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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May 01. 2024

주인이 되어 길을 걷고 있는가?

길은 걷는 사람이 주인이다

“ (----) / 걸어라 / 너만의 길로 걸어라 //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

                    < 길 / 박노해 >     

시인 박노해 시구처럼 ‘길은 걷는 사람이 주인’이다. 

돈도 쓰는 사람이 주인이다. 버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점과 선으로 이어진 길은 멈추면 ‘곳’이 된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주인이 되라(隨處作主)’, 임제선사(?~866) 말씀을 새긴다.

난 지금 주인이 되어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시내에 점심 약속이 있을 때는 한 시간쯤 일찍 출발한다. '푸른 길'을 걷기 위해서다. 철로를 뜯어낸 옛 기찻길이 십수 년이 지나자 이제 녹음 우거진 숲길이 되었다. 5월 신록이 싱그럽다. 대로에서 멀어 차 소리도 없고 나무에 앉은 새소리가 시원하다. 자전거를 탄 사람, 지팡이를 끄는 분, 걸음이 빠른 젊은이--, 푸른 길은 언제나처럼 활기가 흐른다.  

    

초록 잎들이 지붕처럼 넓게 펼쳐진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본다. 옆 벤치에 머무는 사람도 자주 바뀐다. 대개 나이 드신 분들이 지나다 다리를 쉰다. 그런데 하나같이 머무는 시간이 짧다. 2~3분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관절염을 앓고 있다는 할머니도 3분이 못 되어 지팡이를 끌며 일어섰다. 손님처럼 갈길이 바쁘게 보인다.     

 

<나는 산사로 출근한다>를 쓴 루이스 리치몬드는 보통 걸음 속도의 절반 정도로 걷는 느긋한 ‘호흡명상, 보행명상’을 권한다.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느낌을 경험하는 호흡명상, 발바닥에 닫는 땅을 느끼도록 발바닥에 신경을 집중하는 보행명상이다. 주인이 되어 길을 걷는 방법이다. 

     

코로 들이마시는 숨을 느끼고, 발바닥에 닿는 땅을 느끼며 푸른 길을 걸어본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 길 / 정호승>”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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