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충격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
또 한 번 과감하게 큰일을 하자
이번 충격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
잘 지내고 있니? 어머님의 얘기 속에 몹시 마음 상했을 너를 대하며, 얼마나 내 마음 아팠는지. 네 오빠와 집안 식구들의 폭탄 발언 때문에 나는 얼마나 우울했는지. 너를 만나고 나니 고통스러운 응어리가 풀렸지만, 이번 충격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
나의 소망, 承弟야!
암만 생각해도 우리 큰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너의 때 묻지 않는 순수성을 2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통해 바꾸어 보려던 큰오빠의 결정은 나와의 단절을 은근히 바란 뜻이었던 것 같다. 또 이번 어머님의 심각한 발언은 환경 속의 도피 행각이라 단정할 수 있어. 어쨌든지 나도 혹독한 집안 형편 때문에, 융통성과 포용력이 조금 없어진 것 같아 속상했다. 순리를 쫓아 사위 좋고, 며느리 좋다는 덕담과 축복을 받으며 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이 갈급해진다. 빨리 너랑 같이 살면서 억척 삶을 헤쳐나가고 싶다.
承弟야!
우리 큰일을 많이 했지만, 또 한 번 과감하게 큰일을 하자. 현실의 불합리성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야겠다. 다소간 서운하고 축복보다는 꾸중과 힐책을 들을지라도 우리들의 인생을 살아가자. 내 나이 24살, 너는 23살, 충분히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나이일 테니, 과감하게 용기 내자. 어떻게 해서든지 너를 위해 나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붙잡아주렴. 아무도 필요 없어. 네가 필요해. 오직 너를 사랑하리니 承弟야, 나에게 오너라. 너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사랑해 줄 나에게 달려오너라.
承弟야!
시험공부하느라 고생 많아? all A 맞기를, 기필코 내년 3월 정기 발령받기를 바랄게. 내 가까이 있으면 열심히 공부하는 너에게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가겠는데, 알지? 암천리.
희망찬 우리들의 삶을 위해 뛰자. 부모님, 형제들 모두 소중한 분들이니 원망하지 말고 고마움 갖자.
너의 건강과 학점을 잘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하마. 또 큰 결심을 해달라고 기도하마. 뭇사람들과 달리 확실한 신앙인으로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마.
사랑한다. 承弟야!
1981.11.29. 浩兄