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세 식구와 보내는 명절
처음 루이와 메이를 키울 때는 매트를 깔 생각은 못 했다. 마룻바닥이 강아지들 관절에 좋지 않다는 걸 좀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메이가 새끼 세 마리를 낳고 난 후 어린 강아지들이 걱정되어서 그제야 좋은 애견 매트를 구입했다. 거실 전체를 덮을 정도라서 비용이 꽤 들어갔다. 사람 아기들이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문구가 내 시선을 끌었다.
포메라니안은 슬개골이 약해서 탈구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바닥에 꼭 매트를 깔아야 한다. 여러 마리가 사용하다 보니 매트 여기저기가 찢어지기도 하고 오줌에 절어 있는 것이 보였다. 비싼 매트여서 버리기는 아까워서 군데군데 필름지로 덧붙이기도 하고 너무 지저분한 부분은 잘라버렸다. 그리고 부족한 곳은 새 매트를 알뜰하게 구입해서 깔았다.
아버님 형제자매가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기독교를 믿는다. 우리 집만 불교를 믿는다. 시댁에서 큰 아버님이 딸부자라 아들은 옆지기가 유일하다. 장손인 셈이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옆지기가 병치레를 치르고 나서 조상님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지내게 되었다.
추석과 설날, 명절에만 지내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 그런데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면서부터 부담된다.
우선 차례상을 차리려면 거실을 청소해야 하는데 매트를 깐 바닥을 청소하기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날에 차례 음식은 다 해 놓고 교자상과 제기는 미리 꺼내 놓는다. 매트를 걷어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소파를 한쪽으로 옮기고 소파 뒤 개털을 청소한다. 거실을 둘러싼 강아지들 울타리는 정리해서 각각 적당한 위치에 둔다. 루이, 메이, 루나는 거실 베란다 한쪽으로 몰고 울타리 문을 닫아 둔다. 반년에 한 번씩 청소하기 때문에 털은 물론 먼지도 엄청 나온다. 포메라니안은 이중 털이다. 가볍기도 해서 공중에 날리기 쉽다. 행여라도 차례상에 털이 묻을까 봐 노심초사 열심히 털을 찾아낸다. 그렇게 쓸고 닦고 청소를 하다 보면 차례를 지내기도 전에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스크를 쓰고 청소를 했어야 하는데 방심하다가 연신 콧물 재채기가 나와서 고생을 좀 했다. 강아지들은 다행히 차례를 다 지내고 식구들이 아침을 모두 먹을 때까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음식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기도 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으니까 눈치로 아는 것 같다. 이럴 땐 낑낑대거나 왈왈 짖으면 안 된다는 걸 아는 듯하다.
오랜만에 온 식구들은 차방으로 들여보내고 차를 마시는 동안 재빨리 거실을 원상 복구시킨다. 오랜 시간 꼼짝 못 하고 벌서는 강아지들이 불쌍해서 행동이 더 빨라진다.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면 강아지들은 이제 해방이다.
보상으로 간식도 먹고 편하게 뛰어다닐 수 있게 되면 강아지들은 각자 좋아하는 곳을 찾아간다.
주로 소파 위를 선호하는데 간섭받기 싫을 때는 소파 밑에 가서 숨는다. 개 집도 두 군데인데 사이좋게 번갈아서 사용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이 루이, 메이, 루나와 놀아준다. 같이 살지 않고 자주 얼굴을 보지 않아도 우리 식구는 강아지들이 알아보는 것 같다. 냄새로 기억하는 걸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