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주인이 되어 길을 걸어보라
“ 걸어라
너만의 길로 걸어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
< 길 / 박노해 >
시내에 점심 약속이 있을 때는 한 시간쯤 일찍 출발한다. '푸른 길'을 걸어서 시내로 들어간다. 철로를 뜯어낸 옛 기찻길이 십수 년이 지나자 이제 녹음 우거진 숲길이 되었다. 대로에서 멀어 차 소리도 없고 나무에 앉은 새소리가 시원하다. 자전거를 탄 사람, 지팡이를 끄는 분, 걸음이 빠른 젊은이--, 푸른 길은 언제나처럼 활기가 흐른다.
점과 선으로 이어져 있는 길은 멈추는 점이 ‘곳’이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주인이 되라(隨處作主)’, 임제선사(?~866) 말씀을 새겨본다. 초록 잎들이 지붕처럼 넓게 펼쳐진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멈춰 앉는다. 벤치에 머무는 사람은 자주 바뀐다. 하나같이 머무는 시간이 짧다. 2~3분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관절염을 앓고 있다는 할머니도 3분이 못 되어 지팡이를 끌며 일어섰다.
<나는 산사로 출근한다>를 쓴 루이스 리치몬드는 보통 걸음 속도의 절반 정도로 걷는 느긋한 ‘호흡명상, 보행명상’을 권한다.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느낌을 경험하는 호흡명상, 발바닥에 닫는 땅을 느끼도록 발바닥에 신경을 집중하는 보행명상이다. 주인이 되어 길을 걷는 방법이다. 발바닥에 닿는 땅을 느끼며 푸른 길을 걸어본다. “(----)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 길 /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