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제학교 방문기
민주고 방문 후 두 번째 찾은 학교는 경제 국제학교였다. 민주고에서 다양한 학급을 방문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학급은 자유 교실이었다. 자유 교실 선생님인 로크 선생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경제적 자유인 소유권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을 가져온다고 이야기하였다. 가난한 사람은 먹고살기 바빠서 정치에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교사인 나만 하더라도 교사를 그만두고 정치 활동을 하려면 교사로서의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친구인 윤변 호사는 상대적으로 소득도 많다. 정치를 하다 그만두어도 다시 변호사를 하면 되는 것이니 정치에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정치와 경제제도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경제에 대해서도 깊이 알고 싶어졌다.
마침 민주고 교장선생님의 도움으로 경제 국제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 학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연결되었다. 이 학교는 성공한 경제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교였다. 학급마다 경제 수업이 중요한 수업일뿐 아니라 학급의 운영도 경제 원리에 따라 운영을 한다고 소개받았다.
민주 고를 방문해서 경제 국제학교를 방문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지만 사실 경제라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골치 아픈 과목이었다. 물건 값이 비싸면 덜 사고 싶다고 말하면 될 것은 수요곡선이 우하향한다고 이야기한다. 짜장면을 두 그릇 이상 먹으면 먹고 싶은 마음이 덜 생긴다라고 말하면 될 것을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의해 효용이 감소한다고 말한다. 헤어진 여자 친구를 더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경제 선생님이 ‘매몰 비용은 잊어라'라고 말했을 때 경제는 모든 것을 숫자로 이야기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창가에는 제라늄 꽃이 피어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아름다운 분홍빛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관심이 없다가 ‘몇 십만 프랑짜리, 몇 평의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 이해한다는 소설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경제 국제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나면 꼭 숫자로 표현해야 경제인지 그것부터 물어보고 싶어졌다. 마침 교장 선생님이 현관에 나와있었다.
“교장 선생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많이 배우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뭘요, 저희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마침 우리 학교가 모의 경제생활 주간이에요. 수업과 실생활을 연결시켜 수업을 하고 있어요. 먹고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어느 교실부터 보여드릴까요?”
“저야 교장 선생님이 추천하는 곳부터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디든 좋습니다.”
“그럼 일단 기초부터 배운다 생각하고 스미스 선생님 반으로 가보세요. 저쪽 모퉁이 돌면 노랗게 벽돌 칠해져 있는 초등학교 건물 있죠? 그쪽으로 가시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다 돌아보고 다시 교장실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스미스 선생님의 교실은 5학년 교실이었다. 앳되 보이는 학생들이 모의 장터에서 가져온 물건을 팔고 있었다. 어수선해 보이기도 했지만 활기 넘치는 교실이었다. 스미스 선생님은 담임 자리에 앉아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수업을 참관을 하러 들어온 것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스미스 선생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선생님. 오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스미스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스미스 선생님은 박스티에 밑단이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있었고 스냅백 모자를 쓰고 있었다. 범상해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복장이 아주 자유로워 보이십니다.”
“네, 제 복장은 우리 반을 운영하는 방침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 반 운영 방침을 잘 보여주는 게 하나 더 있어요. 바로 급훈이죠.”
그러고 보니 스미스 선생님 학급의 급훈은 태극기 옆에 있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태극기도 없었다. 급훈을 찾으려고 교실을 둘러보니 ‘맙소사’ 급훈이 천정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급훈은 ‘자유방임'이었다.
“선생님, 방임은 나쁜 것 아닌가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떻게 하려고요?”
“자유방임이라고 해서 제가 아무 역할도 안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학급에서 친구들끼리 싸우는 것은 제가 적극적으로 제지합니다. 물건을 훔치거나 빌리고 돌려주지 않는 것도 엄하게 혼을 내죠. 그리고 다른 반 학생들이 우리 반을 망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아요. 우리 반에 와서 분위기 망치는 놈들은 제가 혼쭐을 내놓죠. 경찰과 군인의 역할 정도는 제가 하고 있습니다.”
“축구 경기로 보자면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선수들을 경고하고 퇴장시키는 심판 정도의 역할을 하시는 거군요"
“정확한 비유입니다. 제 역할이 바로 그 역할이에요. 그게 제 학급 운영 방침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 외의 간섭은 최소한으로 하고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인데 더 적극적으로 학급운영을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의 적극적 개입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원하는 것을 제가 다 알 수 없습니다. 학생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학급 운영을 하기도 어렵고요.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자습 시간을 만들에 공부를 하자고 하면 어떤 학생들은 더 공부할 수 있게 되어서 좋겠다고 하겠지만 어떤 학생들은 충분히 자야 공부를 잘할 수 있는데 오히려 담임선생님 때문에 공부가 방해가 된다고 할 것이고, 어떤 학생들은 그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더 안 좋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런 욕구 하나하나를 맞춰주기는 쉽지 않죠. 오히려 기본적 규칙만 정해주고 알아서 하게 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각자 하면서 각자의 만족감이 커지고 학급 전체로 합산하면 아주 큰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겁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어 활발한 것 같긴 하네요. 지금 하시는 경제 수업도 그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인가요?”
“네 이번 경제 수업 주간은 ‘기본적 경제 문제 해결해 보기’를 주제로 하고 있어요”
“기본적 경제 문제가 무엇인가요?”
“기본적 경제 문제는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생산할 것인가? 누구를 위하여 생산할 것인가? 에 관한 문제예요.”
