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과를 마치고 이제 12시 15분, 이 글을 쓰면서 저는 한없는 고마움을 가져 봅니다. J 씨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정성껏 들려주고 있기에. 아름다운 얘기를 듣고 있는 오늘은 참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가느다란 비명 지르며 지내 온 며칠, 나는 삭막한 도시생활이라고 해서 꿈을 잔뜩 먹고 지냈던 시골을 그리워하거나, 또 정신적 고통을 잊으려고 자연에의 순수성을 몹시 연모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내면 깊숙이 조그마하게 드리워져 있는 인간 본연의 고독을 글로 표현한 J 씨의 솔직성에 비해, 절절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여호와 하나님을 찾는 저는 J 씨의 심심(深深)한 고독감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조화로움을 찾아가는 여정이 만남일 텐데, J 씨와 나의 만남은 보이지 않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남남이고 이성(理性)이고,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사이이며, 또 그러기에 조화를 찾으려고 노력하겠지요.
나는 J 씨를 놀랍도록 이해하고 사랑하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제 위주로 마음대로 생활해 주십사’라고 권유하는군요. 좋아요. 어쩌면 저도 바라는 바일 지도 몰라요. 단지 아쉬운 것은 내가 자신마저 소유하지 못하듯 당신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항상 꿈틀거릴지 몰라도, 당신의 소중한 자유의지(自由意志)마저 소유하려 들면 안 되지요. 하지만 J 씨와 절실한, 끈끈한 만남을 가지려 할 겁니다. 당신과의 가치 있고 유의미한 만남을 가지려고 노력할 겁니다. 저는 오직 당신만을 곱게 이해하려고 합니다. 당신만을 열심히 생각하려 합니다.
J 씨! 저는 감상적이거나 망상적인 생활은 하지 않습니다. 진실하고 꾸밈없는 삶을 살기 위해, 하루하루 주님 뜻에 합당한 삶을 영위하려고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답니다. 때로는 너무 현실적인 눈이 예민하기에 주위로부터 날카로운 공격을 당하기도 합니다. ‘냉정하다. 어렵다.’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하지요.
어쩌면 정성껏, 내 마음 다해 J 씨에게 다가가려 했던 제가 바보였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단순했을까요? 죄송합니다. 나는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려고 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군요. 겉치레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외롭기도, 쓸쓸하기도, 적적하기도, 괴롭기도, 고독하기도, 환멸스럽기도 하지만 속마음은 너무 평화롭고 여유 있고, 미소 짓는답니다. J 씨가 나를 어떻게 평할지라도 나는 J 씨를 사랑할 수밖에 없거든요. 내가 하루하루를 올곧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J 씨를 항상 사랑하는 행위라 여기고 참된 사랑을 위해,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J 씨와의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 글이 J 씨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거나, 심려를 끼쳤다면 죄송합니다. 기꺼이 용서하세요. 저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J 씨! 항상 웃고 계시는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편지 겉봉을 가위로 잘라내어 당신의 고운 말들을 읽고 내 맘 밭, 당신의 방에 차곡차곡 쌓아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