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쓸쓸하고 휑하니 뚫려버린

격정적으로 감정의 포로가 되어

by 초들

왠지 쓸쓸하고 휑하니 뚫려버린



광주에 도착한 지 2시간이 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두 통의 J 씨 글월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답장이 너무 늦었네요. 실은 고향에 다녀왔어요. 예고 없이 고향에 다녀오느라 답장을 기다리게 해 드리다니, 용서를 빌어요.

믿음직스러운 J 씨 글이었어요. 진솔한 신앙심 살짝 얹은 J 씨 말씀은 매우 은혜스럽습니다. 확실히 주님을 영접한 J 씨가 믿음직스럽네요. 하지만 좀 서운해요. 보통 사람들처럼 끈적거린 사랑의 밀어(蜜語)라든가 속삭임이 멀어져 간 것 같거든요.

사실 그동안 J 씨에게 격정적으로 감정의 포로가 되어 글을 썼기에 내심 반성도 하고 주님께 죄책감도 살짝 느껴보네요. 그런데 J 씨, 왠지 쓸쓸하고 휑하니 뚫려버린 제 가슴웬일일까요?

J 씨!

참믿음 속에서 살아가려는 당신에게 주님의 무한한 축복이 충만하길 빌어봅니다. 더욱더 주님께 충성하세요. 생명의 면류관(冕旒冠) 받는 날까지 저 역시 J 씨처럼 강인한 믿음 위에 서고자 고군분투할 거예요. J 씨가 진실한 크리스천으로 컴백(come back)하니, 오묘한 주님의 깊은 사랑에, 정말로 위대하고 놀라운 주님의 세계에 감사드립니다.


J 씨!

와! 이제 성도로 만나게 되었어요. 그냥 사랑하고 싶었는데, 인간적으로. 성도가 되었으니, 우리 이제부터 온통 주님의 사랑 속에서 서로 돕고, 격려하며 새롭게 만나봐요. 그동안 저의 편지는 한결같이 J 씨에게의 사랑과 믿음을 갈구하는 마음을 담았었지요. 이제 J 씨가 믿음을 다시 갖게 되었으니, 저 또한 주 안에서 또 다른 아름다운 사랑을 찾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참신한 믿음을 소유한, 새사람 J 씨를 탄생시켜 보세요. 그것이야말로 제가 바라는 소망이랍니다.

구정이 1주일 남았는데, 제 마음은 벌써 썰렁해집니다. 모레 동생들이 모두 고향에 가고, 광주에는 저 혼자 남게 되거든요. 교회 가서 철야(徹夜)하며 쓸쓸함을 달래 보렵니다.


오늘은 이만 줄일게요.

걷고, 배 타고, 기차 타고, 버스를 타고 되돌아온 귀로길이어서 몹시 피곤해요. 하지만 J 씨에게 답장 쓰고 싶은 마음은 피로를 저만치에 던져버리네요. 허허허. 답장이 늦어지면 J 씨에게 기다림을 안겨주잖아요. 이런 제 마음 예쁘죠?

변함없는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 주님께 기원하면서


1979.01.19. 밤 9시 2분에 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