“그럼 스미스 선생님 학급은 이를 자유방임 원칙을 통해 해결하시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학급 운영을 하는 방법을 경제 문제 해결에도 그대로 적용을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가져온 물건을 사고파는 활동을 합니다. 저는 규칙만 잘 지키도록 지켜보고 최소한으로 개입합니다. 제가 여러 해 수업을 해보니까 자유롭게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아요. 학생들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게 되고 말이죠. 제 원칙을 받아들인 옆 반 잉글랜드 학급은 작년에 5학년 전체에서 최고의 학급이 되기도 했어요"
“꽤 효과가 있는 방법이겠네요. 문제점은 없을까요?”
“무슨 제도이든 문제점은 발생하겠죠. 제 자유방임 원칙도 그렇고요. 하지만 제 원칙은 문제점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정 문제점을 알고 싶으시면 6학년 김반장을 찾아가 보세요. 그 친구는 제 원칙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네,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럼 다음에 또 뵐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 김반장. 반가워, 나는 이 학교를 참관하러 온 장선생이야."
“안녕하세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저와 인터뷰를 원하신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반장은 앳된 6학년이었다. 하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표정에 세월의 고통이 묻어 있었다.
“내가 스미스 선생님 교실을 다녀왔어. 스미스 선생님의 교실 운영에 별 문제가 없었는지 물어보았는데, 너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러더구나.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저 5학년 때 이야기 말씀하시는 거죠. 네 어려운 일은 아니죠. 좋은 일만 겪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선생님도 다녀오셔서 아시겠지만 스미스 선생님 교실의 급훈이 자유방임이잖아요. 처음에는 자유방임이 너무 좋았어요. 그전에는 화장실 하나 가는 것도 선생님께 손들고 물어봐야 했는데,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그 정도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했어요. 그런데 자유방임 교실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맡기더라고요. 친구들하고 싸우는 정도만 선생님만 간섭하시고, 선생님이 정해주신 규칙 정도만 잘 지키면 나머지는 저희들이 각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행복한 학급 생활이었겠어. 그런데 무슨 문제가 생겼어?"
"그런데 몇 달이 지나니까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선 다들 청소를 하지 않는 거예요. 공부를 하고 쓴 종이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데 누구 하나 버릴 생각도 하지 않다 보니 쓰레기통 주변은 폐휴지와 먹다 남은 깡통으로 가득 차 있게 되었어요.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협의해서 자율적으로 하라는 말씀만 하셨어요. 더 큰 문제는 학생들 성적 차이가 벌어지는데 선생님께서 전혀 조치를 취하시지 않는 것이었어요. 선생님께서는 자유롭게 경쟁을 하다 보면 서로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이미 선행학습을 한 친구도 있고, 지능이 좀 부족한 친구도 있고, 가정이 불우해 부모님이 잘 못 돌보는 친구도 있고 한데, 그러니까 아주 다양한 종류의 친구들이 있는데 선생님은 자유로운 경쟁이 답이라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 간의 성적 격차는 커지기만 하더라고요. 한 번은 선생님께 성적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노력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쭈어 보았는데 ‘성공은 경쟁과 노력의 결과물이다'라는 말씀만 하셨어요.”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또 다른 문제는 없었니?”
“사실 가장 큰 문제는 학급이 그렇게 평화롭지 않았다는 거예요. 엄석대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많은 친구들을 괴롭혔어요.”
“아, 엄석대. 이 친구는 민주고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더니 여기서도 문제를 일으켰구나. 자유방임이지만 그런 문제는 선생님이 개입하기로 하지 않았었니?”
“그건 정말 순진한 이야기예요. 결국 문제가 생겨서야 해결해보겠다는 것인데, 학급 돌아가는 것이 그렇지 않아요. 다 선생님들의 착각이죠. 엄석대는 우리보다 힘도 세고 머리도 좋았어요. 그래서 교묘하게 우리를 괴롭혔어요. 선생님 안 계실 때 겁을 주고, 자신한테 도전하는 친구는 왕따도 시키고 회유도 하고 그랬어요. 다들 엄석대를 두려 했지요. 아마 담임 선생님은 그런 것 잘 모르실 것이에요. 겉으로는 다들 웃고 있고 밝아 보였으니까 말이에요. 여하튼, 저는 자유방임 학교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6학년 올라갈 때는 엄한 선생님 반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럼, 지금 다니는 반이 엄격한 선생님이 지도하시는 반이구나.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니?”
“선생님 성함이 스탈린이에요.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스탈이 러시아어로 강철이라는 뜻이래요. 그래서 저희 반 별명이 강철 학급이에요.”
“그럼, 강철 학급이라고 이름을 부르도록 할게. 지금 강철 학급은 어때? 스미스 선생님 교실보다 좋아?”
김반장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며 대화를 멈추었다. 김반장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였다.
“사실 더 안 좋아요. 5학년 때가 그리울 정도예요"
“강철반 첫 조회 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 반 경제 교육의 목표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예를 들어 45평의 아파트에 거주할 권리는 돈 많은 사람보다 가족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것이 진정한 인간다운 것이라고 하셨고 학급 운영도 평등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신다고 했고요. 이 말이 얼마나 멋진 말인지 저는 넋을 잃고 선생님을 보았어요. 다 같이 돕고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학급이 된다는 것인 멋진 일이잖아요.”
“그런데 왜, 실망을 하게 되었니?”
“모든 학급 활동이 선생님의 철저한 계획 아래 이루어졌어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선생님이 우리보다 어른이시고 더 지혜 로우실 테니까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을 했지요. 처음에는 학급 운영이 꽤 잘 되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고 생각과 꿈이 바뀌고 좋아하는 선호도 바뀌게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잘 이해도 못하시고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시더라고요. 한 번은 학급 책걸상을 교체한 적이 있었어요. 아마 한 개당 20만 원 정도 했을 거예요. 선생님께서 가림막이 있는 책상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하시면서 가림막이 있는 책상을 단체로 주문해서 교체를 단행하셨어요. 학생들 키에 맞춰서 책걸상을 구입했지요.”
