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는 왜 보아야하는가?
슬픔에 위안을 주고 추억과 그리움을 되살린다
“화가 천경자는 / 가까이 갈 수도 없고 / 멀리 갈 수도 없고 / 매일 만나다시피 했던 명동시절이나 / 이십 년 넘게 / 만나지 못하는 지금이나 / 거리는 멀어지지도 /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 대담한 의상 걸친 /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 허기도 탐욕도 아닌 원색을 느낀다 (---) ” < 천경자를 노래함 / 박경리 >
‘천경자 탄생 100주년 특별전’을 보러 고흥에 갔다. “고흥은 어머니에게 예술적 감성을 전해준 탯줄 같은 곳” 천경자 화백의 둘째 딸이자 특별전 총감독인 김정희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의 말이다. ‘감동과 그리움(전시 주제)’이 7개의 전시장을 따라 이야기처럼 흐른다.
천경자 화가는 한국전쟁으로 모두 어렵고 힘겹게 살던 1951년,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광주에 살던 시절이었다. 폐결핵으로 숨진 동생 옥희의 뼛가루를 3월9일 강물에 뿌리고, 5월1일부터 하루에 한 마리씩 35마리를 그렸다. 뱀 그림 첫 작품 <생태(生態)>이다, “뱀 수십 마리를 화면에 집어넣음으로써 이 슬픔을 극복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서전 <<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72쪽).”
명화(名畫)는 슬픔에 위안을 주고 추억과 그리움을 되살린다. ‘그림은 그리움의 줄임 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쓴 쇠귀 신영복이 남긴 말이다. 남도 사투리를 평생 즐겨 쓰던, 파란만장한 ‘슬픈 전설’ 천경자는 이제 그의 고향에서 ‘찬란한 전설’로 다시 태어났다.
“꿈은 화폭에 있고 / 시름은 담배에 있고 / 용기있는 자유주의자 / 정직한 생애 / 그러나 / 그는 좀 고약한 예술가다. < 천경자를 노래함 / 박경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