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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세 식구

개성이 뚜렷한 강아지 세 마리

by 루메루


졸업 후 30여 년 만에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대모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너무도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서 어색할 듯싶어 루나를 데리고 갔다. 우주선 모양의 강아지 이동용 배낭에 루나를 앉히고 지하철을 탔다. 반원형 투명 돔이 가방 중앙에 달려있어서 루나가 그곳을 통해 바깥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밖에서도 루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루나를 본 한 여자 승객은 루나가 예쁘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약속 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수서역에 도착했다.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먼저 정상에 올라가기로 했다. 리드 줄을 매고 루나와 산길을 걸었다. 낯선 곳이라 내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루나도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루나를 보는 등산객들은 하나같이 루나를 예뻐했다.


"어머! 정말 이쁜 강아지네요. 견종이 뭐예요? "

"포메라니안이라고 해요."


드디어 정상에 도착. 잠시 쉬고 있는데 친구들도 연달아 올라왔다. 물과 간식을 준비한 친구 덕분에 간단히 요기하고 내려가는 길을 살폈다. 산이 익숙하지 않아서 바로 점심 약속 장소로 오는 친구들도 있다. 그들이 식당에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우리도 내려가기로 했다.


산에서 내려갈 때는 루나 가슴 줄을 풀어주었다. 리드 줄이 걸리적거렸는데 풀고 나니 속도감 있게 내려갔다. 루나도 한눈팔지 않고 재빠르게 따라왔다. 구룡마을 쪽으로 내려와서 택시를 잡아탔다. 음식점에 도착해서는 루나를 배낭 안에 넣고 식탁 아래 놓아두었다.


“엄마가 친구들과 점심 먹을 동안 루나도 이 안에서 얌전히 간식 먹고 있어요.”


루나는 다행히 낑낑대지 않고 장시간 가만히 있었다. 좁은 가방 안이 답답할 법도 한데 얌전히 있었다. 기특했다. 덕분에 친구들과 마음 편하게 점심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루나는 배낭 안에 잘 들어간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루나를 데리고 간다. 반면에 루이는 가방을 싫어한다. 널찍한 자동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메이는 차멀미를 한다. 그래서 자동차에 태우기가 꺼려진다. 또 가방 안에 들어가기도 힘들다. 몸무게가 좀 나가서 매기도 벅차다. 이래저래 메이는 외출이 어렵다.


세 마리가 모여있는 순간 포착


강아지를 세 마리나 키우다 보니 서로 다른 성격을 종종 발견한다. 루이는 소심하다. 먹는 것도 가리고 꼭꼭 씹어서 먹는다. 메이는 아무거나 잘 먹는다. 씹지 않고 꿀꺽 한 번에 삼켜버린다. 루나는 루이를 닮아 조곤조곤 씹어 먹고, 메이를 닮아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루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야. 사람 엄마 아빠와 개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는 보기 드문 행운을 차지했잖아.”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아 간식을 바라보는 중이다


루나 사진을 보여주니 친구가 한 말이다. 개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아서 겁도 많은 모양이다. 세 마리가 함께 나가면 의기양양해 하지만 혼자 산책 나가면 무서워한다. 강아지도 부모의 존재가 영향을 끼치는가 보다.



간식을 기다리는데 뒤에서 부르니 돌아본다


루나는 5월 8일 어버이날에 태어났다. 특별한 날이라 기억하기 쉽다. 올해로 만 네 살이 된다. 성견이 되었지만 마냥 어려 보인다. 하루 종일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화장실에 가면 얼른 와서 오줌도 따라 눈다.


루이는 예민한 녀석이다. 아무거나 덥석 먹지 않는다. 냄새를 맡아보고 내켜야 비로소 먹는다. 먹는 양도 정해져 있다. 배가 부르면 사료가 남아도 더 먹지 않는다. 반면에 메이와 루나는 없어서 못 먹는다. 주는 대로 먹기 때문에 때론 간식을 너무 많이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어김없이 루이가 사료를 남긴다. 그래서 간식 양을 줄이게 된다. 루이는 우리가 간식을 얼마나 주었는지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더운 여름 강아지들 때문에라도 에어컨을 켠다. 거실 소파는 가장 시원한 곳이다. 강아지들에게 소파를 양보하고 우리는 식탁이나 방에서 할 일을 한다. 컴퓨터 방에 들어와 있으면 강아지들이 방문 앞에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잔다. 지금도 세 놈이 옆에서 자고 있다.


최애 장소인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다


루이와 메이 다섯 살 생일 축하


메이와 루나가 교감을 나누는 모습



우리 집 강아지들은 손님을 좋아한다. 우리 집을 방문한 사람을 격하게 환영해준다.

날이 더워서 산책을 자주 나가지는 못 하지만 되도록 하루 한 번은 하려고 노력한다. 무더위가 얼마 안 남았다. 무사히 더위를 잘 나길 바란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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