“학생들 키에 맞춰서 가림막이 있는 책걸상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 아닌가?”
“학생들이 키가 크잖아요. 그러니까 키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요새 여자아이들 치마 잘 안 입고 바지나 체육복 입고 다녀요. 그래서 사실 가림막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더라고요. 필요하다면 필요한 애들만 사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넣을 수 있는 포켓이었어요. 요새는 다들 패드 같은 것으로 공부를 하거든요. 여하튼 제 생각에 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정하시는 것이 좀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생님께 손을 들고 차라리 20만 원씩에 해당되는 돈을 학생들에게 주고 각자 필요한 것을 사게 하는 것은 어떠냐고 이야기했어요. 생각해보니 스미스 선생님 반에서 배웠던 이야기를 한 거네요.”
“선생님은 뭐라 하셨니?”
“갑자기 엄청 화를 내시더라고요. 역시 스미스 반 출신이라 동료애가 없다고 비아냥 거리 시기도 하고. 자신의 개인의 만족을 위해 공동체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도 했어요. 저도 좀 화가 나서 그건 선생님 혼자의 생각이 아니냐고 했더니 나와서 엎드려뻗쳐를 하라고 하고 몽둥이로 때리시는 거예요.”
“좀, 너무하셨구먼"
“네, 맞아요. 그 이후로 학생들은 겁이 나서 더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않게 되고, 선생님은 학생들이 다 자신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생각해서 점점 하고 싶은데로 하셨어요. 학급은 활력을 잃었어요. 쓰미스 학급보다 평등한 학급인 것 같기는 한데, 뭐랄까요. 하향평준화?”
장선생은 김반장이 5학년 시절을 그리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5학년 때로 다시 돌아가면 좋을까?”
“5학년 때로요? 그건 아니에요? 저도 진급해야죠. 중학교 올라가면 더 좋은 학급이 있지 않을까요? 중학교의 케인즈 선생님의 학급이 꽤 괜찮은 학급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초등학교 생활은 망한 것 같고, 중학교에 기대를 걸어봐아죠. 참 선생님은 지급 학교 참관 중이잖아요. 중학교 참관하시면 케인즈 학급 꼭 참관해주시고 저한테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짧게 전해주실 것이면 카톡으로 말씀해주시고, 길게 말씀해주실 것이면 제 메일로 부탁드려요. 제 메일 주소는 halfpaper@ecomomy.com이에요.”
“주소 끝이 economy 인 것을 보니 경제에 관심이 많구나.”
“그럼요. 경제에 관심이 많으니까 이 학교 들어왔죠. 저는요. 경제의 역사에 대해 해박하게 알고 싶어요"
장선생은 김반장에게 꼭 메일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중학교 학급으로 발길을 옮겼다.
케인즈 선생님의 교실은 겉보기에 스미스 선생님의 교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스미스 선생님의 교실처럼 활기가 넘쳤고 자유로웠다.
“케인즈 선생님 안녕하세요. 학생들이 중학생이라 아무래도 성숙해 보이네요.”
“반갑습니다. 장선생님. 학생들도 경험이 쌓이고 생각도 크고 하니까요"
“학생들이 성장하면 자율을 더 확대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듣기로는 선생님께서는 스미스 선생님과는 다르게 선생님의 개입이 더하다고 들었습니다.”
“맞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스미스 선생님처럼 자유방임이 원칙이 아닙니다. 자유방임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서는 김반장에게 들으셨죠?”
“네 김반장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개입을 하시는데도 학생들이 상당히 자율적이고 활발해 보이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낄끼빠빠라고 들어보셨나요?”
“낄끼빠빠요? 낄낄거리며 헤어지는 것을 말하는 건가요?”
“하하 낄 땐 끼고 빠질 때는 빠진다는 뜻이지요. 스미스 선생님 반의 문제점은 너무 방임만 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착할 것이라고 너무 믿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스탈린 선생님의 학급처럼 완전히 다 간섭을 해서도 안돼요. 너무 간섭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선생님의 눈치만 보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되죠. 그래서 제가 개입해야 되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제가 빠져야 할 부분은 자율적으로 하게 두는 것입니다.”
“개입해야 할 부분이 어떤 부분일까요?”
“우선 학급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위생 문제가 심각해져서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거든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학생들에게 벌점을 물리고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리는 학생들에게는 벌금을 물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업 격차 문제도 제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문제입니다. 제가 학생들의 학업 격차 해소를 위해 별도의 부진학생 지도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그 학생들도 비슷한 실력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또 개입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그리고 학급에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을 찾아내서 벌도 주고 정 안되면 등교중지를 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제가 해야 할 부분이죠. 참, 하나 더 있어요. 우리 학교의 경우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원하면 과목을 개설하고 수업을 진행하는데요, 제 생각에는 그렇게 하면 학생이나 학급의 발전이 없다고 봅니다. 교사가 먼저 나서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개설하기도 합니다. 학급 내 AP와 스마트패드도 미리 준비하고 AI 교과목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조건을 담임이 만들어주어야 학생들의 실력 향상이 더 되는 거죠.”
“수요에 맞춰 교육을 할 뿐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군요"
“좋은 표현이네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부분은 자율적으로 운영합니다. 하지만 제가 개입할 곳은 확실히 개입합니다.”
“선생님의 학급 운영 방침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는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께인즈 선생님은 그 질문에 잠시 숙고했다. 그리고 무겁게 입을 떼었다.
“먼저 살아본 사람의 지혜?”
“맞아요. 케인즈 선생님은 상당히 지혜로우셔서 학급이 원활히 운영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혜롭지 않은 선생님이 케인즈 선생님의 학급 운영 방침을 실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이 좀 궁금해지네요"
“저는 그 부분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글쎄요 어떨까요?”
