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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어린이

손님을 맞이하는 견공식 환영

by 루메루


친정 엄마 기일이라 오빠네서 제사를 지내는 날. 둘째 언니가 같이 사는 조카 내외와 손주를 데리고 왔다. 큰 조카는 내가 분만실 앞에서 해외 출장 중인 형부를 대신해서 첫 만남을 가졌다. 산후조리도 친정에서 해서 신기하게 안아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이모, 어린이 집이 일주일 휴원하는데 강아지 보러 이모네 놀러 가도 돼?"

"그럼, 되고 말고. 날짜 잡아서 알려줄게."


조카들이 아이를 낳아서 벌써 이모할머니가 되었다. 어린아이를 키우면 데리고 놀러 나갈 새로운 곳이 필요하다. 특히 맞벌이하는 조카는 휴가가 아니라서 언니 혼자 손주를 돌봐야 한다.


"언니, 돌아오는 월요일에 손주들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와."


'쇠뿔도 단김에 뺀다'라고 말 나왔을 때 오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주 후반부엔 비 예보가 있다.

자동차로 아이들을 태우고 오갈 때는 날씨가 맑아야 안심이 된다.


집 청소를 하고 아이들에게 줄 음식이 있나 냉장고를 뒤졌다. 아이들이 뭐든 잘 먹는다고 해서 다행이다.

강아지들도 목욕을 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뽀송뽀송하다.


'딩동' 벨이 울리자마자 강아지들 환영식이 시작된다. 세 마리가 쏜살 같이 현관으로 뛰어가서 손님을 맞이한다. '왈왈' 짖으며 '어서 들어오라' 한다. 아이들이 강아지들의 격한 환영에 당황해서 잠시 멈칫한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은 일단 강아지들이 냄새 맡으면서 실컷 탐색할 수 있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들이 새로운 냄새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진정되면 털을 쓰다듬거나 눈을 맞추면서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올 사람에게는 좋은 옷 말고 만만한 면 종류 옷을 입으라고 조언해 준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예린이는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장래희망이 수의사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강아지를 대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루이는 예린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무릎에 바로 앉았다. 루이 털이 검은색이라 어린아이들은 무서워하기도 한다. 예전에도 우리 집에 왔는데 그때는 주로 메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았다. 다섯 살인 예준이는 처음에는 두려워하다가 차차 친해져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메이와 아주 잘 놀았다. 막둥이 루나는 귀찮은지 바로 소파 밑에 들어가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예린이와 루이


예준이와 메이


메이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산책을 나가서도 주의를 잘 둘러보고 때론 관심 있게 지켜보기도 한다. 또 아이들이랑 잘 논다. 예준이가 더 어려서 우리 집에 왔을 때는 기차놀이도 하고 공놀이도 하는 등 메이가 다 했다. 이번에는 그 역할을 루이와 나누어 가졌다. 정적인 루이는 예린이와 소파에서 앉아서 놀고, 동적인 메이는 예준이랑 거실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소파 위에서 천천히 친해지는 시간이다


거실 전체가 아이들과 강아지 놀이터가 되었다



예준이가 발로 장난치는 것을 지켜보는 루이와 메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과 강아지


강아지들은 보통 하루 대부분의 시간 잠을 잔다. 잠깐씩 자기들끼리 놀거나 현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면 짖기도 하면서... 오늘처럼 낮에 에너지를 많이 쏟으면 저녁에 완전히 곯아떨어진다. 아이들과 비슷하다.


달걀찜을 하고 나물반찬을 꺼내서 점심을 먹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좋다. 후식으로 집에서 만든 요플레를 주었다. 다 먹은 후 예린이가 자기 그릇 설거지까지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카가 아이 잘 키웠네' 기특하다.

우리가 밥을 먹었으니 강아지들에게 간식을 주어야 한다. 벌써부터 우리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다. 예린이에게 간식을 쥐어 주고 '앉아, 기다려, 먹어'를 가르쳐 주었다. 예린이는 곧잘 따라서 잘했다. 별명이 간식인 루나가 소파 밑에서 쪼르르 나와 간식만 날름 얻어먹고 곧바로 소파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헤어질 시간이다. 퇴근 시간이 되어 차가 막히기 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이모할머니! 더 놀다 가면 안 돼요?"


아이들이 이제야 친해져서 강아지들과 헤어지기 아쉬운 모양이다. 강아지들도 간다며 일어서니까 짖어댄다.


"다음에 또 놀러 와! 차 막히면 할머니 운전하기 힘드시니까 어서 집에 가야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아이들이 주섬주섬 마스크를 챙기고 신발을 신는다. 루이와 메이도 현관까지 배웅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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