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의 첫 독립
이사를 결정하고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사는 나만 내 집에서 새 집으로 옮기는 거였기 때문에 이사 비용은 내가 전부 부담했다. 단비는 본집에서 약간의 짐만 가지고 오면 된다며 친구 차를 이용해 짐을 미리 이사 갈 집에 옮겨뒀다. 박스 3개 정도로 아주 소박하더라.
이사 전에 집주인이 입주 청소를 해준다고 했는데, 청소가 됐다고 해서 갔던 집은 내 기준에 엉망진창이었고. 결국 입주 청소를 쓰기로 했다. 이때 단비와 또 충돌이 생겼는데, 쉬는 날 주말에 우리가 가서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사실 전혀 못할 일도 아니었지만, 입주 청소는 체력 소비가 클 거라고 판단했다. 당시 나는 5.5일 근무로 일요일 하루 쉬고 주 6일을 출근했고, 2주에 한 번 평일 휴무였기 때문에 일요일에 입주 청소를 한다면 일하는 일주일 내내 피곤한 상태로 출근을 해야 했다.
나는 돈을 쓰더라도 입주 청소를 맡기고 거실에 붙어있는 고양이 스티커도 제거하고 싶다고 말했고, 단비는 그걸 돈지랄한다고 표현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제대로 청소 한 번 해본 적 없는 단비와 내가 입주 청소? 지금 생각해도 진짜 감히 도전하고 싶지 않은 과제다. 지금도 단비는 주방 청소 외에 집 청소는 하지 않는다. 연례행사처럼 도와주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정리 업체였다. 이사 후 집을 정리하는데 많은 체력과 시간이 소비된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나는 이번에는 정리 업체를 써 하루 만에 집 정리를 완벽하게 끝내고 싶었다. 물론, 단비는 이것도 돈지랄이라고 표현했다. 시간이 들더라도 우리의 체력을 갈아 넣으면 정리할 수 있는데 굳이, 왜 그런데에 돈을 써야 하는지 본인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나도 짐이 적당했다면, 1,2주 시간을 잡고 정리를 해보려고 했을 텐데 도저히 그 정도 양이 아니었다. 옷도, 책도, 화장품도 너무 많았다. 내 성격상 집이 정리되지 않으면 밤을 세서라도 집을 대충 정리해야 편하게 잘 수 있었기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 돈을 주고 정리 업체를 쓰고 싶었다. 내 시간과 체력을 돈 주고 사는 거라고 단비에게 말했다.
여기서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결국 내 돈으로 정리 업체를 썼다. 따지고 보면 내 짐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했지만, 내 덕에 본인 짐도 무료로(?) 정리가 된 셈인데 1년 내내 (혹은 그 이상) 정리 업체를 부른 건 돈지랄이라는 얘기를 하더라.
그 외에도 서재 + 옷방을 같이 두고 시스템 행거를 맞췄는데, 본인 옷은 별로 없다며 시스템 행거 비용은 10%만 내겠다는 둥 진짜 많은 충돌이 있었다. 결국 내가 혼자 살 때 쓰던 행거 반은 본인이 쓰고, 시스템 행거에도 사용할 거면 그냥 기분 좋게 반반하면 안 됐던 걸까? 이렇게 하나하나 다 따지려니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그냥 이사도 다 무르고 싶더라. 그리고 결국 비용도 일부만 냈다. 진짜 부자 돼라, 단비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만족을 위해 어느 정도 갖춰 살자는 나의 마음과는 달리, 남에게 보여줄 것도 아닌데 왜 꾸며야 하냐는 단비와 나는 참 많이도 부딪혔다. 청소도 빨래도 요리도 무엇 하나 맞는 게 없었다. 위기가 이게 끝이냐고? 그럴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