“선생님이 답을 모르시면 제가 알겠습니까? 저는 참관하며 답을 찾는 사람인데요. 그러면 그 답을 찾아보기 위해 고등학교 과정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자율성이 뛰어난 곳이니까요"
“네, 진리는 획득된 무엇이 아니고 찾는 과정이 중요하죠. 그럼 좋은 통찰 있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럼 기회 되면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장선생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밀턴 선생님의 교실이었다. 밀턴 선생님의 교실은 고등학교 2학년의 교실이었다. 학생들은 성숙해 보였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는데 밀턴 선생님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외국 학교와 방학을 이용해 교류를 많이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편으로 교실 한 구석에서 엎드려 자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초중학교 분위기와 그런 점에서 사뭇 달랐다. 두 학생 그룹 사이에 갈라진 홍해 바다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밀턴 선생님이 들어왔다.
“ 장선생님, 반갑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입니다."
밀턴 선생님은 차분하지만 유쾌해 보였다. 긴장감이 절로 풀렸다.
“프리드먼 선생님, 참관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리드먼 선생님의 학급 운영과 경제 수업의 강조점이 궁금해서 왔습니다.”
“어떤 점이 궁금하신가요?”
“제가 중학교의 케인즈 선생님 교실을 다녀왔는데요, 케인즈 선생님께서 학급 운영을 아주 노련하게 잘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드는 의문이 만약 노련하지 않은 교사가 학급을 운영한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여쭈어보니, 밀턴 선생님을 추천하셨어요. 좋은 말씀 들으러 왔습니다.”
“번지수를 맞게 찾아오셨네요. 선생님께서 하신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이 있습니다. 노련하고 경험 많은 선생님이 계시다면 학급 운영이나 수업에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과연 그것이 얼마나 가능할까요? 저는 노련하고 경험 많은 선생님들에 의한 적극적 학급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너무 낙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절대 권력이란 절대 부패한다는 말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착한 의도를 가지고 계속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다 좋게 출발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나중이 되면 친한 학생들 중심으로 호의를 베풀어준다거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분노하거나, 자신이 많든 규칙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해서 변화하는 것에 잘 적응을 못할 가능성이 많아요."
“그럼 케인즈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간섭은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저는 케인즈 선생님의 모든 주장에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들은 케인즈 선생님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학생들을 은근히 괴롭히는 학생들은 찾아내서 벌을 주는 게 맞겠죠. 왜냐하면 이런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의 자율적 활동을 막는 것이어서 저의 교육 철학인 ‘선생님 개입의 최소화’ 원칙을 깨 버리는 학생들이거든요. 그리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돕는다던지 하는 활동도 선생님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제 주장의 핵심은 그런 경우조차도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경쟁이나 학생들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학생들을 제 방식으로 남겨서 공부를 시키기보다는 학생들에게 방과 후 수업 바우처를 주고 자신이 부족한 것을 수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자율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자유방임’을 주장한 스미스 선생님의 방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네, 스미스 선생님은 제가 교사가 되기 전 학생 시절에 좋아했던 인물이에요. 저도 스미스 선생님 반 출신이에요. 제 친한 형님은 하이에크라고 하는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세요. 이 선생님과 제가 어느 정도 뜻이 맞아요. 스미스 선생님 같은 완전한 자유방임 학급 운영은 사실 가능하지 않은 것 같고요, 저나 하이에크 선생님은 학생들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되 자유가 잘 작동되지 않는 부분만 국가가 간섭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 형님이 좀 화가 많으셔서 스탈린 선생의 학급 운영을 ‘노예의 길'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우리 둘 다 수업 시간에 경제적 자유가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정치적인 자유도 보장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자유주의를 새롭게 주장한다고 해서 신자유주의자라고 부르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자유를 강조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 도와주거나 공공성이 필요한 부분의 개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오해가 있는 부분도 있군요"
“네, 졸업생들 중에서 수업을 끝까지 듣지 않고 꾸벅꾸벅 졸던 학생들이 주워들은 이야기만 가지고 우리가 어떻다고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제가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교재를 만들었는데요. 선물로 드릴 테니까 한 번 읽어보세요.”
“어이쿠, 선물까지 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군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 김반장.
너희 학교를 참관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구나. 그동안 잘 지내고 있니? 일전에 너를 만났을 때 케인즈 반 소식을 들려달라고 했었지? 네가 진급할 학급일 수도 있으니 많이 궁금했을 거야. 처음에는 케인즈 반 이야기만 해주려다가 네가 경제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말이 떠올랐어. 그래서 기왕이면 내가 참관한 학급 모두에 대해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각 학급의 운영이 내가 대학교 때 배웠던 경제 수업과 연관이 많이 되더구나, 그래서 기왕이면 자세히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글을 정리하다 보니 많이 편지가 늦게 되었어. 양해해주기 바란다.
