를 들고 뛰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횃불도 같이 들고 함성을 지르며 좌우로 달려오는 송장들은 순식간에 이단추적대와 아보의 형제들 무장 신도들을 덥쳤다. 꼼짝없이 갇혀버린 추적대원들은 분노의 쇠스랑에 찔려 관통당해 즉사했고 무장한 신도들은 어설픈 반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뒤에서 내리치는 곡괭이에 군중들 발 아래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지근거리에서 화살을 쏘는 추적대원은 달려오는 송장들 몇몇을 맞추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군중의 파도에 휩쓸려 그 또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누워버린 적의 시체를 보고 분을 풀기 위해 짓밟거나 쇠스랑으로 셀수 없이 찌르거나 곡괭이를 휘둘렀다. 사제를 찌른 남자는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다 묶여있던 나머지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그들은 시체더미에서 튀어나온 산 송장들이 아닌 부로다치의 반란군이었다. 피의 첫 복수를 해 냈다. 반란군은 이곳에서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혼을 이번 공격으로 잠시나마 위로를 해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59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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