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로 생기는 강아지 모임
“어머! 강아지 너무 이뻐요. 포메라니안이죠?”
“엄마, 아빠, 딸이에요. 세 식구죠.”
“색깔이 다 다르네요. 블랙탄은 처음 봐요.”
“아빠 강아지예요. 크림은 엄마고요. 세이블이 딸이죠.”
우리 강아지들은 나름 우리 동네 얼짱견들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걷다 보면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보기에도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비주얼이 좋다. 그래서 데리고 나갈 만하다. 세 마리를 함께 산책시킬 때는 혼자서는 힘들다. 루이는 내가 데리고 가고, 메이와 루나는 옆지기가 맡는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라서 강아지 산책시킬 때 되도록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선택하게 된다. 우리 강아지들이 어렸을 때는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서 다른 강아지들이 많이 나오는 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아파트 뒤로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 있어서 산책코스로 적당하다. 행정복지센터 근처에 교정시설이 있는데 거기에 제법 커다란 운동장이 있다. 견주들은 주로 거기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다. 일반 도로랑 떨어져 있어서 거기서는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해 준다. 대여섯 마리의 강아지가 모이면 바로 '즉석 애견 카페'가 이루어진다. 견주들 사이에는 스스럼없이 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근처 동물병원은 어디가 좋은가, 강아지의 행동이 무슨 이유인가, 반려견 등록은 어디서 싸게 할 수 있는가 등등 자기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묻지도 않았는데 줄줄 말해준다. 가끔 노견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때는 투병기랄까 그런 것을 이야기한다. 굳이 다른 애견 카페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옆지기는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강아지 산책을 시킬 때는 다른 견주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잘 나눈다. 반려견이라는 공통 화제가 있어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강아지들도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낯선 사람에게 적대감을 보이기도 하고 순하게 몸을 비비며 친근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강아지들이 서로 사이좋게 놀면 여유 있게 있다가 오는데 우리 강아지들처럼 겁이 많으면 얼마 못 있어 자리를 떠나게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어색한 사람은 일부러 강아지를 키워서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강아지를 키우면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다. 날이 잔뜩 선 뾰족뾰족한 마음이 일순간에 스르르 녹아서 모서리가 둥그렇게 변해버리는 것 같다. 나만 바라보는 천사 같은 반려견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순화된다. 나만 믿고 의지하는 반려견의 행동을 대하면 악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어떻게든 이 작은 생명체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좋은 자극이 쌓이면서 조금씩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예전처럼 즉석 애견 카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