계량 경제학만 경제학이 아니다
내 사소한 궁금증에서 편지를 시작해볼게. 사실 내 고등학교 시절에 경제학은 수학과 관련해서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과목이었어. 대학교 경제를 배울 때도 그렇고 말이야. 미분이나 적분 정도는 알아야 경제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었지. 그런데 경제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 이 부분을 물어보니 그것은 경제학의 한 분야에 불과하다고 하더라. 교장선생님은 이런 경제학을 계량경제학이라고 부르시는데 경제 현상을 추상화하여 수리적으로 이론화하고 분석을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쉽게 말하자면 너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분노’라는 단어로 단순하고 추상화하고 다른 사람도 그것을 같은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어. 이때 추상화해서 계산하기 쉬운 것이 숫자니까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고. 교장 선생님 말씀은 그렇게 경제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 자연현상의 대상인 자연은 감정이나 의자가 없잖아. 그래서 오늘 날씨가 더운데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다음날 갑자기 시원해지는 일이 없어. 하지만 경제 현상은 자연 현상과 달라서 사람들의 욕심이나 태도 같은 것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 그래서 경제 현상을 이해할 때는 경제 현상을 둘러싼 환경이나 제도 또는 경제 현상과 연관된 정치제도와 문화적인 면까지 같이 살펴보아야 비로소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 그러지 않아도 너희 학교 교과서를 보니까 우리 때와 달리 숫자로 표현하는 경제학 내용을 많이 줄어있더라. 네가 경제학을 배우는데 참고가 될 것 같아서 말해본다.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
TM미스 선생님의 ‘자유방임’ 철학은 근대 자유주의 경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 TM미스 선생님 반이 초등학교 학급인 것도 그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해. 19세기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설명하려면 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설명해야겠다. 너도 세계사 시간에 배웠겠지만 중세 유럽은 농노제의 장원 사회였어. 농노라고 하면 노예는 아니지만 성의 주인인 영주에게 예속되어 자신의 삶을 맘껏 살 수 없는 농민들을 말하는 거야. 노예처럼 완전히 예속되지는 않았으니 농노라는 말을 쓰지. 영주와 농노의 지배 및 예속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장원 사회라고 했었고 이 사회가 중세 유럽을 지탱하는 힘이었어. 마치 우리나라 조선시대가 유교국가로 사농공상의 사회였던 것처럼 말이야. 그러다 중세 유럽의 십자군 전쟁으로 영주가 죽어 지방 영주의 지배권이 약해지는 일이 많아졌어. 그 시기에 흑사병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죽기도 했어. 일할 수 있는 농민의 수가 확 줄어드니 농민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 농민들이 자유로워지니까 농노제 기반의 장원 제도가 서서히 해체되고 계약 중심의 자유 농민이 많아지기 시작해. 부족한 노동력을 함부로 대하면 도망가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지.
이런 흐름에 맞춰 무역과 상공업을 통해 부를 축척하는 도시민들이 많아지는데 이들을 성안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부르주아라고 불렀어. 우리나라의 경우 선착장이 있었던 동네에 ‘포'나 ‘진'이라는 이름을 붙이잖아. 그래서 마포, 양화진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남아있는 거야. 마찬가지로 유럽의 경우 ‘브르그', ‘베르그'라는 이름으로 끝나면 성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는 것인데 함부르크, 하이델베르크, 스트라스부르 같은 도시가 그 예야. 여하튼 이 성안에 사는 사람들이 왕에게 세금을 내고 자치권을 얻어내고 부를 축적해왔는데 왕 입장에서는 이들의 상업을 장려하고 보호해주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으니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어. 이것을 우리는 중상주의라고 불러. ‘중'이라는 말이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인데, 중상주의는 상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주의’라는 뜻이지. 그래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중상주의 경쟁을 벌여서 부자 국가가 되려고 노력을 하게 돼. 15세기 당시 이 경쟁의 승자들은 남미라는 큰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었어. 그런 와중에 영국에서 아담 스미스가 책을 한 권 쓰는데 그 책이 ‘국가가 부자가 되는 법’이야. 다른 이름으로는 ‘국부론'이라고 부르지. 그런데 여기에서 아담 스미스는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지. 국가가 간섭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가 부자가 되는 것을 망칠 수 있다는 거야. 너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지? 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 국부론에서 나오는 말이야.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지어 아담 스미스의 주장을 이야기해볼게. 너도 이야기했지만 스탈린 선생님의 경우는 모든 것을 지시하는 선생님이었잖아. 손으로 보자면 보이는 손이라고 할 수 있어. 중상주의에서 국가도 보이는 손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이 보이는 손에 의해서 자원을 분배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동으로 분배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아담 스미스는 보았어. 그러면 보이지 않는 손이 무엇이냐고? 그건 가격이야. 왜 그런지 간단하게 설명해 볼게. 한국사 시간에 공납제라는 것을 배웠지? 왕에게 각 지역의 특산물을 바치는 제도인데, 나중에는 이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어. 왜냐하면 그 물건이 그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아도 바쳐야 되는 문제가 생겼던 것이지. A라는 지역에서 배를 바쳤는데 더 이상 그지역에서 배가 생산되지 않아도 바쳐야 했던 거야. 물론 그런 현황을 파악해서 바쳐야 할 물품을 지역별로 조정하면 되겠지만 조정하는 시간, 조정한 후 변하게 되는 상황 등을 생각해보면 엄청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어. 아담 스미스는 이런 정부가 주도하는 통제가 사회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없다고 보았어. 그래서 경제 문제의 해결을 개인의 이기심에 기반한 시장에 맡기자고 주장했어. 시장에 물건이 거래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과를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과의 공급이 적게 된 거야. 그러면 어떻게 될까? 그렇지 가격이 올라가겠지. 예를 들어 1,000원짜리 사과가 2,000원이 되는 거지. 사과는 2,000원을 주고서라도 그 사과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배분되었고 볼 수 있어. 1,000원으로 딸기를 먹을까 사과를 먹을까 망설였던 사람은 사과가 2,000원이 되면 사지 않게 되고 말이야. 결국 2,000원을 지불한, 그 사과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사과가 지불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누가 사과가 필요한지 묻는 과정 같은 것은 없어. 그냥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효율적으로 사과가 분배된 거야. 아담 스미스는 이렇게 시장과 가격에 경제를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았다. 또 아담 스미스는 시장에서 물건이 자유롭게 거래되면 각각각 생산에 유리한 물건만 생산하니 분업이 촉진되고 분업은 노동 생산성을 증대하는 원인이 된다고 보았어. 너도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을 거야. 한 가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생산성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잖아.
