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은밀한 언어
강아지 한 쌍과 새끼를 키우다 보니 암수 한 쌍이 연출하는 바디랭귀지를 알아내곤 한다. 평소에는 쌀쌀맞은 메이가 요사이는 아주 친절해졌다. 게다가 적극적으로 루이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들만의 언어가 있었다. 재미있고 신기하고, 본능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루이는 별명이 '색마'라고 붙일 정도로 왕성하다. 루이의 유전자가 아깝지만 중성화를 한 이유도 너무 밝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메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루이에게 아주 쌀쌀맞게 대했다. 내가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였다.
"언니 집 강아지도 수컷이야? 욕구불만 어떻게 해결해 줘?"
"곰돌이 인형 사서 얼른 루이에게 줘. 여자 친구 삼아서 지내라고 하면 돼"
언니 말을 듣고 바로 곰인형을 사서 주었다. 루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곰인형 위에 올라간다. 화가 날 때는 물어뜯거나 레슬링도 한다. 중성화를 하면 욕구가 줄어들 거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본능은 강했다.
메이 태도가 일관성 있어서 우리는 루이 중성화 수술을 좀 늦게 하기로 했다. 한 살이 지나면 새끼를 한 번 보고 그때 가서 중성화를 시키기로 했다. 어느 날 메이가 연신 생식기를 핥아댔다. 자세히 보니 약간 핏빛이 보였다. 첫 생리를 시작한 것이다. 발견 즉시 바로 기저귀를 채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의 몸이 좀 이상했다. 젖꼭지도 커지고 배도 좀 불러 보였다. 동물병원에 가서 진찰해 보니 새끼가 세 마리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벌써 새끼를 가지다니 어휴~~
그렇게 메이가 새끼를 낳고 나더니 줄곧 싸늘했던 메이의 태도가 조금씩 누그러진 것이 한눈이 보였다. 그날이 오면 오히려 루이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어느 날 옆지기가 루이와 메이를 핸드폰으로 비디오 촬영을 몰래 하고 있었다. 그냥 무심히 넘겼던 그들의 언어를 알아내었다. 먼저 메이가 루이 앞에서 번쩍 앞발을 들며 점프를 한다. 그러면 루이가 메이 엉덩이 뒤에 올라타서 교미를 시도한다. 그러다 시원치 않은지 메이가 다른 곳으로 훌쩍 가버리면 루이가 쪼르르 따라가서 메이를 쳐다본다. 애걸하는 눈빛과 신음소리를 내면 메이가 다시 두 앞발을 들었다 놓으면 루이가 메이 위에 올라탄다. 그렇게 몇 번씩 사랑을 나눈다.
루나도 중성화시키지 않았기에 루이가 딸내미 루나 뒤에 올라타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몇 년간은 괜찮았다. 하지만 루나가 성숙해지니 오히려 루이를 찾는 것 같았다. 본능인데... 그나마 루이가 귀찮아하면서 소파 밑에 들어가 버려서 여러 차례 상황을 모면했다.
그런데 어느 날 루이가 루나를 올라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놈의 자식 당장 내려와! 네 딸이야 어서 내려와!"
호통을 치자 루이가 슬그머니 내려온다. 루나도 내 눈치를 보더니 소파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루이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곰인형에게 달려든다.
암컷인 메이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생리를 하는 것 같다. 기간은 한 번 할 때 2~3주 정도 된다. 생리할 때는 생식기가 유난히 부풀어 보이고 젖꼭지가 커진다. 또 붉은 자국이 바닥에 종종 생긴다. 메이가 생식기를 핥으며 단속을 하기 때문에 핏자국은 많이 보이진 않는 편이다. 메이는 중성화를 시키지 않았다. 자궁을 들어내는 큰 수술이기 때문에 굳이 해야 하나 생각된다. 나이 들어 자궁질환이 생기기 쉽다고 그걸 미연에 방지한다고 멀쩡한 장기를 꺼내는 건 마음에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루이와 메이는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루이가 소심한 성격이라 메이에게 주도권은 빼앗겼지만 그래로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