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획의 첫 번째 단계 - 데스크 리서치로 기획서의 기반 다지기
실질적인 기획에 들어가기 앞서, 시장 조사와 경쟁사 분석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리 팀에서 출시/개선하려는 기능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경쟁사들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죠. 이런 조사 작업을 통칭하여 “데스크 리서치(Desk Research)”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책상에서 조사를 한다는 것이죠. 이와 대조되는 개념은 직접 현장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며 조사하는 “필드 리서치(Field Research)”입니다.
데스크 리서치는 왜 하는 것일까요?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기획하려는 기능이나 서비스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고 , 경쟁사 분석 및 트렌드 분석을 통해 “어떻게”해야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턱대고 “이런 이런 기능/서비스를 만들어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진짜 필요한 지, 시장성이 있는지, 타사가 하는 방식은 어떠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논리를 만들어 유관부서를 설득해야합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옷 하나를 살 때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어떤 브랜드가 잘하는지를 찾아 여러 플랫폼을 비교해보고, 사용자 후기도 꼼꼼히 읽어보고 삽니다. 많은 인력, 시간, 비용이 투입되는 기능/서비스 출시를 위해 사전조사를 더더욱 철저하게 해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데스크 리서치의 단계는 크게 목적 및 범위 설정, 자료 탐색 및 수집, 자료 정리, 인사이트 도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서비스/기능을 만들 때 도움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방대한 자료를 모으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을 잘 볼 수 있게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도출 (그래서 어떡하라는거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리서치 목적 및 범위 설정
자료를 탐색하기에 앞서 “어떤 것”을 ”왜” 조사할지에 대한 범위를 정해야합니다. 데스크 리서치를 할 때 주의해야할 것은 목적과 범위 없는 리서치입니다. 인터넷에는 무한한 양의 자료가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될 지도 모릅니다. (초보 시절의 제가 그랬다는 건 비밀입니다)리서치의 목적이 분명하면 조사 범위도 명확해집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국내 파인다이닝 예약 어플”을 만든다고 가정해봅시다. (흑백요리사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ㅎㅎ) 타겟 레스토랑은 “국내 파인다이닝”, 주요 기능은 “예약”으로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사 대상이 되는 시장의 범위가 먼저 좁혀집니다.
“국내 외식업 중 파인다이닝” 시장을 위주로 조사하면 되겠죠. 법률상 파인다이닝으로 분류되는 외식업장의 기준은 무엇인지, 공식 자료가 있다면 몇가지가 있고 주요 분포 지역은 어디인지, 이 시장의 주요한 참여자 인포그래픽은 무엇인지,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은 어떠한지 등을 조사하면 되겠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내 파인다이닝 예약 어플을 만들어야하는 근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벤치마킹할 범위도 꽤나 명확해집니다. 국내 파인다이닝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아보면 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캐치테이블, 테이블링, 네이버 지도가 있습니다.
2. 자료 탐색 및 수집
이제 리서치 시작입니다.
위에서 정의한 리서치 범위에 맞는 자료를 찾으면 됩니다. 자료에서 가장 중요한건 “신뢰성”입니다. 특히 수치 자료의 경우,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 관련 업계의 공식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 메이저 언론사에서 사용한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치 집계 연도와 출처 기록도 잊지 말아야합니다.
그리고 다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검색 엔진은 왠만하면 구글을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국내 포털은 사용하지 마세요. 진지합니다.) 훨씬 더 풍부한 자료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작성한 블로그 글처럼 공식 자료라고 보기 힘든 것은 자료 수집 대상에 넣지 않는게 좋습니다.
서비스를 직접 벤치마킹하며 자료를 수집할 때는 “리서치 목적에 맞는 범위의 기능”만 조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테이블링을 벤치마킹한다면 테이블링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기능 중 “예약”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야합니다. 테이블링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인 줄서기 기능은 지금 리서치에서는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타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다보면 그 서비스 전체를 보게 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서비스 전체 기능은 생각보다 많고 각 기능의 UX를 쪼개면 엄청나게 많습니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때입니다.
3. 자료 정리
수집된 자료들은 아직 raw data일 뿐입니다. 우리가 조사하는 목적에 맞게 구조적으로 정리되지 않았죠. 줄글로 된 기사가 있을 수도 있고, 엑셀파일로 이루어진 수치데이터가 있을 수도 있고, 영상 자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알아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토픽별로 분류하고 정리합니다. 자료들이 의미 있는 보고서가 되기 위한 “편집”의 과정이죠.
예를 들어, 벤치마킹한 것을 정리한다고 하면 각 서비스를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표로 정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약기능”을 어떻게 제공하고 있었는지, 대상이 되는 파인다이닝 개수는 몇개였는지 등을 서비스별로 비교해보는 것이죠.
예시 ) <국내 파인다이닝 예약의 대표적인 서비스 기능 비교> *예시에서 사용한 수치와 내용은 임의로 입력한 가상의 자료입니다!!!
캐치테이블의 예약 UX
네이버지도의 예약 UX
4. 인사이트 도출
이제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해야합니다. 보고서의 “결론” 같은 것인거죠. 인사이트가 없는 리서치에 대해서는 “그래서 어쩌라고? 결론이 뭐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데스크 리서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우리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탐색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국내 파인다이닝 예약” 서비스를 다시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데스크 리서치를 한 후 여러분은 “이 시장, 되는 시장입니다.”, “다른데는 이렇게 하고 있으니 우리는 최소한 이 기능은 있어야합니다”와 같은 메시지는 뽑아낼 수 있어야합니다.
시장성
국내 파인다이닝 시장 현재 규모는 N원이고, 매년 X퍼센트 성장하고 있음.
파인다닝업장은 예약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약 서비스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
이 시장의 Y퍼센트 점유율을 목표로 하면 매출 ~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전망이 있는 시장
타사 조사
핵심 :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약 가능한 업장 수가 많아야하며 예약의 단계가 간편해야하고, 업주 입장에서는 노쇼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
UX는 전반적으로 캐치테이블이 우수하여 참고할만함 예약 일시, 방문인원 선택 UI는 필수 → 캐치테이블이 가장 편리함 이 단계에서 예약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어야함. (bad : 네이버지도) 일시와 방문인원 선택 화면은 한번에 나오는 것이 덜 번거로움 (bad : 테이블링) 업주의 고충인 “노쇼”를 방지할 수 있는 정책 반드시 필요 ex) 캐치테이블의 예약금 정책
데스크 리서치가 쉬워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막막하기도 한 작업입니다. 정보가 너무 많다보니 어떤 정보든 검색한 지금의 세상이 감사하면서도 미워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만들고자하는 서비스나 기능이 타당한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단계죠. (그리고 서비스 기획자는 밥 먹듯이 데스크 리서치를 해야하는 건 비밀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식당 예약 서비스를 예시로 살펴보며 데스크 리서치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사용자에 대해 조사하는 유저 리서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