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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과의 전쟁

강아지들이 뽀송뽀송해지는 시간

by 루메루


루이, 메이, 루나에게서 쿰쿰한 된장 냄새가 나면 목욕을 해야 할 때이다. 솔직히 강아지를 세 마리나 키우다 보니 목욕을 자주 시키지는 못 한다. 게다가 혼자 하기는 벅차서 옆지기와 시간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 하나를 키울 때는 옆지기가 아프기도 했고 또 시어머님이 도와주셔서 혼자서 목욕을 시키기도 했다. 옆지기의 갱년기 극복을 위해 키우기 시작한 반려견들이 이제는 꼭 늦둥이 같다.


손톱과 발톱 깎기, 지저분한 털 가위로 잘라주기, 똥 코 항문낭 짜주기, 털 빗어주기, 드라이기로 털 말리기, 칫솔질 하기, 귀 청소하기, 눈 청결제 넣기 등 강아지 관리의 대부분을 옆지기가 맡아서 한다.

나는 주로 밥 챙겨주고 산책시키기를 매일 한다. 아들내미가 시댁으로 나가 살아서 적적할 때가 있는데 그 빈자리를 우리 강아지들이 채워준다. 강아지들 재롱에 웃을 일이 많아지고 또 과묵한 나도 이래저래 말을 좀 하게 된다.


목욕 후 개운한 표정이다


제일 먼저 루이 차례이다. 거실 화장실에 욕조가 있는데 거기서 목욕을 시킨다. 가장 먼저 큰 수건을 욕조 안에 깔아 놓는다. 미끌거리는 욕조 바닥에 강아지들이 넘어지기도 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이다. 큰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털에 물을 적신다. 샴푸를 풀어놓은 작은 대야의 물을 천천히 손으로 끼얹는다. 손끝에 힘을 주고 박박 문질러 준다.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잘 잡고 얼굴과 정수리도 씻겨준다. 털이 풍성해서 몸집이 커 보였던 루이는 털에 물이 닿자 아주 왜소해 보인다. 그래서 어떤 이는 털이 물에 녹는다고 표현했나 보다. 샤워기로 구석구석 잘 닦아주고 린스로 마무리하면 목욕은 끝난다.


물이 줄줄 흐르는 루이 털에서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두어 개의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준다. 루이는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흔들어서 수건을 두툼하게 깔아놓아야 한다. 마지막에 뽀송한 수건으로 잘 감싸 안은 후 옆지기에게 건넨다. 옆지기는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면서 빗질도 해준다.

한 번은 역할을 바꿔서 내가 털을 말려 보기도 했다. 그런데 씻기기보다 더 힘이 들었다. 자꾸 도망치려는 녀석들을 제압하기가 힘에 부쳤다. 또 큰 덩치로 허리 숙여 조그마한 녀석들을 거칠게 대하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목욕은 내가, 털 말리기는 옆지기가 이렇게 역할이 굳어졌다.


새로 깔아 준 수건 위에서 쉬는 중


루이 다음으로는 메이를 목욕시킨다. 메이는 고개를 버쩍버쩍 들어서 머리를 씻기기가 좀 어렵다. 냄새도 많이 나는 편이라 샴푸 양을 좀 늘리고 거품을 내서 충분히 씻긴다. 메이는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자꾸 욕조 난간에 앞발을 올려놓아서 샴푸 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제는 좀 적응이 되어서 예전보다 손놀림이 빨라졌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는 가만히 서 있어서 닦아내기 편한 편이다. 털을 말릴 때도 지켜보면 자기 몸을 온전히 맡기고 그냥 벌러덩 누워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막둥이 루나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냄새도 덜 나고 씻길 때 가만히 잘 앉아 있는 편이다. 처음에는 두려워하는 눈치가 보였는데 말로 안심시키고 부드럽게 대해주니까 점차 적응해나갔다.


"루나 야! 엄마가 깨끗하게 씻겨줄게. 가만히 잘 있으면 금방 끝나니까 엄마 믿고 얌전히 있어"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는 막둥이 루나


루나는 속털이 거무스레하다. 루이를 닮아서 그런가 보다. 수건으로 털을 말릴 때도 수월한 편이다. 포메라니안은 이중 모라서 털이 엉키지 않게 잘 빗기면서 말려야 한다. 드라이만으로는 완전히 말리기 어렵다. 씻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세 마리를 목욕시킨 후 여기저기 날리는 털을 청소기로 정리한다. 몸에 묻은 개털도 롤러와 테이프로 찾아낸다. 털이 빠지는 시기에는 정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애교 수준이다. 이 참에 화장실도 대청소를 한다. 배변판은 두 개를 번갈아 사용하는데 물청소를 매 번 한다. 반려견 전용 화장실이라서 오줌에 절어 있는 부분은 락스로 닦아야 한다. 한 바탕 땀을 뻘뻘 흘리며 털과의 전쟁을 치르고 향기가 솔솔 나는 강아지들을 바라보면 몸은 힘들어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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