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59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59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59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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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로다치의 반란군이 처형터에서 첫 공격을 마치고 난 후 이단 추적대의 본부가 발칵 뒤집어졌다. 무엇보다 형상을 알아보기 힘든 대원들과 신자들 그리고 사제의 시체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파사니만이 격노했다. 그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크게 쳤고 순간 대원들은 당황하여 긴장한 채로 그의 입에 주목하고 있었다.

"처형터 인근에 있는 마을들을 모두 샅샅이 뒤져서 반란의 불씨가 조금이라도 연관되거나 발견된다면 그 마을 전체를 밀어버려라"

이단 추적대와 아보의 형제들의 열성 신자들은 아무 상관없는 인근 마을 한 곳을 골라 보복성 약탈과 살육을 벌였다. 반항하면 본보기로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러한 잔혹성은 되레 아나티리캄 전역을 보다 더 똘똘 뭉치게 하는 명분만 가져다 주었다.


추적대의 복수로 불타버린 마을의 폐허를 망연자실하게 지켜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있은 후,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고나서 대규모의 반란군이 조직되어 부로다치가 동부 아나티리캄의 추적대 캠프를 직접 공세를 펼치게 되었다. 추적대 캠프는 그대로 갇혀버렸고 갑작스런 기습에 추적대원들과 동조하는 신자들이 손 쓸틈도 없이 밀렸다. 보다 치열하게 저항을 했으나 수적 열세로 모두 전사 하여 이내 싸늘한 주검으로 일주일 전의 복수를 다시 되갚아주었다. 사망자만 해도 백 여명이 넘어갔으며 대부분이 이단 추적대원들과 아보의 형제들 신자들이였다. 주변 지역에서 전투가 연이어 이어지며 반란군의 승전보가 알려졌고 이러한 소식들이 아나티리캄 전역에 알려지자 크게 고무된 다른 텝 오부자들과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연합전선을 만들려는 생각으로 서쪽의 본부를 제외한 동북남쪽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소수에서 대규모까지 반란군들은 캠프를 습격하거나 아보의 형제들의 사원에 들이닥쳐서 아보의 신상을 찍어내고 무장한 신자들을 물리친 후 심문당하는 사람들을 풀어주며 그들을 합류시켰다.


당황한 파사니만은 처음엔 패전 소식을 알리지 않으려했지만 이미 준동하는 반란군으로 인해 바쁜 현장을 핑계대며 검은 비둘기로 대신 디고에 위치한 대신전에 소식을 알렸다. 원칙적으로 파사니만이 직접가거나 간부들이 찾아가서 대면으로 보고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단추적대의 상관은 대주교였고 교단 소속의 무력집단이였으므로 조각 문제를 제외한 국왕 아넬피스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대주교의 조용한 음성을 받아 적은 서기관은 다시 쪽지를 적어 추적대 본부에 답장을 날려보냈다. 내용은 단순했다. 반란군을 물리치고 아나티리캄 전역에 통제를 강화하라는 것이었다. 대신 여기에 긁어부스럼이었는지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만약 실패한다면 아보의 진노가 추적대원들에게 일어나리라 경고했다. 파사니만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직접 부로다치 반란군을 물리쳐야 했다. 그는 본부 내 추적대원 상당수와 무장 신자들을 800 여명 정도를 모아 아나티리캄 동부로 향했다. 뼛속까지 추적대원인 파사니만은 반란군이 자신들의 본거지를 공격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을 이용하여 전략을 세웠다. 자기들이 본부를 비워 출정 한 소식을 일부러 흘린 것이다. 소수의 인원만 남겨두고 추적대가 동부로 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로다치의 반란군은 미끼를 물며 기회는 이때다 싶어 즉시 서부로 향했다. 마주치는 정예 군대인 추적대와 싸워줄 필요가 없었으므로 남부로 우회하여 서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때 반란군의 인원은 3천명 정도로 동남부의 맞서 싸우고자 하는 테오메자 신자들이 각자 무기를 챙겨 나와 아나티리캄의 적들을 뿌리뽑고자 의기투합하여 모여들었다. 그들의 군세를 실로 웅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아나티리캄에 평화가 오리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후 본부로부터 3일 정도 떨어진 거리의 평야에 부로다치 반란군이 진을 쳤다. 연 이은 승전과 무수한 병력으로 직접 공격당하지 않을 것이란 안일한 판단 하에 아무 곳에나 자리 잡고 날을 보내려고 했던 것이다. 파사니만의 추적대는 언덕에서 평야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추적대원 200명은 말을 타고 있었고 나머지 600명은 무장한 신도들로 부로다치의 반란군과 비교하면 그나마 교단 차원에서 약탈하거나 보급된 장비들로 얽기설기 갖추고 있어 그나마 나은 수준이었다. 600명의 무장 신도들이 평야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각자 횃불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 방망이나 도끼를 들고 진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함성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니 경계를 서던 반란군 병사가 부로다치에게 이를 급히 알렸고 부로다치는 전군에게 나팔소리와 함성소리로 공격 소식을 전달했다. 이내 3천명의 군대가 돌진해오는 600명을 바라보며 방어 태세로 갖추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광경이 그들의 눈 앞에 펼쳐졌다. 아보의 형제들 무장 신도들의 맨 앞 줄에서 물에 젖은 듯한 몸으로 달려오는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게 처음에 무엇인지 모르다가 이내 그들이 가까워지자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며 달려오기 시작했고 반란군은 이그네움을 온 몸에 바른 광신도들임을 알게 되었다. 3000명의 병사들은 그 광경을 보고 실로 미친 짓이라 생각하며 가장 앞에 있는 자들이 공포에 질려 반사적으로 쇠스랑과 창으로 막으려 했으나 쏟아져오는 불씨 망령들이 그들을 얼싸안고 같이 타 죽으려 발악을 하면서 앞 열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그네움의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아 사람과 사람사이를 오가며 전염병처럼 옮겨 붙기 시작했다. 막으려해도 달려드는 자들은 적을 향해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진지를 향해 돌진하여 사방에 불을 지르며 죽어갔다.


