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미용하시나요?
루이는 포메라니안 블랙탄이다. 검은색이 대분이고 흰색과 갈색이 조금씩 보인다. 반려견으로는 보통 하얀색이 많고 인기가 있다. 루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다른 하얀색 강아지들이 많았지만 왠지 모를 끌림이 있어서 데리고 왔다. 전체가 새까맣지는 않고 얼굴, 목, 꼬리, 발이 밝은 색이라 눈에 확 들어온다.
"어머! 강아지 털이 윤이 나네요. 멋져요! 어떤 종류의 강아지예요?"
"포메라니안이고요. 검은색이라 블랙탄이라 불러요."
루이처럼 블랙탄은 보기 드물어서 산책하다 보면 종종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간혹 자세히 보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장모 치와와'라고 치부해버리는 무례한 사람도 있다.
메이는 크림색 포메라니안이다. 하얀색이고 등 부분에 금빛 털이 조금 있다. 약간 스피치가 섞인 것 같다.
루나는 태어날 때는 어두운 갈색이었는데 점점 밝아져서 지금은 밝은 갈색이고 목과 꼬리가 하얗다. 속 털은 검은 편이다.
"강아지 털 색이 예쁘네요. 멋진 옷을 아주 잘 차려입었어요."
루나를 산책시키다가 들은 말이다. 맞다. 강아지의 털은 그들의 옷이다. 어떤 견주는 강아지 털을 짧게 깎고는 옷을 입힌다. 여름에는 덥다고 바리캉으로 살가죽이 훤히 보일 정도로 밀기도 한다.
포메라니안은 털이 많은 견종이다. 이중 모라서 관리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곰돌이 컷이나 물개 컷을 주로 한다. 깔끔하게 다듬은 모습이 귀엽기는 하다. 간혹 바리캉으로 싹 밀었다가 털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견주도 있다. 털을 깎다가 다치는 사고도 종종 보인다.
예전에 한 직장 동료가 애견 미용에 관심이 있어서 자격증을 따려고 실습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강아지를 죽게 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서 강아지를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단다.
물론 능숙한 미용사는 강아지들이 힘들지 않게 잘 다루는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비용도 비싸다. 강아지 털은 금방 자란다. 자연스럽게 기른 강아지 털이 예쁘다. 빗질만 잘해 줘도 털이 엉키지 않는다. 정리가 필요한 부분은 옆지기가 가위로 잘라 준다. 똥이 잘 묻는 항문 주위 털, 배에 난 털, 손발바닥에 난 털 등은 충분히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옆지기도 처음부터 잘 깎지는 못 했다. 메이 엉덩이 부분 털을 너무 짧게 깎아서 생뚱맞게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어머, 메이 뒷모습이 너무 이상해졌어. 원래는 자연스러운 큐롯팬츠를 입은 모양이었는데..."
"괜찮아 뭐. 메이는 털이 금세 자라잖아. "
유기견들은 피부병에 잘 걸리기 때문에 보호할 때 털을 깎아주고 치료를 한다. 덕지덕지 엉킨 털이 무거운 짐이 되어 앞도 못 볼 정도였던 유기견이 미용을 통해 아주 새롭게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애견 미용이 아예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미용을 하는 것이 강아지들에게 더 좋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단지 견주의 욕심 때문에 미용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강아지 입장에 서 보면,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생활 미용은 견주들이 배워서 할 수 있다. 믿고 따르는 견주가 털을 깎아준다면 강아지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이다.
반려견 인구가 많아졌다. 산책을 나가 봐도 그 수가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견주들의 인식은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