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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다

강아지가 가르쳐 준 사랑

by 루메루 Oct 05. 2022


반려견이 주인을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보다 뭉클한 것이 있을까? 해맑은 강아지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면 '아!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한결같다'는 뜻을 매 순간 실감한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꼭 같다' 이렇게 나와 있다. 사전적 정의 그대로 강아지들은 내가 외출했다 집에 오거나 잠시 방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해도 반갑게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온다. 그 모습이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벌러덩 드러누워서 배를 만져 달라고 한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가만히 관찰하면 이해하게 되고 마음을 읽다 보면 서로 통하게 되는 것이 '사랑'이다. 강아지들은 항상 내 옆에서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나에게 집중하는 것 같다. 내가 그들의 우주인 셈이다.

우리 집은 거실에서만 반려견들이 활동하도록 해 두었다. 방마다 가림막도 설치해서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한다. 그래서 들어오지는 못 하지만 가장 가까운 자리에 엎드려서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루이는 첫정이라 그런지 더더욱 마음이 쓰인다. 예민하기도 하고 위와 장도 좋지 않아서 신경을 쓴다. 무릎 위에 앉는 것을 좋아해서 소파에 앉으면 루이가 내 허벅지 위에 올라앉고 메이와 루나는 발 밑에서 열심히 발을 핥는다. 가끔 루이가 거실 벽에다 오줌을 싸놓기도 한다. 그러면 얼른 야단을 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루이! 너 여기다 오줌 싸놓으면 어떻게 해? 엄마가 화장실에다만 오줌 누라고 했잖아"


하이톤으로 루이를 바라보며 화를 내면 루이는 슬그머니 내 눈길을 피하며 딴청을 피운다. 자기 잘못을 아는 눈치다. 그리곤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다. 잔뜩 움츠러든 표정이다.


"엄마! 잘못했어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 여기 들어가서 벌서면 되죠."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훈육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호하게 말하고 적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 좋다.


식탁에 앉으면 메이가 이렇게 쳐다본다식탁에 앉으면 메이가 이렇게 쳐다본다


메이는 식탐이 있다. 무엇이든 소화할  있는 아밀라아제 덕분에  먹는  빼고  먹는다. 장도 튼튼해서 똥도 예쁘게  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누워서 몸을 좌우로 흔들며 춤을 춘다. 일명 지렁이 댄스이다. 아빠와 삑삑이  놀이를  때는   발로 공을 잡고 입에 가지고 가서 논다. 식탁에서 우리가 무엇을 먹을  메이는 소파 팔걸이 위에 두 앞발을 걸치고 우리를 바라본다.  눈빛이 너무도 강렬해서 많이 먹지 못할 때도 있다.


"엄마만 먹는 거 아니죠? 우리에게도 간식 줄 거죠."


결국 다 먹고 난 후 강아지들에게 간식을 주는 행동 패턴이 생겼다. 메이는 먹을 것을 기다릴 때면 제자리를 뱅뱅 도는 습관이 있다. 나름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리라. 루나가 이 버릇을 그대로 배워서 덩달아서 뱅뱅 돈다. 두 마리가 간식을 달라며 재촉하면 내 마음도 바빠진다. 루이는 비교적 얌전히 기다리는 편이다.


메이는 옆지기가 데리고와서 그런지 유독 따른다. 요실금이 생겨서 너무 좋거나 무서우면 오줌을 싸는데 번번히 야단을 맞는다. 옆지기가 매 번 호되게 나무라지만 잠시 후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옆지기에게 아양을 떤다.


"메이는 전생에 내 첩이었나 봐. 후후"


옆지기를 바라보는 메이 표정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한결같아서 옆지기는 싫지 않은 가 보다.


간식을 기다리며, 메이가 가장 행복한 시간간식을 기다리며, 메이가 가장 행복한 시간


루나는 태어날 때부터 내가 키워서 그런지 나에 대한 애착이 루이보다 더 강하다. 잠시 내가 보이지 않으면 찾는 게 보인다. 컴퓨터 방에서 일을 하면 루나는 방 문 앞 가림막대 밑에 두 앞발을 가지런히 두고 턱을 괴고는 엎드려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엄마! 빨리 일 끝내고 나랑 놀아요."


이렇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스르르 쪽잠을 잔다.


삑삑이 공을 가지고 노는 메이삑삑이 공을 가지고 노는 메이



컴퓨터 방 앞에 이렇게 세 마리가 기다린다컴퓨터 방 앞에 이렇게 세 마리가 기다린다



부엌에서 내가 일을 하면 이렇게 나를 바라본다부엌에서 내가 일을 하면 이렇게 나를 바라본다


분에 넘치는 강아지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오늘도 행복하게 하루를 보낸다.


"루이, 메이, 루나 야! 엄마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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