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 직업이 어렵습니다
직업이 뭐예요?
직장을 가지고 나서 '직업'에 대한 질문을 예의상 그리고 기본 안부로 참 많이 듣는다. 나는 그때마다 내 직업을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 할지 참으로 난감해서 그 짧은 대답의 순간동안 머릿속으로 많은 단어들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는 늘 단편적으로 얘기한다. 어차피 내가 길게 이야기를 하든, 짧게 이야기를 하든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스타트업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 부모님에게 승진하고서 명함을 내민 적이 있었다.
그 회사를 그만둔 지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아빠 지갑 한편에는 '대리'라는 내 명함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부모님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신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창업 행사에 가고, 어떤 날은 출장으로 창업자들과 함께 해외를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딸은 뭐 해?'라고 물으면 부모님은 으레 '행사해'라는 세 글자로 내 직업을 정의해 버리신다. 아무래도 어른들에게 나의 직업을 이해시키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수지와 남주혁 주연의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청춘들이 창업하기 위해 모이는 '샌드박스'가 바로 액셀러레이터 회사이다.
창업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외에 다양한 교육과 행사들을 통해 기업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회사.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 더 밀접하게 기업과 소통하며 전반적인 교육, 투자, 공간 보육 등의 사업을 지원하는 사람을 우리는 액셀러레이터라고 부른다.
나도 내 직업이 이렇게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액셀러레이터라고 얘기하면 다들 '엑셀? 액셀?' 컴퓨터 엑셀을 말하는 것인지 자동차 엑셀을 말하는 것인지 헷갈려한다. 자동차에 가속을 돕는 그 '엑셀'이 맞다. 자동차의 가속을 돕는 것처럼 스타트업의 성장 가속을 돕는 - 나의 밥벌이는 액셀러레이터이다. *** 많이들 혼동해하지만 표기상으로 <액셀러레이터>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