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질 듯 행여나 부서질 듯 다칠세라

J 씨를 사랑합니다

by 초들

깨어질 듯 행여나 부서질 듯 다칠세라



입춘이 지났지요. 봄기운이 서서히 우리 곁으로 스며들고 있는 요즘, 저의 사랑도 더욱 깊어지고,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껴봅니다.


전혀 몰랐던 한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꼼꼼히 따져볼 때 서로가 남남인 걸 한 몸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그러기 위해 또 ‘만남’이라는 성을 구축하는 사람들! 이 뭇사람 속에 저도 햇병아리 한 마리 되어 뒤뚱뒤뚱거리며 걷고 있습니다. 연하고 미끄러운, 춥고 매서운 살얼음판 위를 걸어요. 때때로 순간적인 강한 욕망과 충동을 느끼면서. 그렇지만 욕망과 충동을 억제하고 자제하는 힘도 더욱 커지는 걸 압니다. 저는 그냥 지극히 평범한 남자이고 음악과 영화, 독서를 좋아하는 사내! 이게 제 모습이고 단면입니다.


J 씨! 저는 J 씨를 사랑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과 상통(相通)한다고 하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말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저는 J 씨를 이해한다는 건데. 이는 거짓일 거예요.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거든요.



하지만 J 씨! 나는 절실한 마음으로 J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깨어질 듯 행여나 부서질 듯 다칠세라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J 씨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아요. J 씨 말씀 하나하나에도 무척 관심 많아요. 왜냐고요? 이는 J 씨를 더욱더 이해하고 싶어서죠. J 씨를 만난다는 것은 외모의 J 씨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보다 더 큰, 깊은, 심오한 J 씨를 찾는 거예요.


영혼(靈魂)의 구제(救濟), 하나님께서는 말로다 형용할 수 없는 만인의 사랑을 펴셨으니까요. 주님을 닮아가고 주님 뜻대로 살기 원하는 저는 세상을 그냥 내키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아요. 하나하나 모든 것에 의미를 불어넣었던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저도 삶의 의미를 찾으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즉, J 씨라는 새로운 한 인간에게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 부단히 관심을 갖고 싶어요.


J 씨! 저는 앞으로 믿음 속에서의 사랑을 펼치려고 합니다. 주님 앞으로 함께 나아가는 성도가 되어 위로하고,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사람이 되렵니다. 주님께서 재림하셔서 죄인을 심판하실 때, 저들의 믿음을 보시고 심판하신다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이 말씀을 믿어요.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믿어요. 그러므로 J 씨를 주님 앞으로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로 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니 J 씨! 제게 원하는 게 있거든 말씀하세요. 다해 드릴게요. 고민, 고통, 번민, 갈등, 어려움 있거든 숨김없이, 빠짐없이 말씀하세요. 모두 다 들어 드릴게요.


3일 전 어머니께서 오셨다가 어제 내려가셨어요. 신사복 맞춰주었답니다. 목사님께서 손수 수고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옷을 맞추면서 아주 많이 서운하고 쓸쓸했어요. 내 소중한 학창 시절의 종말을 고하는 것 같았거든요. J 씨가 곁에 계셨다면 품으로 뛰어들었을 겁니다.


연탄 100장 들였어요. 금년에 처음 들였는데 6,100원 들었답니다. 참. 둘째 동생이 연합고사에 합격, 공납금 30,960원 냈답니다. 첫째 동생은 자동차 운전을 5월부터 배우기로 했고요. 형편상 대학 진학은 못 시켰어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1월 5일부터 국민학생 2학년 4명을 과외지도하고 있습니다. 교회 집사님 아들인데 어찌나 부잡한지 어제는 떡시루 들고 ‘끓어있으라’라고 했어요. 보수를 받기 위해 가르치는 게 아니거든요. 1월 30일부터 중학교 졸업생 3명을 과외지도하게 되었어요. 세 차례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답니다. 역시 교회 다니는 학생들로 요즘에는 눈치가 이상해요. 사춘기(思春期)의 이상야릇한 감정이 싹트나 봐요. 하지만 열과 성의를 다해 열심히 가르치고 싶습니다.


J 씨! 더 많이 쓰고 싶지만, 이만 쓰겠어요. 환절기 접어드니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1979.02.07.(수) 아침 浩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