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하게 익은 캐치테이블 신규 기능과 함께 톺아보기
여기까지 저희와 함께하셨다면, 이제는 진짜 서비스 기획을 해볼 단계입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면 무엇부터 해야할 지, 마냥 막막하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IT 서비스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그런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은 더 복잡합니다.
그렇기에 IT 서비스 초기 기획을 진행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요, 이번 장에서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혹시… 흑백요리사 보셨나요? 최근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레스토랑 예약/검색 서비스인 ‘캐치테이블’은 발빠르게 소비자들이 원할 법한 기능을 내놓았습니다. 당연히 반응도 폭발적이었죠!
캐치테이블의 신규 기능을 예시로, 서비스 초기 기획에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육하원칙’에 따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의 : 캐치테이블의 실제 기획 과정과는 무관합니다. 물론, 흑백요리사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먼저, 어떤 서비스(혹은 기능)을 만들고자 하는지 정의해야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작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줄로 기획 개요를 작성해도 됩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갖춰야 하는 핵심 feature도 나열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개발자의 인력 부족, 제한 시간 등의 이유로 가장 필요한 기능만 먼저 채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캐치테이블에서는 흑백요리사가 방영된 직후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의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이 기능의 핵심 요소는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포맷을 기반으로 식당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쇼를 본 시청자들은 “저 셰프 레스토랑은 어디지? 저 셰프 레스토랑 예약할 수 있나?”를 궁금해하며 캐치테이블을 들어올 것입니다. 이때, 사용자는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단어를 사용해 검색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흑백요리사에서는 흑수저와 백수저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요리사 계급을 나누는데요. 이 중 흑수저 요리사들은 닉네임으로 출연합니다. 따라서, 닉네임으로 검색을 하더라도 해당 셰프의 레스토랑이 검색 결과로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원래였다면, 당연히 흑수저, 백수저, 요리하는 돌아이 등의 검색어로는 검색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캐치테이블은 이러한 수요를 예상하고, ‘흑백요리사에서 사용된 키워드로 식당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기획하고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총 100인의 셰프가 흑수저/백수저로 나누어 출연하므로 캐치테이블에서 백수저, 흑수저가 분류되어 레스토랑이 노출되면 소비자들이 이해하는 방식대로 서비스에도 표현됩니다.
What보다 더 중요한 것은 Why입니다! 왜 이 기능/서비스가 필요하고, 이것을 만들었을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만들지 않았을 때는 어떤 손해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리소스를 들여 만드는 만큼 명확한 이유와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사업 기획에서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서비스 기획자가 먼저 사업 부서와 개발 부서를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은 회사의 전략적 관점에서 필요하거나, 고객의 의견(Voice of Customer - Voc)이 강력하게 있다거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새로운 피쳐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 why가 될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을 검색/예약하는 서비스인 캐치테이블에서 흑백요리사 셰프 레스토랑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능은 더 많은 사용자를 유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입니다.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 비영어권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입니다. 출연하는 요리사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쇼를 보고 요리사들의 레스토랑을 검색하는 사용자를 모두 캐치테이블 회원으로 전환한다면, 캐치테이블이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의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능’의 WHY 입니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내가 만드는 서비스의 타겟 사용자는 누구인지, 그 타겟의 사용 시나리오가 무엇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타겟군은 데모그래픽 요소로 나누곤 합니다. 주로 연령대, 성별, 거주지 등을 기준으로 큼직하게 타겟군을 나눕니다. 이런 기준에 맞게 타겟 고객을 나누면 서비스나 기능의 상세한 스펙과 디자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이라면 이 타겟군에 속하는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해당 페르소나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의 시나리오를 줄글로 먼저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용자와 상황에 따른 유즈 케이스(Use Case), User Journey Map을 작성해보면 서비스 스펙, 정책, 동선이 좀 더 명확하게 정리됩니다.
캐치테이블에서 흑백요리사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며 신규 기능을 사용하게 될 사용자의 주요 타겟군은 20~30대중 넷플릭스 쇼나 뉴스를 보고 관심이 생긴 사용자입니다.
모바일 앱 데이터를 제공하는 와이즈앱 통계 자료에 따르면, 캐치테이블의 사용자 65.4%가 2030세대라고 합니다. 주 사용자인 2030세대, 그 중에서도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을 본 소비자들을 타겟하려면, 익숙한 식당 예약 사용성을 바탕으로 흑백 요리사에 나오는 식당을 검색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여 제공해야 합니다.
실제로, 편리한 검색 시나리오를 새롭게 제공한 캐치테이블의 예측은, 완벽하게 맞아들어갔습니다! 흑백 요리사 방영 이후에 인기가 급상승하여 많은 방문객이 몰린 레스토랑들은 기존의 전화 예약을 없애고 캐치테이블로만 예약을 받기로 변경한 곳도 많습니다.
What, Why, Who를 생각했다면, 다음으로는 이 서비스/기능을 ‘어떻게’ 구현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스펙과 정책을 가져갈 지를 정해야 합니다
HOW를 결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쟁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것입니다. 경쟁사 벤치마킹을 통해 해당 서비스/기능에 대해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수준, 익숙한 방식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 서비스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도 연구해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 방식을 결정할 때는, 본인이 가진 리소스와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개발자 인력은 얼마나 되는지, 예산을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빠르게 출시해야하는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충족해야 하는지 등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기획하는 서비스 구조, 고객이 받는 영향 범위, 벤치마킹 한 것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캐치테이블이 어떻게 흑백요리사 워딩 기반 검색 기능을 구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대한 빨리 출시하기 위한 방법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흑백요리사의 인기는 시들해질 테니까요!
서비스 초기 기획 시에는 서비스/기능을 어디까지 제공할 것인지, 그 제공 범위도 검토해야 합니다.
먼저, 국내에만 제공할지, 글로벌 서비스로 제공할지에 따라 기획/개발이 필요한 요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로 제공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법률이나 사회적 상황도 고려해야 하고, 언어를 로컬라이제이션하는 작업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규로 출시하는 서비스나 기능이라면, 일반 사용자에게 공개할지 아니면 베타 버전으로 신청자에 한해서 제공할 지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채팅 기반 AI 서비스들이 막 나오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데모 버전/베타 버전으로 일단 시장에 발빠르게 제공하는 대신 신청자 중 선별된 사용자에게만 서비스를 허용하는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앞의 사항들이 고려되었다면, 언제 이 기능/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서비스/기능의 출시일이 결정되어야 기획/개발/디자인/QA 등의 플랜이 세워지고, 실무자들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각 부서의 상황과 리소스에 맞게 일정이 짜여져야하기 때문에, WHEN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캐치테이블 입장에서는 흑백요리사의 에피소드가 공개되자마자 이 기능을 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기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시의성이 중요한 기능일 경우, 가장 우선순위가 높게 잡고 최대한 빠르게 출시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서비스에 밀리지 않고 경쟁력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자는 갈려나갔겠지만요…)
이번 장에서는 흑백요리사의 열풍에 발빠르게 대응한 기능을 출시한 캐치테이블 예시를 통해 서비스 기획 첫 단계를 톺아보았는데요, 다음 장에서는 각 단계별 task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S. 캐치테이블 사랑해요
-캐치테이블과는 아무런 사적인 인연도 없는 흑백요리사에 열광하는 한 기획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