아담 스미스의 이 경제 철학은 전 세계에 퍼져나갔고 특히 영국은 이 자유주의 경제를 기반으로 자본주의 대국으로 성장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거야. 영국이 전 세계 여러 나라를 점령해 영국 땅이 많았고 어디를 가든 영국 땅이 있으니까 영국 땅은 해가 지지 않는다는 거지. 18세기에 영국 영토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인구는 800만 정도밖에 안 된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지배한 것은 대단한 것이야. 다만 아담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이라는 것이 도덕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쏙 빼먹고 이기심이라는 용어만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오해를 받긴 했었지. 여하튼,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19세기 말이 되면서 자유방임에 따른 문제들이 커지다 못해 심각해지기 시작했어.
큰 정부, 그리고 다시 작은 정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경제 정책을 이해하려면 스미스 선생님 반에 있었던 문제점을 생각해 보면 좋겠어. 스미스 선생님 반의 첫 번째 문제점은 휴지를 버리기만 하지, 줍는 학생이 없다는 것이었어. 자유방임 경제에도 그런 문제가 일어나는데 공장과 기계를 통해 물건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기와 물이 오염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서 책임지려 하지 않았어. 영국은 스모그 문제로 수십만 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생각해보면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 문제까지 책임지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만 자유방임을 부르짖으며 피해 갔던 거지.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시장에서 해결하지 않고 슬쩍 시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떠넘기는 행위를 외부효과라고 불러.
스미스 선생님 반에서 엄석대같이 교묘하게 친구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었지. 비슷한 문제가 자유방임에서도 발생해. 바로 노동자 착취의 문제야. 이론적으로야 노동자와 사장이 자유롭게 계약을 통해 임금도 결정하고 노동 시간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노동자는 하루하루 몸을 팔아먹고사는 사람이니까 해고라도 당하면 완전히 삶이 무너지는 것이고 그래서 노동자들은 착취를 당하는지 알면서도 불리한 계약을 맺고 생활을 했었어. 회사끼리도 힘 있는 회사가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힘이 약한 회사를 망하게 하는 일도 있었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가 개입을 해서 이런 질서를 망치는 회사나 사장을 벌을 주어야 하는데 자유방임이라는 이름으로 내버려만 둔 것이지.
스미스 선생님 반에서 학생들 성적 차이가 나는데도 선생님이 모른 척했던 것 기억나지? 빈부격차가 그런 경우야. 자유방임 경제가 발전하니까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불만이 가중되는데도 정부는 이를 모른척하거나 노력에 의한 차이라고만 말하면서 당연하게 여겼어. 그래서 자본주의를 도입했던 나라들에서 노동자들이 참지 못해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노동자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평등을 주장하는 공산주의가 힘을 얻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을 많이 하기 시작했어.
결정적으로 ‘대공황'이라는 것이 일어나면서 자유방임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제기돼. 대공황이 영어로 great panic이야. ‘패닉'이라는 단어 들어봤지. 대공황을 다른 말로 하면 ‘엄청난 공포’라고 할 수도 있겠어. 사람들이 왜 엄청난 공포에 빠졌나면 1920년대에서 30년대에 걸쳐 극단적인 실업률과 경기 침체가 이어져 서구 자본주의를 뿌리째 흔들게 되었어. 대공황의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들이 있었는데 이 중 케인즈는 원인을 정부가 경제를 내버려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소비가 급감한 상황에서 각 정부가 시장의 균형에 집착해서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주장했어. 경제학자 중 세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세이는 일단 공급(생산)이 이루어지면 참여자가 대가를 받아 수요를 하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재고, 즉 남는 물건이 쌓이는 경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어. 이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이라고 해. 하지만 케인즈는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룰 때까지 사람들을 굶어 죽게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어. 그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 개입을 정당화했고 정부 개입이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고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어. 정부가 의도적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서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거야. 그의 주장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받아들이게 되어 뉴딜 정책이라는 것을 펼치게 돼. 너도 뉴딜정책이라고 경제 수업 시간에 배웠을 거야. 아마도 테네시강 유역의 댐 건설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 것 정도로 배웠을 것인데, 그 정도 가지고 정부가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할 수 없지.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아주 강력하게 정부와 노동자의 권한을 강화했는데 대표적으로 상속세를 80%까지 올리고,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을 강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데 이것이 뉴딜정책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 여하튼, 이후 미국 경제가 안정을 이루게 되니까 다른 나라들도 이런 적극적인 정부 개입 정책을 사용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큰 정부론이 득세를 하게 된단다. 네가 궁금해하던 케인즈 선생님 반이 바로 이 정책을 사용해서 학급 운영을 하더구나. 케인즈 선생님은 낄끼빠빠라고 하셨지만 내가 보기엔 선생님이 학급 운영을 주도하시는 것 같더구나. 특별히 학생들의 학력격차를 줄이려는 노력과 학생들이 배웠으면 하는 내용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 우리나라도 경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먼저 경제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해서 연구나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어.
너는 케인즈 선생님반만 물어보았지만 어차피 고등학교 진학도 할 것이니 기왕 이야기하는 것 밀턴 선생님 반 이야기도 해주면서 신자유주의 이야기도 해줄게. 밀턴 선생님반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학급 운영을 하더라. 신자유주의가 뭐냐고? ‘신’이라는 것이 새롭다는 뜻 new잖아. 그러니까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자유주의 또는 자유주의를 새롭게 다시 한다는 뜻이야. 여기서 자유주의는 주로 경제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거야. 밀턴 선생님은 케인즈 선생님의 학급 운영의 원리인 자유가 필요한 원리라고 보았어. 왜냐하면 케인즈 선생님 같이 지혜로운 선생님이 항상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학급 규모가 커질수록 그 지혜를 발휘할 수도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밀턴 선생님은 기본적으로는 학생들이 알아서 하도록 하고 정말 필요한 경우만 개입을 하고 그 개입도 될 수 있으면 시장의 경제 원리를 적용해서 해야 된다고 보는 것 같아. 나는 밀턴 선생님의 학급 운영을 보면서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밀턴 선생님도 그런 이야기를 하셨고. 그러면 잠깐 신자유주의에 대해 설명해 줄게.
