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네잎클로버를 닮은 사람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다정한 마음은 지키고 싶다

by 보보

해를 거듭할수록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낀다. 상대를 시험하고 판단할 준비를 하며 대화에 임하는 사람으로부터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말도 못 하게 크다. 설령 그가 그런 의도로 내뱉은 말이 아니었더라도 배려가 없는 대화는 그런 불상사를 일으키고 마는 것이다. 배려하며 대화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의 반증이기도 하다.


10대, 20대 초반의 나는 거짓말을 싫어해 그 반대의 인간이 되고 싶었다. 정의라 생각하고 솔직함을 무기로서 휘두른 것이다. 그 댓가로 주변에 있던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었다. 상처 입은 그들을 바라보며 무언가 잘못됨을 깨달았다. 솔직함이라는 원석이 있다면 그걸 가공하여 내보이는 것은 나의 몫이다. 배려의 마음이 그 일을 한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칼이 달린 혀를 마구 휘두르며 다닌다. 거기에 베인 사람들은 다시 일어서지 못할 때도 있다. 칼을 휘두른 사람은 쓰러진 이를 내려다보며 상대의 약함을 탓하거나 모른 체하기도 한다. 참 쉽지 않은가? 쉬운 것과 어려운 것 중 어려운 것을 택한 이들이 더 성숙한 사람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른은 자신의 입에서 나간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대화란 상대방이 있기에 성립하는 것이다.

고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30대가 된 나는 말하는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에 가깝다. 나를 편안히 생각하고 마음을 열고 이야기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후임으로 들어온 이들은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해준 게 없음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오히려 내가 더 감동을 받았더랬다.


내가 배려하려 노력한 마음이 그들의 마음에 닿은 것은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그들에게도 같은 온도의 마음이 있기에 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늘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자세로 받아들여주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더랬다. 지금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진 않지만 알 수 있다. 그들은 어디에 있든 만나서 좋은 네잎클로버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한편, 배려를 하면 만만하게 느끼고 낮잡아보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다정은 좋은 사람을 찾아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어령 선생님은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랑을 선택한 사람은 누구나 마구간에 태어나서 십자가에서 죽는 것 같은 괴로운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다정 또한 그렇지 않을까? 괜히 다정을 주었다가 되려 상처입기도 하니 말이다.


똑같이 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정을 건네고 감수한다.

그러다 다정한 사람을 만나면 한 무리의 흰 토끼풀 사이 네잎클로버를 만난 듯 기분이 좋아진다.


되돌아보면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얼마나 많이 구원받았던지.

꽉 막힌 곳에서 숨통이 트였는지.

그걸 알기에 다정을 행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구하는 방법 중에 다정이 있다는 걸 믿는다.


다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나에게 다정하기’이다.

아무 말이나 주워 담지 말자.

마음 주머니는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

최대한 예쁜 말들만 골라 담자.

예쁜 말이 예쁜 마음을 만들고 행운을 만들어낸다.


또 다정한 마음을 지켜내려면 '사람은 나무와 같다'는 걸 가슴에 새겨야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사람이란 나무와 같소. 당신도, 버찌가 열리지 않는대서 무화과나무와 싸우지는 않겠지?’라는 문장이 나온다. ‘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자꾸만 잊어버리는 사실이기도 하다.


상대가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화를 내는 것은 어린아이라야 겨우 용인 가능한 생각이다. 어른이라면 적어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나와 항상 뜻이 같아야 하고, 영원히 함께일 것이라는 생각은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 순간은 그럴지 몰라도 영원하지는 않으니까.


화려한 꽃은 못 피울지언정 벽을 타고 올라 따가운 태양빛을 흡수하고 오히려 건물의 멋을 더해주는 담쟁이덩굴과, 붉고 탐스런 과실을 맺어 내는 사과나무가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것처럼,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가 저절로 튀어나오게 될 것이다.


언젠가 그런 당신을 만나고 싶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