이어서 언덕에 숨어있던 파사니만과 그의 추적대원들이 박차를 가해 내려오며 3천명의 반란군의 뒤를 쳤고 앞에서는 불길에 휩싸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에 정예 군대인 추적대원들이 뒤를 치니 반란군이 패닉에 빠졌다. 추적대원들은 아보테에서 가장 튼튼하고 훌륭한 갑옷을 입고 있었고 군마 또한 갑옷을 입어 적의 쇠스랑은 구부러지고 적의 곡괭이는 가볍게 튕겨내기도 했다. 그리고 추적대원의 무기들은 아보테에서 가장 날카롭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무기라 반란군의 목숨을 쉽사리 빼앗고 있었다. 부로다치는 앞 뒤로 공격을 받은 반란군을 수습하려 애를 썼으나 가장 뒷열이 무너지며 도망치거나 길을 열어주고 있었고 앞 열은 불로 싸맨 광신자들이 죽고나서 넘어와 들이닥치는 무장신도들의 창칼을 버텨내기 바빴다. 무엇보다 반란군은 제대로 훈련받은 병사들이 아니였으므로 전열이 빠르게 와해되고 있었다. 부로다치는 표정이 점차 굳어가다가 눈을 지그시 감고야 말았다. 테오메자를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하는 순간이 예상보다 빨리 오게 된 것이다.


몇몇 병사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부로다치에게 퇴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여도 부로다치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싸우다 죽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천막에서 테오메자에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조용히 기도드린 채 창을 들고 뒷열로 향했다. 추적대원을 한 명이라도 저승으로 보내야 원한이 없을 것이란 판단때문이었다. 그는 혼란한 상황에서도 추적대원의 옆구리를 찔러 추적대원을 떨어뜨렸으나 이내 다른 추적대원의 활에 맞아 주춤거렸고 옆구리에 찔린 추적대원이 재빨리 검으로 그의 복부를 찔러넣었다. 부로다치는 창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반란군은 부로다치가 죽은 지도 모르고 어떻게든 저항해보려 했으나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다. 3천명은 진형이 갉아 먹히다가 퇴각하지 못한 채 모두 전사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죽은 자를 집어삼키는 화마를 피해서 파사니만의 군대는 승리한 후 빠져나왔다.


이 전투 한번에 동부 반란군이 무너지고 말았으니 연합군을 형성하려는 다른 텝 오부자들의 기세를 심히 꺾이게 만들었다. 죽어있는 사령관을 찾은 파사니만은 부로다치의 목을 베어 본부에 효시하고 많은 이들에게 이단자가 저항하면 어떻게 되는 지를 널리 알리게 했다. 아나티리캄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는 저항자 부로다치가 전사 후 일단락 되었으나 아보테와 아보의 형제들은 아나티리캄에 군사를 추가 투입해 집중함으로 통제를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는 동시에 아보테 국경의 경비가 다소 약해져 소홀해지고 있었다.


설산에서 내려온 하얀 악몽의 군대가 마침내 계약을 맺은 바슬라를 무사 통과한 후 북동쪽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이그네움.



60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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