신자유주의는 케인즈 이후 정부의 강력한 개입에 반대하면서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등장하게 돼. 대표적인 학자가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이야.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이라는 책에서 사회주의 경제와 같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는 개인의 자유를 말살한다고 말했어. 밀턴 프리드먼은 경제적인 자유가 정치적인 자유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고 주장해. 경제적인 자유가 확실히 보장되는 나라의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비판을 할 자유도 커진다는 거야. 이 말이 일리 있는 말인 것 같아. 미국 같은 경우에 보면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통령 대놓고 비판하고, 몇몇 유명 운동선수들은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반대하며 백악관 초대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생각해보면 개인이 직업을 갖거나 돈을 벌거나 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니까 당당할 수 있는 것 같아. 뭐랄까 네가 용돈을 받지 않고 돈을 직접 벌어야 부모님께 더 할 말을 할 수 있다고나 할까. 반대로 하이에크는 당시 소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를 예를 들면서 정부의 개입이 강한 나라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어. 결국, 하이에크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는 작은 정부론을 이야기한 거야. 밀턴은 비슷한 방향의 주장을 한 학자야.
특별히 밀턴 프리드먼은 대공황의 원인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잘못 개입해서 생긴 문제라고 보았어. 좀 어려운 이야기라 너무 자세히 설명하기는 곤란하고 당시에 은행이 너무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보아서 시장에다 돈을 잘 못 공급해서 생긴 문제라는 거야. 그러니까 오히려 은행이 정부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이 되고 정부는 간섭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고 보았던 거야. 김반장도 경제 시장에 배운 거지만 물가가 상승하면 경제가 활발한 거니까 실업률이 줄어들고 반대로 실업률이 늘어나면 경제가 침체되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드니까 물가가 하락하는 반비례 현상이 일반적이잖아. 그런데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물가도 상승하고 실업률도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생겨나고 그 원인이 정부의 지나친 간섭 문제 때문으로 밝혀져 큰 정부에 대한 반성이 확산되기 시작해. 더해서 정부가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다 보니 정부 눈치를 보고, 정부는 관료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민간 경제의 창의력이 없어지면서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이야기들이 다시 시작되었어. 이것을 우리는 신자유주의라고 불러.
이후에 신자유주의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기조로 삼으면서 경제학의 대세가 되지. 신자유주의는 자유로운 무역, 국제 관계에 있어서 돈의 자유로운 이동, 경쟁 원리 도입, 민영화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사실 밀턴 프리드먼은 오해와 달리 모든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았어. 그는 사회보장제도 같은 것이 시장에서 생기는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예를 들어 4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150만 원인데 어떤 가족이 100만 원을 번다면 나머지에는 -50만 원의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보았어. 즉 50만 원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지. 이를 음소 득 제라고 해. 그는 부동산 투기에 의해 불로소득을 비난하기도 했고, 교육에 있어 격차를 우려하기도 했어. 그런 면에서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과는 다른 거지.
아마, 이 편지를 다 읽으면 궁금한 것이 몇 가지 있을 것 같아. 그럼 빈부격차 문제는 신자유주의에서 잘 해결이 되었는지? 노동자의 권리는 축소가 되었는지? 신자유주의로 국가들은 더 잘살게 되었는지? 등 말이야. 네가 다시 편지를 쓰면 답신해줄게. 잘 지내렴 김반장
장선생님이
원래, 김반장과는 편지로 교류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김반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왕이면 화상통화를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코로나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여러 곳에서 변화시켰다. 예전 같으면 화상통화는 회사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온라인 수업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제 장선생도 어렵지 않은 소통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장선생은 김반장과 화상통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선생 : 반가워요. 김반장. 자꾸 교류하니 정이 드네요.
김반장 :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얼굴이 멋져 보이시네요. 혹 필터 쓰시나요?
장선생 : 원래 내가 훈남 스타일이야. 하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무료 화상 통화 시간이 40분이니까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편지를 읽고 어땠어요?
김반장 : 일단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말은 많이 들었는데 어떤 맥락에서 우리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살게 되었는지 알게 되어 좋았어요.
장선생 : 신자유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것이 있나요?
김반장 :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이런 것이 신자유주의가 아닌가 생각되었어요. 예전에는 학교가 다 공립학교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자사고와 외고가 많아졌잖아요. 경쟁을 유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하철 9호선을 타고 다니는데 9호선이 좀 비싸면서도 시설이 좋고 빠르거든요. 알고 보았더니 별도의 회사가 운영하는 노선이었어요. 이런 것도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장선생 : 맞아요. 열심히 하는 교사를 만든다고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는 것하고 교원평가제 도입 같은 것도 해당되겠어요. 그리고 WTO나 FTA처럼 국가 간의 자유로운 무역을 강조하는 것도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깊죠.
김반장 : 그러면 궁금한 것 하나, 하나 질문드릴게요.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에 퍼져가 나면서 국가들이 얻게 된 이익은 무엇이 있을까요?
장선생 :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자유로운 무역이 확대되고 사회 곳곳에 경쟁원리가 적용되었죠. 다른 나라의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양쪽 소비자 입장에서 장점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양쪽 다 소비가 늘면 생산도 늘 것이니까 고용도 확대가 되고요. 국제적으로 분업이 확대되면 물건이 싸고 효율적으로 많이 생산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국가 안에서도 경쟁이 이루어지면 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노력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게 되고, 정부의 비효율적 통제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을 제거할 수 있죠. 우리나라도 IMF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강화하게 되었는데 위기를 잘 극복하고 경쟁 속에서 더 튼튼해진 나라가 된 것 같아요.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도 생겨나고 말이죠.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부자국가가 되었잖아요.
