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60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60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60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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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서 창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 할 무렵. 헤르논의 전투 수도원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크리네스에서 로이딘 일행을 추적하는 정찰대가 헤르논 국경을 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헤르논과 크리넬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이면서 서로의 영토에서 자신들의 군사통행에 대한 협정을 맺은 바 있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온 이웃 병사들에 대해서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전의 시장이자 총독 시절의 이야기일 뿐 현재는 물러스 지배 하에 헤르논은 황금 치유교단의 도시였다. 크리네스 정찰대가 넘어왔다는 소식을 듣자 경계상태로 경비병들을 보내 정찰대의 동태를 살피고자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통과하는 것이 아닌 아예 머무르며 헤르논을 수색 정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물러스는 열이 받았고 의심을 가득 품은 채 대놓고 군사를 이끌고 추적대가 머무는 캠프로 찾아오게 되었다.


크리네스 정찰대는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 해 있었다. 앞에서 말을 몰고 병사들이 열을 맞춰 오고 있는 것을 보자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정찰대는 경계를 바짝하고 있었다. 곧 시장이 행차했다 알리는 도시의 깃발을 보면서 캠프에서 쉬고 있던 정찰대장은 물러스를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텐트에서 나오고 있었다. 잠시후 물러스의 군대가 도착해 경계심과 긴장, 공기 중에 흐르는 어색함을 견디며 서로를 바라보았고 정찰대장이 말에서 내린 물러스와 측근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을 꺼냈다.

"어서오십시오 시장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대꾸를 하지 않은 채 물러스는 캠프에 있던 정찰대를 눈으로 훍었다. 그리고 뜸을 들이고서 되물었다.

"헤르논에 무슨 일이 있어 병사들이 머무는 것이오?"

정찰대장이 답했다.

"크리넬에서 도망간 자들을 추적 중에 있습니다.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부족에 위해를 가한 자들이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오게 되었습니다."

물러스는 그 말을 듣고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런 인간들이 하루 이틀 도시로 몰려드는 게 아닌 지라 전혀 이상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찰대가 직접 올 정도라면 큰 일을 저지른 게 분명해 보였다. 물러스는 말했다.

"어떤 문제로 그들이 도망친 것이오?"

"죄송합니다. 말씀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찰대장이 기다렸단 듯이 답을 하자 물러스는 살짝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 대해 짚지 않을 수 없었다.

"군사 통행이란 본래 헤르논은 크리넬을, 크리넬은 헤르논을 통과해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한 목적으로 양쪽이 손을 잡은 것이지, 백주 대낮에 도시에 진을 치고 이웃 국가 사람들을 상대로 염탐을 하라고 맺은 게 아니오만?"


정찰대장은 헤르논과 소모적인 논쟁을 해봤자 수색에 문제만 생길 게 뻔 할 것을 알아 못 이기는 척 대충 족장인 크리네스 4세의 명을 받아 측근을 살해하고 도망간 자를 찾고 있다 둘러댔다. 괜히 조각이나 어떤 물건과 연관지으면 헤르논도 환장할 것이고 그게 무엇인지 혹은 자기네들이 몰래 취하려고 수를 쓸 것 같았기 때문에 단순 살해자로 로이딘 일행을 정의하고 그들이 이곳으로 도망쳐 찾아왔다 답했다. 이유를 들은 물러스는 지루한 이유의 살해자를 가지고 꼬투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어 정찰대에게 만약 수색정찰이 헤르논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이라면 가만두지 않겠다 경고하며 재미없는 정찰대를 뒤로 한 채 다시 군사를 이끌고 떠났다. 무사히 위기를 넘긴 정찰대는 물러스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었다. 정찰대장은 그가 굉장히 거만하고 재수없는 인간임을 대원들과 함께 욕을 했다.


헤르논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물러스는 대륙에서 벌어지는 최근의 사태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그가 군사를 이끌어 추적대에 직접 오게 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전쟁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고 아보의 형제들이 대륙 전체에 걸쳐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나 헤르논은 아보의 형제들과 거의 필요악,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듣자하니 본 교단에서 종말적인 행동강령이 떨어졌으니 헤르논의 아보신자들도 창칼을 휘두르지 않을 까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고 도시에서 내전이라도 터졌다간 그간 쌓아놓은 재물과 영향력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까봐 물러스는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래도 황금 치유교단이 정신 나갈 정도로 헤르논 안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직 물러스를 위한 도시가 되었으므로 아보 교단이 저항할 수단은 많지 않아 보였다. 그래봤자 아나티리캄에서 한참 싸우고 있는 추적대와 무장 신자들이 모여서 공격 해 온다는 것은 헤르논에게 충분히 준비 할 시간만 주게 될 터였다. 또한 쉽게 무너질 도시도 아니였다. 그렇게 되면 되레 도시 내에 살고 있던 아보의 형제들의 모든 신자들은 인질이 될 터이고 손가락 까딱하면 이들부터 처형하고 전쟁에 돌입하면 그만이었다.


아나티리캄에서 헤르논으로 넘어오는 상단들에게 소식을 전해듣노라면 그 광경이 참으로 지옥과 같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생매장, 화형, 고문, 약탈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전쟁의 맨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보의 형제들이 다행히 상단들은 건드리지 않고 돈줄로 내버려두었으나 상인들도 사람인지라 참혹한 상황을 마주치는 이들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헤르논은 아나티리캄과 부지런히 교역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물자가 부족해지고 지역에 있는 마을들이 모두 박살이 나면서 꾸준히 확보하고 있던 원자재나 직물들을 공급하는 데 치명타가 가해졌다. 덩달아 헤르논까지 간접적인 전쟁의 피바람을 겪으며 도시 내의 분위기도 점차 불안에 떠는 것만 같았다.


헤르논 북쪽의 바위산의 전투 수도원. 전투 수도원은 마을을 통해 상단들을 만나는, 인근 마을을 접선 장소 혹은 거래 장터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런 마을들은 전투 수도원에 물자를 보내주고 거래하는 등 우호적이었고 도적떼의 공격으로 전투 수도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가장 가까운 북서쪽의 마을인 "세이판"이 대표적으로 그러했다. 마을에 상단이 도착하고 수도사들도 동시에 도착하면 거래할 장소를 마련해주고 이들의 짐을 대신 실어주거나 혹은 수도원 인근까지 운반해주기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본래는 겨울 수수를 가꾸는 자유 농민들이 모인 마을이였으나 전투 수도원 측에서 외부에 자신들의 위치가 공개적으로 알려지길 꺼려하면서 제 3의 장소를 이용하게 되었다. 상단은 대륙을 순회하며 혹은 도시와 마을 할 거 없이 돌아다니면서 온갖 신기한 장식품에서 간단한 식료품까지 그날 그날 확보할 수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수도원과 거래했다. 전투 수도원과 거래하는 단골 상단은 "달팽이 상단"이였다. 이들은 사람들이 언제 도착하나 기다리면서 너무 느리다며 마치 "달팽이"같은 속도로 찾아온다며 퉁명거리며 부르던 별명이 이름처럼 굳어졌다.



61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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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여정 2권 마침, 3권에서 계속(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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