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건 직접 물어보는 게 최고
IT 서비스 기획은 기본적으로 ‘불편’과 ‘필요’에서 출발합니다. 일기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많은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내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실제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또 기존 서비스에서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책상 앞에 앉아만 있으면서 실제 사람들의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알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뭐가 불편하고 뭐가 필요한 지 알려면, 직접 그 사람들한테 가서 확인해 봐야죠!
사용자가 겪는 불편함과 필요를 찾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유저 리서치’입니다.
유저 리서치의 방법은 ‘정량적 리서치(Quantitive Research)’와 ‘정성적 리서치(Qualitative Research)’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정성적 유저 리서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정성적 유저 리서치는 실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행동을 통해 사용자가 어떤 필요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찾아내는 리서치 방법입니다.
정성적인 유저 리서치는 보통 내가 리서치하는 주제에 대해 잘 모를 때, 정보를 탐색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그렇기에 정성적인 연구를 ‘탐색적 연구’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렇기에 정성적 유저 리서치는 특히, 초기 기획 단계에 사용했을 때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정성적 유저 리서치 방법은 크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과 ‘현상을 관찰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씩 자세히 알아볼까요?
인터뷰 방식을 통해 유저 리서치를 진행하면, 타겟 사용자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겪는 불편함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물론, 만들게 될 IT 서비스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도 한가득 얻을 수 있습니다.
1. 한 명 한 명 자세하게 - 심층 인터뷰(In-depth Interview)
심층 인터뷰(In-depth Interview)는 가장 대표적이며 가장 많이 활용되는 정성적 리서치 방식입니다. 심층 인터뷰는 한 명 한 명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심층적이고 개인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인터뷰 방식으로, 인터뷰 대상자에게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고,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새로운 질문들을 이어나가면서 깊이 있는 내용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인터뷰이 당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알고 싶은 내용이 많은 경우, 더 길게 진행하기도 합니다.)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터뷰의 목적을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인터뷰 대상자와 질문을 준비해야 합니다.
인터뷰 질문을 준비할 때는 알고 싶은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뷰이가 자유롭게 답변할 수 있도록 질문을 구성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가지 내용을 물어보거나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은 지양해야 합니다.
다시 일기 서비스를 만든다고 상상해봅시다. 현재 사용자가 어떤 일기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조금 열려있는 주제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아래와 같은 인터뷰 계획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계획 >
- 주제
일기를 쓰는 사람들의 일기 작성 경험을 파악한다.
기존 일기 서비스 사용자의 서비스 사용 경험을 파악한다.
- 인터뷰 대상자 연령:
20~49세
주기적으로 일기를 작성하는 사람 (주 3회 이상)
일기 쓰기 관련 IT 서비스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
- 인터뷰 질문
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기를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일기를 쓸 때 어떤 IT 서비스를 사용하시나요?
그 IT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2. 토론을 통해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 - 포커스 그룹 디스커션(FGD)
또 다른 인터뷰 방법으로는 포커스 그룹 디스커션(FGD, Focus Group Discussion)이 있습니다.
FGD는 여러 사람을 모아 놓고 상호 간 대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하는 인터뷰 방식입니다.
기획하는 IT 서비스의 타겟 사용자로 예상되는 6~8명 정도의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전문 모더레이터의 진행 하에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에 걸쳐 토론이 이루어집니다.
FGD는 여러 사람의 개별적인 이야기는 물론, 토론 과정에서 나오는 의견 대립이나 창의적인 생각 또한 들을 수 있습니다.
1. 직접 보고 판단한다 - 참여 관찰(Ethnography)
참여 관찰(Ethnography)은 사람들의 행동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직접 리서치 대상자의 공간에 들어가서 행동을 관찰하는 리서치 방식입니다.
참여 관찰을 뜻하는 Ethnography는 그리스어 '사람들(ethnos)'과 '기록(grapho)'을 조합한 단어입니다. 참여 관찰은 인류학에서 시작된 연구 방법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직접 관찰하고 현상을 기록하며 유의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참여 관찰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진행됩니다. 참여 관찰에서는 인터뷰처럼 말로 한 번 가공되어 전달되는 정보로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자연적인 행동과 습관, 비언어적 반응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와 숨어있는 불편함 등의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참여 관찰 + 인터뷰 = 컨텍츄얼 인쿼리(Contextual Inquiry)
Contextual Inquiry(CI)는 참여 관찰에 심층 인터뷰가 결합된 복합적인 리서치 방식입니다. CI를 진행할 때는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서 관찰하고 인터뷰합니다.
CI는 참여 관찰처럼 실제 리서치 대상자의 공간에서 행동을 관찰하면서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궁금한 점은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대상자의 행동과 불편함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정성적 리서치 방법론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경험/불편/필요 등을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때,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려면 도대체 몇 명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해야 하는 걸까요? 가장 좋은 기준은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심층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첫 번째 인터뷰, 혹은 두 번째 인터뷰를 할 때는 인터뷰이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운 내용 투성이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면, 좀 달라집니다. 이제 슬슬 나올만한 이야기는 모두 나와서 인터뷰를 해도 대부분 이미 한 번쯤 들었던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적은 사람들 대상으로도 필요한 대부분의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의 경험상, 심층 인터뷰나 CI는 8~12명, FGD는 2~4번 정도 정도 진행하면 나올 이야기는 모두 나온다고 합니다. (참여 관찰은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정성적 유저 리서치는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도 좋은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리서치 방법입니다.
정성적 유저 리서치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리서치 대상자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사실, 본인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경험에서 오는 불편함은 알고 있겠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자동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Henry Ford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자동차가 없었던 시대, 사람들은 느린 이동 속도에 불편함을 느끼며 더 빨리 이동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때,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다면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이야기했겠죠?
이때 ‘더 빠른 말을 원한다!’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말을 더 빨리 달리도록 훈련시키는 데 그쳤을 것입니다. 자동차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리서치 대상자가 하는 이야기 속에서는 우리는 그들의 불편과 필요를 발견해야 합니다. ‘더 빠른 말을 원한다’라는 이야기에 들어있는 불편이자 필요는 ‘빠른 이동’입니다.
정성적 리서치를 통해 발견한 불편과 필요를 해결할 방식을 찾는 건, 우리들의 몫입니다. 마치 포드가 더 빠른 말 대신 자동차라는 해결책을 내놓은 것처럼요!
오늘은 정성적 유저 리서치를 진행하는 대표적인 방법론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이 외에도 정성적 리서치 방법론에는 Diary studies, Think aloud, Interaction logging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합니다. 혹시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글에서는 정성적 유저 리서치와 쌍벽을 이루는 유저 리서치 방식인 ‘정량적 유저 리서치’에 대해서 알아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