김반장 : 좋은 점을 나열하니 엄청 많네요. 그런데요. 뉴스나 tv를 보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시위가 많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장선생 : 국가의 이익이 개개인에게 돌아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나라는 부자가 되었는데 나는 부자가 되지 못한 거예요. 김반장 학생의 반 평균은 올랐는데 그것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간 덕이고 김반장 학생은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면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 것하고 비슷해요.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약 1만 달러였는데 2020년도는 3만 달러가 조금 넘어요. 약 3배 정도 올라간 거죠. 그런데 소득 증가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에요. 2018년 우리나라의 소득 5 분위배율은 6.5로 핀란드의 3.9나 덴마크의 3.8보다 높은 편이에요. 너무 많이 차지한 사람이 있는 반면, 너무 적게 차지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죠.
김반장 : 소득 5 분위배율이 뭔가요?
장선생 : 잘 사는 20%의 사람이 못 사는 20%의 사람보다 몇 배를 더 버는 가 하는 건데요. 우리나라는 약 6.5배 더 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김반장 :(눈을 반짝이며) 그러면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들이 더 배율이 높은가요? 예를 들어 미국은요?
장선생 : 일리가 있는 질문이에요. 미국은 8.4로 우리나라보다 격차가 더 크죠.
김반장 : 왜 이렇게 격차가 큰 것인가요? 열심히 노력하는 차이가 큰 이유인가요?
장선생 : 하나로 딱 집어 설명하기 어렵네요. 노력의 차이도 분명 있을 거예요. 하지만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는 이유는 그것 외의 이유들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경쟁을 빌미로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해 놓고서는 착취를 하며 사용자는 많은 돈을 차지하면서 노동자들은 적게 주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고요. 자본주의가 오래되다 보니까 부모님에게 부동산이나 동산 같은 재산을 물려받은 경우 불로소득을 얻게 되어서 그 격차가 커진 것으로 보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임금 차이 때문에 그 차이가 벌어진다는 견해가 많아요. 그래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게 된 거죠.
김반장 : 말씀하신 것 중에 불로소득은 정말 문제가 큰 것이네요. 그건 자유주의 경쟁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 거잖아요.
장선생 : 맞아요. 그건 큰 문제죠. 이 문제를 크게 부각한 학자가 토마 피케티라는 학자예요. 이 학자가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의 세금납부 자료를 기본으로 해서 전 세계의 부의 격차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피케티는 불평등의 차이가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는 1970년대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작았는데 1970년대 이후 그 격차가 커졌음을 밝혔어요. 그리고 그 이유가 진짜 열심히 일한 사람과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 혹은 수익을 내는데 기여를 많이 한 사람과 적게 한 사람의 격차가 아니고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소유한 사람과 임금 같은 것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격차 때문에 벌어진다고 이야기한 거죠. 쉽게 말하면 김반장이 열심히 일해서 100만 원 벌었는데 상대방은 부동산 임대수입으로 200만 원을 번 상황을 이야기하는 거죠
김반장 : 이런 문제는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겠네요.
장선생 : 맞아요. 피케티도 그런 주장을 해요. 무조건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보죠. 부유세나 불로 소득세 누진세를 적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고 보았어요.
김반장 : 선생님께서 써주신 편지의 뉴딜정책에도 나와 있지만 누진세가 좋은 방법이겠어요.
장선생: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불로소득에 세금을 붙이는 것의 어려움이 있어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공짜로 이익을 얻는 다국적 기업이나 개인에게 높은 세금을 매긴다면 국가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니까 다른 나라로 회사를 옮기거나 이민을 가버릴 가능성이 있게 돼요. 그래서 피케티는 공조하여 국제적 부유세를 신설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반장 : 쉬운 일은 아니겠군요. 그런데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사회가 활력이 넘치고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경쟁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는 당연한 것 아닌가요? 문제점만 약간씩 고치고 말이죠.
장선생 : 피케티는 이런 인식에도 의문을 제기해요.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불평등과 평등은 하나의 진리라기보다는 다른 그룹을 설득하기 위한 하나의 그럴듯한 이야기들이라고 봐요. 바꿔 말하면 불평등이 정당하다는 주장만큼 평등이 정당하다는 주장도 펼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능력이라는 것이 정말 실력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능력이 노력에 의해 획득한 것은 맞는 것인지, 그 사람이 좋은 위치와 좋은 소득을 차지한다고 보았을 때 운의 요소는 없는지 물어보게 됩니다.
김반장 : 흥미진진한 주장이네요. 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장선생 : 자세히 이야기하려면 40분이 넘어가겠네요. 그리고 경제 이야기에서 정치 이야기로 넘어도 가야 하고요. 여하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평등은 중요한 이상이 되었다고 피케티는 말합니다. 그것이 프랑스혁명의 이상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미국 같이 그 평등을 기회의 평등 정도로 국한시키는 신자유주의 국가도 있지만 결과의 평등까지를 추구하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사회민주주의 국가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각 나라의 장단점이 있지만 이런 사민주의 국가들이 행복감과 만족감이 높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김반장 : 복지와 관련된 문제로 넘어가는 거군요.
장선생 : 네, 민주주의가 발달하면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한 표씩 동일하게 행사를 하게 되니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평등과 복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겠죠. 마냥 경쟁만 하라고는 할 수 없고, 노력한 만큼 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게 되죠. 하지만 복지 문제는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나누고 싶네요. 시간이 없으니까요.
김반장 : 장선생님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답을 안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질문을 안고 가는 것도 보람이 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